전시 인증 문화는
왜 만연해졌을까

전시 인증 문화 확산의
이유와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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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꿀 때가 됐는데…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업로드하고 싶은데…

요즘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과거에 비해 어렵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전시 주제의 확장으로 인해 일상적인 주제의 전시를 다루기도 하고, 감성적인 분위기의 포토존까지도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전시를 방문한 후에는 인생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추억을 기록하고 싶어서 등 여러 가지의 이유로 인증샷을 찍고 이를 SNS에 올립니다. 인스타그램 업로드가 일상화된 관람객층에게 내 취향에 맞게 꾸며진 미술관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이것을 통해 문화생활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증샷’을 위한 전시장의 공간과 배경은 전시 선택에 있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됐습니다.

인증샷을 찍는 문화는 미술관과 관람객에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로 인해 우려되는 점은 없을까요? 이번 위클리 큐레이션에서는 전시회 인증문화에 관하여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미술관
이미지 출처: Dannie Jing on Unsplash

어렵게만 느껴지던 미술관

1976년 비평가 브라이언 오 도허티가 화이트 큐브라는 개념을 구체화하여 이것이 대표적인 전시 공간 모델이 되었습니다. 화이트 큐브는 하얀 벽면에 하나의 작품 또는 일렬로 넓게 떨어져 나열되는 전형적인 전시의 이미지를 말합니다. 이는 ‘이상적인 상태’로 외부적인 요인의 방해 없이 작품을 순수하고 절대적인 상태로 제시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런 전시 형태는 전시장을 ‘교회가 지닌 신성함, 법정이 지닌 형식성, 실험실에서 풍기는 신비성이 시각화된 공간’으로 지칭하게 합니다. 오 도허티에 의하면, 화이트 큐브 형태의 전시장은 관람자들에게 육체는 없고 눈만 있는 관람객이라는 생각을 강화한다고 합니다. 작품을 만지는 것, 크게 말하는 것, 음식을 먹는 행동 등이 금지되는 것을 떠올려 본다면, 이런 생각이 미술관 내에서의 행동 규칙으로도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화이트 큐브 개념이 강하게 적용된 전시문화는 대중들에게 어렵고 접근하기 힘들다는 인식을 줍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시문화에 다가갈 수 있는 벽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대림미술관을 필두로 많은 사립미술관들과 국공립 미술관들은 대중이 접근하기 쉬운 일상적인 전시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전시 공간 자체를 사진 촬영이나 체험 등으로 경험할 수 있게 구성하기 때문입니다.


왜 인증문화가 만연해졌을까

전체적인 배경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개인마다 카메라를 항상 소지할 수 있게 되어 사진을 통해 경험을 쉽게 소장하고 추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술적 조건의 발전으로 모바일 시장이 확대되면서 소셜 네트워크 또한 확산됐고 ‘SNS’라는 하나의 소통방식이 생겨났습니다.

소통방식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된 SNS는 여러 문화를 파생시켰는데요. 이 중 자신의 경험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이를 SNS에 업로드하는 현상은 ‘인증’이라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인증’과 촬영을 뜻하는 ‘샷(shot)’의 합성어인 ‘인증샷’이라는 용어 또한 생겨났고요. SNS 이용자들은 경험을 인증함으로써 타인에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정보를 전달합니다. 대학 내일 20대 연구소(2016)의 조사에 따르면, SNS 이용자는 하루 평균 1.46회 업로드 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이는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 자신의 SNS에 일상 경험을 기록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인증행위를 하는 이유는 ‘나중에 다시 보면서 추억하기 위함’과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해 두었다가 이후 추억하기 위함’이라 응답했습니다. 따라서 대중들에게 SNS를 통한 인증이란 하나의 기록 장치 이자 타인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문화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미술관 계단

관람객의 관점에서 인증문화

관람객의 관점에서 인증문화와 SNS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전시회는 시각적 게시물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SNS를 이용하는 관람객층에 적합하고 유용한 형태의 문화·예술 활동입니다. 그러므로 인스타그램에는 공연예술 분야의 관람 게시물보다 전시 관람에 대한 게시물이 월등히 많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또한 수동적인 방관자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 변화한 오늘날의 관람객에게 인스타그램은 전시 관람 ‘행위의 장’이 됩니다. 전시 관람 경험을 반영하는 이미지는 관람객이 전시 경험을 기록한 시각적 메시지가 되어, 관람 이후에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와 함께 공유하는 행동으로 연계됩니다. 전시장을 나간 후에도 SNS를 통해 회상, 기록, 공유, 큐레이션, 대화의 과정을 거쳐 긴밀한 감정적 상호작용을 합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관람객은 사회적 예술 참여, 전시 관람 경험 공유, 뮤지엄 전시 마케팅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또한 미술관은 이미지 생산에 적합한 배경과 오브제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곳입니다. 즉, 인증문화를 즐기는 관람객에게 미술관은 가상현실 속의 일상을 돋보이게 해주는 공간이 됩니다.

