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다양성을
울퉁불퉁팩토리

요리사 출신 대표가
못난이 농산물을 구조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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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 소개한 “건강한 문화를 만드는 서스테이너블 브랜드” 중 두 번째로 이야기 나눠볼 브랜드는 푸드 업사이클링 팩토리, 울퉁불퉁팩토리입니다. 이들은 유통이나 생산 과정을 미처 통과하지 못한 규격 외의 ‘못난이’ 농산물을 구조해 맛있는 음식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데요. 처트니, 마멀레이드 등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식품을 소개함으로써 식탁의 다양성을 꾀합니다. 당연하게 여겼던 식탁 위의 단조로움을 깨는 ‘못난이’의 철학. 울퉁불퉁팩토리 조찬희 대표를 만나 물었습니다.

인터뷰어 박종일
인터뷰이 울퉁불퉁팩토리 대표 조찬희
사진 이병근


버려지던 농산물이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울퉁불퉁팩토리 식료품

처음 뵙겠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버려지거나 소외된 못난이 농산물을 구조해 다양한 식료품으로 업사이클해 소개하는 울퉁불퉁팩토리 대표 조찬희입니다.

홈페이지에 쓰여있는 소개가 인상적이었어요. 요리의 꿈을 품고 영국발 비행기에 올랐었다고요.

중학생 때부터 저명한 스타 요리사를 좋아했어요. 막연하지만 같이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고, 고등학교 졸업 후 그분의 레스토랑이 있는 영국으로 날아갔죠. 운 좋게 직영 레스토랑에서 일해볼 기회가 생겼고, 음식에 쓰일 과일이나 채소를 다듬는 역할을 맡아 일을 시작했어요.

일하면서 재료를 정말 많이 버렸어요. 손님상에 오르기에는 예쁘지 않다는 이유였죠. 터진 토마토, 모양이 조금 다른 잎사귀 같은 것들이었어요. 그나마 운이 좋은 재료들은 스텝 밀로 만들어졌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무감각해지더라고요. 그러다 농장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는데, 농부님들이 마치 자식 대하듯 작물을 소개해주시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거예요. 정성과 사랑을 담아 기른 재료들을 우리는 예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왔구나 싶었어요.

울퉁불퉁팩토리의 중심에는 버려지고, 주목받지 못한 농산물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문제를 느끼기는 했지만, 당시 영국은 친환경이나 비건 등 대안을 추구하는 식문화가 이미 하나의 흐름으로 인정받고 있었어요. 저희처럼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해 밀 키트를 선보이는 곳도 있었고, 농산물을 정기 구독하는 서비스도 있었죠. 한국에 비하면 훨씬 빠른 속도였다고 생각해요. 농가에 찾아갔던 경험을 말씀드렸는데요. 그런 경험들 때문인지 농산물을 비롯해 각종 식재료 낭비의 문제가 단순히 주방에서만 풀어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고 여기게 됐어요. 우리가 구매하고 소비하는 것들은 ‘상품’이 되기 위해 어떤 기준을 통과해야 하잖아요.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농산물이 출하되는 농가에서부터 시작해야 했죠.

브랜드를 시작하기 전, 농가들을 수소문했어요. 소비자에게 가기까지 어떤 식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못난이 과일들은 이미 즙이나 잼, 청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채소 쪽으로 눈길을 돌렸어요. 과일보다 5배 정도 많은 양인데, 딱히 활용되고 있지 않더라고요. 채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저장식품 만들기를 목표로 지금까지 달려왔던 것 같아요.

울퉁불퉁팩토리 사장님의 농가와 거래하는 모습

단순히 거래처를 확보하는 게 아니라, 버려지는 농산물을 알아내기 위해 농가를 찾았다는 것이 신선해요. 농부님들과 소통하기도 하신다고요.

저희가 주로 쓰는 농산물이 10가지 정도 돼요. 되도록이면 한 농가와 꾸준히 거래하려고 하고요. 판로 개척이 잘 되어 있고, 출하량이 많은 대규모 농가보다는 비교적 영세한 소규모 농가와 주로 거래하고 있어요. 궁금한 것을 여쭤보기도 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죠. 저희가 행사로 출점할 때마다 초대를 하기도 해요. 그러면 행사장으로 직접 기른 작물을 가져다 주기도 하세요. 저희 또한 판매되지 않거나 주목받지 못한 농부님들의 작물이 있으면 상황에 맞춰 수급하기도 하는데요. 농부님들과 가까이 지내는 만큼, 저희도 농작물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알 수 있어 좋아요.

