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에는 주말마다 카페에 사람이 붐비었죠. 전례 없던 대한민국의 카페 열풍은 수많은 카페를 탄생시켰습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거나 학교 과제를 카페에서 해야 하는 젊은이들은 모두 공감할만한 ‘노트북 하기 좋은 카페’를 뽑아봤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에디터 픽으로 사심 가득한 공간들을 소개합니다.
선정 기준은 테이블 사이즈와 질감, 의자 등받이 각도, 전원을 연결해야 하는 코드의 거리, 오래 있을 때 느끼는 직원의 압박도, 혼잡도, 배경 음악 데시벨, 계절별 평균 온도, 여름과 겨울 평균 습도, 코끝에 미세하게 스치는 향 등입니다.
앤트러사이트 서교
단연, 가장 처음 생각난 곳은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입니다. 이곳이 탄생하고 많은 작업자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아마도 ‘정적’일 것 같습니다.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의 가장 큰 특징은 음악이 없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강요한 것도 아니지만,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공기는 목소리를 낮춰야 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나를 위한 모카포트 커피 한 잔과 나만 들을 수 있는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면 참 아늑한 공간입니다. 단 하나의 단점은 충전이 불가능합니다. 3층 왼쪽 공간에 콘센트가 있지만 거리가 약간 멀어 어려움이 있습니다.
INSTAGRAM : @anthracite_coffee_roasters
앤트러사이트 연희
앤트러사이트서교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곳은 ‘앤트러사이트 연희점’입니다. 이곳의 장점은 손님의 동선에 따라 펼쳐지는 다양한 시퀀스입니다. 처음 마주하는 시퀀스는 웅장한 검은색 건물입니다. 출입구로 들어서면 어두운 복도가 펼쳐집니다. 왼쪽 문을 열고 들어서면 로스터리가 보이며 이곳에서 주문이 이뤄집니다. 그 다음으로는 들어온 복도 끝을 통해 마치 천국으로 올라가는 듯한 계단이 펼쳐집니다. 이 신성한 계단을 오르면 웅장한 테이블이 분위기를 압도합니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공간은 마치 대공연장을 방불케 합니다. 테이블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만, 좌석 간 간격이 충분하여 방해받지 않으며, 테이블 상판 아래에는 콘센트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용자가 많을 경우 와이파이가 약해지는 현상이 종종 발생합니다.
INSTAGRAM : @anthracite_coffee_roasters
카페창비
창작과 비평이라는 출판사 건물 저층부에 위치한 ‘카페창비’입니다. 책을 매개로 하는 공간인 만큼 다양한 서적을 구비한 매대와 책장이 있습니다. 커피와 베이커리는 2016년도 망리단길 흥행의 주역인 ‘망원동내커피’가 제공합니다. 검은색 테이블과 간간이 숨어있는 우드톤 가구들은 집중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 공간이 주는 적절한 조도는 오래 있어도 피로하지 않게 합니다. 매장은 지상 1층과 지하 1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공간에 콘센트가 제공됩니다. 다만, 화장실이 지하 1층에 위치하기 때문에 오래 계신다면 지하층을 추천해 드립니다.
모리츠플라츠
신촌과 홍대 사이에 위치한 모리츠플라츠는 가구 쇼룸으로 시작된 공간입니다. 공간에 있는 모든 가구는 구매가 가능하며 그 품질 또한 높은 수준을 자랑합니다. 기존 매장은 1층만 제공되었지만, 2층으로 확장된 바 있습니다. 2층은 완벽하게 독립된 공간으로 정말 이보다 작업자를 위한 공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편안한 테이블과 의자는 몸을 편하게 하며 아름다운 심미성은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INSTAGRAM : @moritzplatz_seoul
성산일출봉
성산동에 위치한 ‘성산일출봉’의 자랑은 한적함입니다. 비교적 접근성이 좋지 않아 많은 사람이 찾지 않습니다. 숨은 명소라고 하여도 무방합니다. 넓은 책상과 밝고 좁은 조명은 옆 테이블의 존재를 잊게 합니다. 이름에 걸맞게 제주의 말차를 이용한 음료가 제공되며, 바 스테이션 뒤 창문에 비치는 나무 한 그루는 저녁이 되어도 밝습니다. 그러므로 작업자는 저녁이 되었는지도 모르게 몰두할 수 있습니다. 성산일출봉의 일몰은 없습니다.
