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컴하고 서늘한 겨울의 퇴근길, 딱히 배는 고프지 않은데 유독 텅 비고 공허한 밤이 있죠. 그런 헛헛한 마음이 드는 밤이면 필자는 주린 기분을 안고 그대로 집에 가지 않고 꼭 들리는 장소가 있습니다. 왠지 여름보다 겨울에 더 찾게 되는 곳, 찾는 순간 단조로운 밤에 아름다운 음률을 더해주는 곳, 바로 재즈바예요. 서울 곳곳에는 소울 충전소(?) 역할을 하는 재즈바가 많습니다. 오늘 소개할 재즈바는 지금 당장 가까운 곳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위치에 있는 재즈바를 선정했고, 주기적으로 라이브 공연을 하는 우리나라 1세대 재즈바와 2세대 재즈바 각각 3곳을 골랐습니다. 영화 <라라랜드> 속으로 장면을 전환해 줄 낭만적인 서울의 재즈바 6곳을 추천합니다.
올댓재즈
올댓재즈는 1976년 중국계 미국인 마명덕씨가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재즈 클럽’이에요. 1986년, 지금의 대표 진낙원씨가 경영을 맡았고, 올댓재즈는 한국 재즈를 대표하는 재즈의 성지로 불렸습니다. 지난해까지 국내 최장수 재즈 클럽이란 명맥을 이어왔다가 팬데믹 이후 경영 악화로 결국 문을 닫게 되었는데, 음악 저작권료 조각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가 운영에 참여하면서 2022년 가을에 극적으로 부활했어요. 수많은 아티스트의 요람으로써 그동안 쌓아 온 시간 위에 올댓재즈만의 헤리티지를 덧붙여 한국 재즈 문화를 선도하고자 당찬 걸음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16, 2층
영업 시간: 매일 18시~24시
INSTAGRAM : @allthatjazz_itaewon
디바 야누스
디바 야누스는 재즈계의 대모 故박성연이 차린 재즈 클럽 ‘야누스’를 이어받은 공간으로, ‘재즈가 실컷 하고 싶어서 한국인 최초로 직접 차린 재즈 클럽’이란 수식을 가졌어요. 박성연은 1978년, 신촌의 작은 골목에서 시작해 지금 위치인 지하철 2호선 교대역에 정착할 때까지 40여 년간 야누스를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한때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운영이 어려워지자 그녀의 후배인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와 에반스뮤직이 손을 잡고 ‘디바 야누스’로 이름을 바꾸어 2015년 다시 문을 열었어요. 디바 야누스는 매일 저녁 8시 30분, 보컬 중심의 재즈 공연이 펼쳐집니다. 말로는 매주 수요일 무대에 오른다고 해요.
주소: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54길 9-8
영업 시간: 매일 19시30분~22시40분
천년동안도
1987년 대학로에서 재즈 클럽으로 처음 시작해 1996년, 재즈를 연주하는 ‘섬(島)’에서 재즈 클럽이 ‘천년동안’ 지속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천년동안도’가 문을 열었어요. 오랫동안 대학로에서 운영을 하다 최근 종로 낙원상가 근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씨가 깜짝 드럼 연주를 펼쳤던 곳이기도 해요. 천년동안도는 대학로의 낭만과 정취가 고스란히 공간에 녹아 있습니다. 불타는 정열 속에서 그동안 수많은 1세대 재즈 아티스트와 해외 뮤지션이 공연해 온 명소예요. 매일 저녁, 1호점(낙원)과 2호점(종각)에서 흥겨운 라이브 공연이 펼쳐집니다.
주소: (낙원) 서울시 종로구 수표로 134, 2층 / (종각)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15길 6, 지하 1층 2층
영업 시간: 매일 18시~24시
INSTAGRAM : @chunnyun.nakwon
INSTAGRAM : @chunnyun.jonggak
연남5701
이름 그대로 연남동 570-1번지에 있는 연남5701은 클래식을 전공한 부부가 2021년 오픈한 재즈바예요. 1층은 여러 가지 악기가 진열된 악기점이 있고, 바로 옆에는 소프트5701이 있습니다. 연남5701은 바로 그곳 지하에 있어요. 1층과 지하 1층으로 나뉜 두 공간에서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인데요. 펍이나 R&B 혹은 클래식을 좋아한다면 소프트5701을, 재즈를 즐기고 싶다면 연남5701을 추천합니다. 라이브 공연 일정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다양한 종류의 와인이 많이 준비되어 있으니, 와인 한 모금과 재즈 한 소절로 긴 밤을 촉촉하게 적셔보세요.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23길 64
영업 시간: 수~일 18시30분~23시 (월, 화요일 휴무)
디도 재즈 라운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문을 연 디도 재즈 라운지는 재즈 특유의 자유로움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국내 뮤직 페스티벌 공연 기획을 담당하던 브랜드 매니저와 셰프, 소믈리에, 음향감독, 뮤지션이 합심해 만든 곳이에요. 이곳은 전체 좌석이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독특한 구성이 특징입니다. 음향과 조명, 동선 등 모든 것이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뮤지션에 집중한 공간인 것이죠. 재즈의 음악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시도에도 열성이에요. 레게, 클래식, 힙합 장르와 재즈를 섞기도 하고, 최근에는 투 재즈 피아노 공연도 선보였습니다. 음악과 음식 그리고 와인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감동을 직접 느껴보세요.
주소: 서울시 광진구 자양로 18길 56
영업 시간: 화~일 19시~24시 (월요일 휴무)
엔트리55
경기도민의 영원한 환승역인 사당역 인근에 있는 엔트리55는 재즈 뮤직 디렉터 3명이 기획한 긱(gig) 공연을 매주 수요일에서 일요일까지 1부와 2부로 나누어 각각 55분씩 선보입니다. 이곳의 큰 장점은 바로 외부 음식을 반입할 수 있다는 거예요. 배달 음식을 시켜 재즈 공연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말이죠. 단, 음료와 주류는 반입할 수 없답니다. 2022년 10월에 문을 연 엔트리55는 벌써 사당의 핫플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훌륭한 음향 시스템을 갖춘,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라이브 재즈 공연을 보며 치킨과 맥주를 먹을 수 있는 서울의 유일한 곳이 아닐까요?
주소: 서울시 동작구 동작대로1길 18
영업 시간: 수~일 18시30분~23시30분 (월, 화요일 휴무)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만화가 주호민이 유튜버 침착맨에게 한 질문이 한동안 밈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깜짝 스캣을 선보인 주호민의 노래처럼 재즈는 곧 ‘즉흥’이에요. 그리고 세상에 모든 즉흥적인 것에는 대부분 목적이나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죠. 재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도 재즈를 들으며 느끼는 그대로가 곧 각자의 재즈입니다. 선율에 몸을 맡기고 리듬에 마음을 기대어 온전히 재즈를 즐긴다면, 어두웠던 밤은 금세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낭만으로 반짝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