울퉁불퉁팩토리가 대규모 농가의 작물을 쓰지 않을 이유는 없어요. 니즈가 있으면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파프리카의 경우, 구조상 소규모로 경작할 수 없어 규모 있는 농가와 거래하고 있기도 해요.


처트니로 변신한 못난이 농산물

농가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마르쉐처럼 농부님들이 모이는 자리에 출점해 알아보기도 하고요. 레시피에 필요한 재료가 없으면 인터넷으로 수소문하기도 해요.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짓는 분들을 우선적으로 연락하는 편이고요.

한 가지, 지양하는 것이 있다면 스마트팜에서 재배되는 채소들인데요. 저희는 노지에서 자란 작물들을 우선적으로 취급해요. 스마트팜에서 재배되는 것들은 보통 샐러드에 쓰이는 야채들이어서 저희와 결이 조금 다른 것도 있고요. 개인적인 느낌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재배된 작물들은 향이나 맛이 조금 약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스마트팜에서 자란 채소들을 나쁘게 보는 건 아니에요. 미래를 위해 그런 대비를 하는 건 정말 좋은 일이지만, 흙이 묻지 않은 채소를 먹는다는 것에 아직은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요. 토양이나 햇빛의 양분을 아예 받지 않고 자랐다는 사실이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달까요. 규칙적인 환경에서 자란 작물들이 못난이가 될 확률은 비교적 낮은 편이기도 하고요.

아까 농산물을 ‘구조한다’고 표현하신 것이 재밌어요. 농가에서 수급하는 것 외에, 이런 ‘구조활동’을 벌이신 적이 있나요?

그럼요. 대규모 농가의 경우, 팬데믹이 심해 학교가 문을 다 닫았을 때 굉장히 많은 타격을 입었어요. 엄청난 양의 채소들이 갈 곳을 잃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채소 값이 하락하고, 폐기되는 경우도 빈번했죠. 그분들도 꾸준히 거래를 이어왔기에 수량을 예측하고 재배한 건데, 재난과도 같은 피치 못한 사건으로 몇 달이나 거래를 못하기도 하시고요. 저희는 갈 곳 잃은 양파들을 구조했어요.

울퉁불퉁팩토리의 식료품으로 만든 샌드위치

‘못난이’, ‘푸드 업사이클링’이라는 단어가 자칫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혹시 그런 코멘트를 받은 적도 있나요?

사실 그런 우려 때문에 이름을 ‘못난이’가 아니라 ‘울퉁불퉁’이라고 지은 것이기도 해요. ‘못난이’라는 단어는 다소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울퉁불퉁’은 그저 다름의 한 종류일 뿐,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다만 ‘못난이로 만든 건데 왜 이렇게 비싸냐’는 코멘트를 들은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분들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요. 아마 저희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웃음)

브랜드 이야기를 해볼게요. 울퉁불퉁팩토리가 주로 판매하는 음식은 어떤 것인가요?

우선 제가 경험한 영국, 유럽의 문화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유럽은 슈퍼마켓이나 개인들이 채취하거나 구매한 식재료를 가지고 소스를 만드는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는데요.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김장 같은 거죠. 저희는 그중에서 처트니와 마멀레이드라는 저장 식품을 만들고 있고요.

처트니는 일종의 스프레드(발라 먹는 소스)인데, 주로 채소를 이용해 만들어져요. 유럽에서는 빵에 얹어 먹기도 하고, 스테이크나 치즈와 곁들이기도 하고요. 똑같다고 하긴 좀 그렇지만, 무언가에 곁들인다는 점에서는 쌈장과 비슷하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마멀레이드는 입자가 좀 더 살아있는 잼인데, 과육이 살아 있어 흐물거리지 않고 식감이 느껴지는 게 특징이에요.

울퉁불퉁팩토리 사장님이 들고 있는 처트니

처음 접하는 음식이라 망설여졌는데,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어요. 패키지도 정말 멋지고요.

그런가요? (웃음) 저희 로고가 토마토인데, 처트니 패키지를 토마토라고 생각했어요. 뚜껑에 붙어 있는 초록 스티커가 토마토 꼭지고, 그 아래가 과육인 거죠. 뚜껑을 땄을 때 마치 열매를 따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만큼 신선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거든요. 빨간색이 뭔가 못난이 야채들을 구조하는 구조대 같은 인상을 풍기기도 하고요.

