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키워드로 살펴본
영원한 마왕 신해철

신해철의 음악 인생을
돌아보는 3가지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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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7일은 2014년 갑작스레 세상을 뜬 마왕 신해철의 사망 8주기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잊혀지는 죽음이 있을까 싶지만 유독 신해철의 죽음은 지금까지도 필자의 마음을 황망하게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영원한 뮤지션, 영원한 마왕 신해철의 음악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3가지 키워드로 그를 떠올리고, 추억해 봅니다.


빛나는 실험 정신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음악씬에 안착한 신해철. 그의 등장은 시작부터 특별했습니다. 발라드가 주류를 이루던 당시 무한궤도라는 그룹사운드(밴드)를 만들어 무대에 올랐고 신시사이저가 대두된 록 음악 ‘그대에게’로 단숨에 음악계 정상에 올라섭니다. 안전한 주류를 따르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신해철의 도전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그는 댄스, 발라드, 테크노, 일렉트로닉, 재즈에 이르기까지 1990년대 이후 한국 대중음악의 거의 모든 장르에 발자취를 남깁니다. 그 흔한 표절 의혹 역시 신해철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했습니다. 빛나는 실험 정신은 마지막 음반 [Reboot Myself Part1]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 트랙 ‘A.D.D.A’를 함께 듣고 보고자 합니다. 다른 효과음 없이 1,000개 이상의 보컬을 겹겹이 쌓아 올린 이 곡은 노래의 새로움 뿐만 아니라 독특한 화면 구성을 활용한 뮤직비디오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철학적인 가사

철학적인 가사 역시 신해철을 논할 때 뺄 수 없는 요소입니다. 강한 논조로 종종 차가운 인상을 풍기던 그였지만 가사에서 느껴지는 인생을 향한 고민은 신해철이 비단 독설가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의 가사에는 삶과 죽음이, 일상과 일생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습니다. 그는 데뷔할 때부터 인간의 존재와 죽음에 대한 상념을 지속해서 노래해 왔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 대답할 수 있나 /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무한궤도 1집의 타이틀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의 한 구절입니다. 신해철의 나이 21살에 발매한 곡입니다. 일곱 살 때 깨달은 죽음의 의미를 담아낸 ‘날아라 병아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혁명을 노래하는 ‘일상으로의 초대’,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뭐냐고 묻는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까지. 그의 음악 속에는 질문이 있고, 답이 있고, 지침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신해철’ 자신이 존재했습니다. 또 하나. 1997년 밴드 넥스트(N.EX.T) 시절 쓴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필자 인생에 모래바람이 불어왔을 때 필자를 지켜준 곡이기도 합니다.


디스크자키

생각하면 할 수록 신해철은 잔소리가 많고 자기관이 뚜렷한 사람이었습니다. 거침없는 발언과 실행력으로 다가가기 쉽지 않은 인물이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신해철은 분명 ‘대중’가수였습니다. 음악이 대중적이지 않을 때도 늘 대중의 곁에 있었고, 대중은 늘 그를 바라봤습니다. 저는 여기에 일조한 것이 그가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한 라디오 <고스트스테이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 차례 방송채널을 옮기고, 송출 시간이 바뀌는 등의 변동이 있었지만 프로그램의 인기만은 꾸준했습니다.

모든 전권을 신해철이 가지고, 그가 만들고 대화하고 노래를 틀며 소통한 <고스트스테이션>에는 사는 얘기가 가득했습니다. 정치부터, 직장, 가족, 연인, 사랑, 외로움, 기쁨, 아픔 등 무엇이든 방송의 사연이 됐고 소재가 됐습니다. 이제는 영구결번이 된 ‘마왕’이라는 호칭 역시 고스트스테이션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방송에서 그는 ‘대마왕’으로 불렸고, 청취자는 ‘어둠의 아이들’로 호명됐습니다. 마왕과 어둠의 아이들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표현입니다.


1999년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신해철은 ‘민물장어의 꿈’이라는 곡을 발표합니다. 그는 이 노래를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이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라고 말하며 언젠가 자신의 “장례식에 울려 퍼질 것이며 (자신이) 죽고 나면 뜰 노래”라고 표현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의 예언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곡에서 그는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미련 없이 끝내리라’ 노래합니다. 미련 없이 떠나리라는 선언. 정말이지 그 다운 표현입니다. 쓸쓸한 찬바람이 불어오는 11월의 초입, 언제나 기억될 가요계의 마왕 신해철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박수진

박수진

한때 음악으로만 살았던 사람.
N년 간 인디문화를 연구했고 지금은 음악을 읽고 보고 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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