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하루를 보낼수록 일상의 귀함을 체감합니다. 그럴 때 평소보다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소박하지만 정성껏 차려 낸 한 끼는 나를 위한다는 마음까지 더해져 큰 위안이 됩니다. 든든히 배를 채우는 만큼 앞으로 나아갈 힘도 얻게 되고요. 먹고 마시는 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음미하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조식 :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일상이 바빠지면 가장 먼저 건너뛰게 되는 식사는 아침입니다. 하루의 시작이지만 허겁지겁 대충 때우게 되고, 가족과 살다가 독립하면 가장 먼저 잃는 끼니이기도 하죠.
이 책은 영화잡지 <씨네21>에서 기자로 일하는 이다혜 작가가 조식을 떠올리며 써 내려간 27편의 이야기입니다. 아침으로 어떤 음식까지 먹을 수 있는지부터 영화잡지 기자로 일하며 여러 영화제와 현장에서 챙겨 먹던 아침, 영화 속 식사의 장면들, 그리고 주로 아침을 책임지던, 또는 자신보다 누군가의 아침 식사를 챙기기에 바빴던 어머니의 존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야기를 읽다 보면, 새삼 ‘아침’에 이렇게 많은 의미가 있었나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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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시간』
일본의 유명한 만화가이자 에세이스트인 마스다 미리의 책, 『차의 시간』은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엿보는 즐거움이 있는 작품입니다. 찻집에서 만난 이들과 나누는 대화, 주변의 인물을 관찰하며 떠올린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만화책이라 휙휙 책장을 넘기며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마스다 미리의 귀여운 그림체를 보는 재미도 톡톡합니다.
마스다 미리는 ‘30~40대 여성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프로필의 소개처럼 여성이 특히 공감할 주제에 대해 자주 목소리를 내는데요. 이 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결혼이나 육아, 나이나 직업 등 여성과 관련된 주제나 일본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만화의 형식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드러냅니다.
소소하고 귀여운 대화가 주는 즐거움과 용기 있게 전하는 작가의 응원이 공존하는, 차의 시간을 따라가 봅시다.
『낮술』
대부분의 이들에게 아침이 하루의 시작이라면, 책의 주인공인 쇼코에게 아침은 하루를 마치는 식사입니다. 쇼코의 직업은 의뢰인이 부탁한 이를 지켜보거나 대화를 하며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도록 돕는 지킴이입니다. 밤에 하는 일이 끝나고 아침이 되면, 고심해 고른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술을 먹으며 긴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낮술은 쇼코가 열다섯 끼의 식사를 하며 펼쳐지는 열다섯 편의 이야기입니다. 열심히 고른 메뉴를 먹는 모습을 묘사하는 글을 읽다 보면 일본 가정식과 맥주를 먹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데요. 하지만 이 소설이 단지 먹고 마시기만 하는 이야기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쇼코가 지금과 같은 생활을 하게 된 과정과 주변 인물과의 관계, 그가 일하며 만나는 의뢰인을 겪으며 느낀 생각이 잇달아 오기 때문입니다.
쇼코의 이야기는 작년 9월 출간된 2, 3권에서 더 이어집니다. 쇼코의 주변 인물과 일들이 어떻게 꼬리를 물고 이어질지, 오늘의 아침은 어떤 식사로 마무리하는지 주인공의 하루를 함께해 보세요.
『중국집』
중국집은 26년 차 피아노 조율사인 조영권이 출장을 떠나 하루 동안 일을 하고, 일과를 마친 뒤 미리 봐두었던 중국집에서 밥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야기입니다. 고독한 미식가의 한국인 버전이라고나 할까요.
이 책에는 여느 식사 에세이에서 볼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찬양도, 화려한 미사여구도, 인상적인 사건도 없습니다. 단지 성실히 일을 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중국집에서 식사를 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피아노 조율사가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직업이다 보니 작가가 출장을 떠나 어떤 일을 하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피아노를 애정하며 즐겁게 일한다는 마음이 문장 곳곳에서 느껴져, 책을 읽고 나면 중국집을 시켜 먹고 싶은 마음과 피아노를 뚱땅거리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드는 이상한 일이 발생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이라는 단어 자체가 식사를 의미하기도 할 만큼 때맞춰 밥을 챙기는 일이 중요합니다. 누군가 행복하게 먹고 마시는 글을 감상하며, 각자의 일상력도 함께 키워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