포토존 중심의 브랜드 전시는 본인을 돋보이게 해주는 배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어려운 내용의 순수 미술품 전시는 문화적 수준이나 취향을 효과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죠.

본인의 모습이 촬영된 사진을 타인에게 노출하는 것을 통해 긍정적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적극적인 개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감성을 전달하는데에도 인증샷은 효과적입니다.

이처럼 관람객은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로 자신을 SNS에 드러냄으로써,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자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미술관의 관점에서 인증문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SNS의 확산과 인증문화의 유행으로 인해 관람자들은 전시 관람을 하나의 경험으로 인식합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전시 관람을 추억하기 위해 또는 자기표현 욕구를 표출하기 위해 SNS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인증합니다. 어느덧 인증문화는 전시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미술관은 인증문화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요?

미술관은 더 많은 관람객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전시회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문화・예술을 지지하고 기관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자 합니다. 대게 전시문화는 대중의 인식과 전시 기획의 콘텐츠 변화, 기술적 조건의 발전으로 변화합니다.

기업의 브랜드 전시는 상업적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하는 만큼 많은 관람객 유치를 통해 다양한 효과를 기대합니다. 이는 문화예술산업의 전반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최근 기업이나 브랜드에서 주최하는 전시는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을 겨냥하여 전시를 기획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전시의 홍보에서부터 티켓 예매, 후기, 이벤트, 미디어 체험단 등을 활용할 뿐 아니라, 포토존을 전시장 내부로 끌어들이거나 어디서 사진 촬영을 해도 사진이 잘 나오도록 비주얼 컨셉으로 전시를 기획하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성격을 띠는 국・공립 미술관의 전시 관람에 대한 정책도 변하고 있습니다. 국・공립 미술관의 순수미술품 전시는 저작권과 빛에 민감한 회화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사진 촬영을 엄격히 금지해 왔는데요. 특히, 미술관의 소장품이나 제작연도가 오래되어 빛에 민감한 작품이 전시되는 경우에 강한 조명이나, 카메라의 플래시, 습도 등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진을 찍기에 적합한 형태의 작품으로 전시를 구성하거나,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경우 전시장 외부에 ‘포토존’이 될 만한 공간을 마련하는 등 SNS 마케팅을 의식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처럼 인증샷과 SNS의 파급력이 국・공립 미술관에도 영향을 끼칠 만큼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증샷’을 위한 전시 구성과 배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인기가 많은 전시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작품의 완성도나 전시의 질보다는 말이죠.


우려의 목소리와 나아가야 할 방향

이처럼 인증문화는 마케팅을 위한 도구이며, 자기표현 욕구의 표출을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엄숙하고 딱딱한 이미지였던 전시 관람 문화가 장벽을 허물고 접근성이 좋은 콘텐츠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은 분명 좋은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바로 양질의 전시가 점점 줄어들 수도 있다는 관점입니다.

2019년, 마티스의 그림이 유행하던 시기에 개최되었던 <야수파 걸작 전>은 회의적인 평가를 받았는데요. 야수파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야수파 및 표현주의 경향의 작품보다 큐비즘의 비중이 컸다는 점과 진짜 그림이 아닌 인쇄된 작품 위주로 전시를 구성했다는 점이 비판의 내용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반고흐 인사이드> 전시 또한 원화가 아닌 디지털 영상 위주의 전시이기 때문에 인증사진을 위한 전시일뿐 알맹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SNS에 올릴만한 예쁜 콘텐츠에 비중을 두고 전시를 기획하게 된다면, 작가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창조해낸 작품 세계와 대화한다는 예술 감상의 큰 목적과는 점점 동떨어질 수 있습니다. 포토존에 치중한 나머지 원화 확보에 소홀해진다면, 이 또한 전시 완성도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속 빈 강정이라는 이유로 다시 대중들에게 외면받을 테고요. 예술감상의 큰 목적을 위한 양질의 전시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전시의 완성도와 관람객 유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 김태윤‧김상규, 소셜 네트워크의 인증문화가 전시에 미친 영향과 전시 콘텐츠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 2020, Journal of Integrated Design Research, 19(2), 57-70.
  • 김민정‧한성위‧고정민, 전시유형이 인스타그램 이용자의 전시관람경험에 미치는 영향 – 나르시시즘의 매개효과, 광고홍보의 조절효과를 중심으로, 2019, 홍익대학교.
  • 임슬비‧김면, 「명품브랜드-미술관 전시특징연구」, 문화콘텐츠연구, Vol.12, p153-178, 2018.
  • 이언주‧최강타‧이보아, 「융합적 관점에서의 접근한 뮤지엄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분석에 대한 연구」, 한국과학예술융합학회, Vol.37, No.1, pp.211ᐨ222, 2019.
  • [인턴액티브] 전시회는 ‘인생샷’ 찍으러 가는 곳?, (2019.03.02)
  • 야수파 걸작전 – 야수는 어디에, (2019.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