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의 끝, 12월입니다. 이맘때가 다가오면 지난 일 년을 마무리하며 조금은 분주하고 부산스럽게 하루하루를 보내곤 하는데요. 괜스레 들뜨고 설레는 마음에 신나는 캐럴을 들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건 저뿐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남은 한 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듀엣 재즈 보컬 앨범을 소개합니다.
[Cheek to Cheek]
전설적인 재즈 보컬리스트와 세계적인 팝스타의 만남이라니, 사뭇 낯선 조합인데요. 둘의 인연은 2011년 뉴욕에서 열린 어느 자선 공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토니 베넷은 레이디 가가에게 함께 듀엣곡을 작업할 것을 제안했고, 그렇게 둘은 ‘The Lady Is A Tramp’로 첫 호흡을 맞춘 이후 본격적인 앨범 작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2015년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한 앨범 [Cheek to Cheek]에는 조지 거슈윈, 콜 포터 등 유명 작곡가의 재즈 스탠다드 넘버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레이디 가가의 시원시원한 보컬과 토니 베넷의 연륜이 느껴지는 보컬은 60살의 나이 차이가 무색할 만큼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경쾌하고 발랄한 ‘Anything Goes’, ‘Cheek to Cheek’ 부터 후반부에 이어지는 나른한 솔로곡은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죠. 젊은 감각으로 세련되게 해석된 곡들은 누구나 재즈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Sing The Best Of Irving Berlin]
영화 <접속>의 삽입곡 ‘Lover’s Concerto’로 널리 알려진 사라 본. 그녀는 빌리 홀리데이와 엘라 피츠제럴드와 함께 3대 재즈 디바로 손꼽히는 인물인데요. [Sing The Best Of Irving Berlin]은 스윙 시대를 이끈 트럼펫 연주자 빌리 엑스타인과 함께한 듀엣 앨범입니다. ‘White Christmas’를 작곡한 미국의 유명 작곡가 어빙 베를린의 곡이 담겨있죠.
빌리 엑스타인은 트럼펫 연주자이자 훌륭한 보컬리스트이기도 했는데요. 동굴처럼 깊고 중후한 그의 음색은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사라 본의 목소리와 부드러운 하모니를 만들어냅니다. 다정한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Isn’t This A Lovely Day’부터 흥겨운 리듬이 매력적인 ‘You’re Just In Love’까지. 차분히 시작되어 점점 고조되는 곡들은 다크 초콜릿만큼이나 진하고 달콤하죠. 그들이 정답게 나누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덧 추위도 녹아내릴 것만 같습니다.
[Sing The Best Of Irving Berlin] 앨범 페이지
[Ao Vivo]
마르코스 발레는 보사노바부터 재즈, 팝, 펑크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브라질 출신 싱어송라이터입니다. 보사노바를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그는 1963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죠. [Ao Vivo]는 그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하는 라이브 앨범으로, 재즈 보컬리스트 스테이시 켄트와 함께 부른 그의 히트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명 색소폰 연주자이자 스테이시 켄트의 남편이기도 한 짐 톨린슨은 멋진 색소폰 연주로 무대에 다채로움을 더했죠.
뉴욕의 재즈 클럽 버드랜드에서 열린 공연 실황을 담은 앨범은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데요. 피아노부터 콘트라베이스, 일렉 기타 등 풍성한 세션 연주에선 프로들의 여유가 엿보이고, 허스키한 마르코스 발레의 음색과 스테이시 켄트의 생기있는 목소리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So Nice’, ‘The Answer’, 등 고개를 흔들거리게 만드는 달달한 멜로디는 겨울을 한결 포근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Boys Meets Girl]
유쾌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능 엔터테이너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와 농도 짙은 감성으로 재즈 보컬의 진수를 보여준 피아니스트 겸 가수 카멘 맥래. 앨범 [Boys Meets Girl]은 스물셋과 스물여섯 두 사람의 풋풋한 설렘이 담긴 듀엣 앨범입니다.
서로에게 한 걸음씩 조심스레 다가가는 듯한 ‘People Will Say We’re in Love’부터 낯간지러운 장난을 주고받는 ‘Baby, It’s Cold Outside’까지. 쾌활하고 힘 있는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와 카멘 맥래의 빈티지한 음색은 풍부한 악기 연주와 어우러져 상냥한 화음을 만들어냅니다. 곡 중간중간 두 사람이 주고받는 귀여운 대화가 매력적인, 사랑을 시작하기 전의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앨범입니다.
음악은 평범한 일상도 순식간에 영화로 만들곤 합니다. 그만큼 음악은 시공간을 순식간에 바꾸어놓는 마법 같은 힘을 지니고 있죠. 추운 겨울에 낭만을 한 스푼 더해줄 달콤한 재즈 듀엣 앨범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감상하며 따뜻한 연말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