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원대라는
이건희 컬렉션의 추후 향방은

상속세 납부를 위한 매각인가
해외 반출 막기 위한 물납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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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이 소유한 것과 유사한 모네의 수련연작 중 하나
*이건희 회장이 소유한 것과 유사한 모네의 수련연작 중 하나 / 이미지 출처: Sotheby’s

‘이건희 컬렉션.’ 지난해 10월 25일 타계한 이건희(1942~2020) 전 삼성 회장이 이른바 ‘국보 100점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모은 초특급 미술품들을 일컫습니다. 지난 40년간 고(古) 이건희 회장이 수집해 온 예술 작품은 무려 1만여 점. 삼성에서 운영하는 리움 미술관의 소장품과는 별개인 개인 컬렉션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모네, 마티스, 피카소, 자코메티 등의 어마어마한 라인업으로 세계 10대 미술관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요. 최근 삼성가가 상속세와 관련해 고 이건희 회장 개인 소장 미술품 감정을 의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건희 컬렉션’의 향방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게 되었습니다.


이건희 컬렉션 중 피카소 '도라 마르의 초상'과 샤갈 '신랑·신부의 꽃다발'
이건희 컬렉션 중 피카소 ‘도라 마르의 초상’과 샤갈 ‘신랑·신부의 꽃다발’

미술계에 따르면 삼성가의 의뢰로 한국미술품 감정센터가 1만 3000여 점의 작품 감정을 마쳤고, 이를 6,500점으로 양분해 각각 화랑협회 미술품 감정위원회와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감정보고서의 취합 및 제출을 맡겼다고 합니다. 이들 기관의 의견을 종합하면 전체 감정가는 무려 3조 원 안팎으로 추산되는데요. 이번 감정에 관여한 미술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확인된 소장품만으로도 세계 5대 미술관을 열 수 있을 정도”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건희 컬렉션의 수준과 규모가 특출하다는 뜻이겠죠. 감정 리스트에 올라있는 해외작품으로는 모네의 ‘수련’. 피카소의 ‘도라 마르의 초상’, 샤갈의 ‘신랑·신부의 꽃다발’ 등 세계적 걸작이, 국내작품으로는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들과 지정문화재가 즐비하다고 합니다.

좌: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 우: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
지난해 경매에 올랐지만 모두 유찰된 간송미술관의 보물 불상 두 점(좌: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 우: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 이미지 출처: 중앙일보

소장품의 높은 수준과는 별개로 꾸준히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이 있으니 바로 소장품의 매각 여부입니다. 미술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 역시 과연 삼성이 수조 원대 컬렉션을 팔아 상속세로 충당할 것인지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는데요, 삼성문화재단 출연이나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등 국가기관에 기증을 택할 것이라는 의견과 그러지 않고 미술품을 팔아 상속세 부담을 덜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후자를 택할 경우 우려되는 것은 서양 미술 작품의 해외 반출입니다. 서양 미술품들이 시장에 풀릴 경우 이들을 국내 전시장에서 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해외 수요가 적고, 문화재보호법 때문에 50년 이상 된 고미술의 해외반출이 금지되어있는 국내미술품과 달리 그 가격을 감당할만한 기관이나 컬렉터가 부재한 서양 미술품은 해외에서 처분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물납제’입니다. 물납제는 현금 대신 다른 자산을 정부에 넘기고 해당 자산의 가치를 세금으로 인정받는 제도를 말합니다. 실제로 고 전성우 전 간송미술관 이사장 별세 이후 유족들이 지난해 고인의 보물급 불상 2점을 경매에 부친 사례도 있는데요, 만일 물납이 확정되면 이건희 컬렉션은 공공자산이 되어 국내 국공립 미술관으로 넘겨지게 됩니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호암과 리움미술관을 보유한 삼성문화재단 측에 기증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삼성 측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최고의 작품들을 놓고 고민 중인 삼성.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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