낫론니, 비해피어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낫론니, 비해피어’는 지하철 4호선 끝에 위치합니다. 서울 최북단에 위치하기 때문에 역시나 많은 사람이 찾지 않습니다. 한 테이블에 최대 2인까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가구 주택을 개조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이곳의 컨셉에 따라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다만, 카페에 들어서며 신발을 벗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생소한 경험으로 맨발에서 주는 편안함이 매력인 곳입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이곳의 시스템입니다. 일정 금액을 내고 2시간 동안 공간에 머물며 음료를 한 잔 선택하여 마실 수 있습니다. 귀여움이 가득한 간식과 추가 음료는 요금이 부과됩니다.
INSTAGRAM : @notlonely_behappier
다스이스트프로밧
합정과 상수 사이에 위치한 ‘다스이스트프로팟’은 유명 로스터기인 PROBAT의 쇼룸이기도 합니다. 공간의 절반을 로스터리룸과 커핑룸으로 사용하는 이곳도 의외의 작업 명소입니다. 전면에는 통유리로 된 공간으로 이색 풍경이 펼쳐지며 전반적으로 낮은 조도의 공간은 꽤 관능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높은 수준의 커피와 브랜드 경험은 덤입니다. 다만, 유의할 점은 커피 바 앞쪽에 있는 두 개의 테이블이 유일한 작업 가능 공간이므로 주말은 피하시는 것을 권해드리며 3인 이상의 일행이 동행하여야 합니다.
콜마인
합정역 3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콜마인’은 뛰어난 접근성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합정동 마을회관으로도 잘 알려진 이곳은 정말 많은 작업자의 사랑을 받는 곳입니다. 맛있는 커피는 기본이고 이 공간만큼은 참 미스터리한 곳입니다. 공간도 비좁고 좌석도 여유가 없으며 테이블도 협소하지만, 이상하게 작업 효율이 높습니다. ANTIEGG 에디터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공간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2인 이상이 아닌 혼자 방문하시는 것이라면 추천해 드립니다.
커피스토어
많은 강아지 손님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곳은 안암동에 위치한 ‘커피스토어’입니다. 이곳은 뛰어난 뷰와 채광을 자랑합니다. 봄가을에 방문한다면 기분 좋은 하루를 만끽할 수 있는 스팟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정말 노트북을 위해 탄생한 곳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편한 곳입니다. 테이블 사이즈도 모두 크므로 홀로 방문하셔도 넓은 공간을 점유하실 수 있습니다. 또 안암동이라는 지리적 이유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가 없습니다. 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곳에 방문한다면 기본 음료 3잔은 마실 수 있는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INSTAGRAM : @coffee_store_anam
낫배드
망원동이라는 뛰어난 접근성에도 한적함을 자랑하는 ‘낫배드’입니다. 공간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카페로 정말 넓은 테이블을 자랑합니다. 얼핏 보아도 가로 2m가 되는 테이블에 의자가 4개밖에 없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밝은 조도와 통으로 트인 공간 연출은 함께 있는 모든 이와 눈 맞춤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카페 주인분과도 아이컨택이 수시로 이루어짐으로 이점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할 수 있습니다. 고개 숙이고 작업하기에 능하며 보다 쾌적함을 선호하시는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앞서 소개한 공간은 에디터가 직접 여러 차례 가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각 공간의 장단점이 고루 있지만, 지극히 작업자를 위한 공간에 초점을 맞추어 선정하였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바이러스에서 벗어나 카페에서 함께하는 순간을 손꼽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