듣고 보니 더 멋있네요. 단순한 패키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뚜껑을 따는 행위에도 브랜드 색깔이 묻어 있는 거잖아요. 모든 제품을 직접 조리한다고 하셨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굉장히 많아요. 수백kg에 달하는 양을 한 번에 손으로 다듬어야 하거든요. 얼마 전, 첫 직원으로 요리사님을 영입했는데요. 갑자기 파프리카 200kg를 다듬으라고 하니까 처음에는 당황하더라고요.(웃음) 쉽고 편한 방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재료의 모양이 일정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이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대표로서 어떻게 하면 이 과정을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고요. 저도, 요리사님도 모두 요리만 해온 사람들이라 마케팅이나 디자인 등, 브랜드를 알리고 가꿔가는 일은 항상 새롭게 느껴져요.


식탁에서 떠올린 농사의 의미, 그리고 자연

하나의 브랜드를 이끄는 대표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바로 첫 직원이 아닐까 싶어요. 그만큼 의미 있는 순간이자 존재라는 생각도 들고요. 첫 직원으로 요리사를 채용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품 기반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 품질이 가장 중요한데요. 요리사이기 때문에 저와 함께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계속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직 선보이고 싶은 제품이 많아, 제품 테스트를 함께 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무엇보다도 한 명뿐이지만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건 또 다른 위로이자 힘이 되기도 해요.

요리하는 모습

울퉁불퉁팩토리가 지향하는, 최종적인 모습은 무엇일까요?

우선 오프라인 영역으로 확장하고 싶어요. 온라인으로는 경험과 시도의 한계가 분명 존재하거든요. 계속 주방에서 일해온 터라, 이렇게 요리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것이 좋기도 하고요. 현재 팝업을 하는 이유도 앞으로 조금 더 큰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함이에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레스토랑이라고만 생각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저희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건, 좋은 제품과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는 거예요. 나아가 농산물과 환경에 대한 인지가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데, 알고 보니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된 농산물인 것이죠.

재밌는 스토리와 높은 품질의 상품을 통해 가치를 전달하는 건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브랜드들의 특징인 것 같아요. 대표님은 어떤 것이 건강한 식문화라고 생각하시나요?

식탁에 오른 음식을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것. 어떤 재료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아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저는 종종 마트에서 ‘흙이 묻지 않은’이라는 수식어를 볼 때마다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곤 해요. 흙 없는 농산물이 자연스러워지고, 흙은 더러운 것이니 씻어야 한다는 생각이 퍼지게 되면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것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건 단순히 농사를 짓지 않게 되는 것을 넘어서는 문제예요. 우리가 잃어버리게 되는 건 농사라는 분야가 아니라, 농사로 연결되어 있던 자연과의 접점이니까요. 앞서 말씀드렸듯,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니 농사는 좀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할 것이고, 식량문제 또한 해결되겠죠. 하지만 그와 별개로 기술 발전이 가리고 있는 환경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는 건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이자, 음식이라는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으로서 그것을 둘러싼 환경과 상황을 알고자 노력하는 것이 건강한 것 아닐까요?

인터뷰하는 울퉁불퉁팩토리 사장님 모습

단순한 먹거리와 농사의 문제를 넘어, 그것이 연결되어 있던 자연과의 관계를 상기시킨다는 생각이 멋집니다.

저도 이렇게까지 환경이나 농사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농부님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조금씩 꾸준히 알게 된 거죠. 처음에는 납품받기로 약속한 날짜에 받지 못해 문의를 드렸는데, 알고 보니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문제로 피해를 보셨던 거예요. 사실 브랜드를 시작할 때만 해도 그저 처트니라는 음식을 알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농부님들을 직접 만나면서 저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요. 요리사라는 존재가 단순히 음식을 만들고, 그걸로 뭔가 해보려는 사람을 넘어 환경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존재였던 거죠. 지금 당장 구매할 식품의 가격이 높고 낮음을 따지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더 멀리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상기후의 빈도가 점점 늘고 있어요. 농부님들은 그것을 실제로 느끼고 있고요. 식문화를 거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죠.


인터뷰가 끝나고 생각해봅니다. 식탁 위, 음식을 먹고 있는 내가 얼마나 안일했는지를요. 소진된 마음을 달래려 찾았던 자극적인 음식과 그들의 형태를 떠올려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거기에 다양성은 없었습니다. 그저 일차원적인 맛과 감각에만 집중했을 뿐이었죠. 먹는 것도 문화이며, 우리가 그 향유자들이라면 음식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다양해져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울퉁불퉁팩토리가 던지는 규격 외의 질문을, 적어도 오늘의 식탁에서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박종일

박종일

차이를 없애버리려는 시도에 반해,
무엇과도 구별되는 세계를 찾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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