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아무튼 시리즈’를 아시나요? ‘나’라는 세계를 구성하는 독특한 취향에 대해 쓴 도서 시리즈인데요. 『아무튼, 양말』, 『아무튼, 잡지』, 『아무튼 떡볶이』 등, 한 권에 하나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 작품들이랍니다. 그 책들에서는 특정 사물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느낄 수 있어요. ‘덕후’의 눈으로 보았을 때만 보이는 것들 말이에요.
오늘은 그 ‘아무튼 시리즈’처럼, 특별히 좋아하는 한 카테고리에만 집중한 공간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모두 연희동에 위치한 곳이니, 연희동에 갈 일이 있다면 한 번 들러 보세요.
사진 보미
유일무이한 엽서 도서관
‘포셋’
연희동 ‘포셋’은 약 3,200종의 엽서가 전시되어 있는 곳이에요. 도서관 서가처럼 생긴 곳에 엽서가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는,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공간이죠. 이곳에 있는 선반과 가구들은 오직 엽서 전시만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것들이랍니다. 서점에서 책을 장르나 작가명으로 분류하듯, 이곳에서도 엽서를 브랜드 혹은 작가명으로 분류해 두고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엽서부터 사진엽서, 팝업 형식의 엽서까지 매우 다양한 종류가 준비돼 있죠. ‘여기에 뭘 쓰면 좋을까?’ 고민하며 살펴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거예요.
한편에는 구입한 엽서에 바로 편지를 쓸 수 있는 작은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어요. 창을 마주 보고 의자에 앉아 작은 조명을 켜면, 하고 싶은 말이 펜을 타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걸 느낄 수 있죠. 전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다면, 이곳에서 엽서를 써 보세요.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증가로 18 3층, 305호
영업 시간: 매일 12시~20시 (월요일 휴무)
뜨개인들의 천국
‘바늘이야기’
유튜브에서 ‘바늘이야기 김대리’ 채널 보신 분, 혹시 계세요? 뜨개질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이곳은 바로 그 ‘바늘이야기’의 오프라인 매장이에요. 여러 가지 실과 바늘, 그리고 그 실로 만든 제품들까지! 없는 게 없는, 그야말로 ‘뜨개인들의 천국’이랍니다. 뜨개질을 해본 적 없더라도, 다채로운 색깔과 촉감의 실들을 구경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중 몇 개를 골라 바구니에 담게 될지도 몰라요.
2층으로 올라가면 따뜻한 분위기의 카페가 있습니다. 이 카페를 백 프로 즐기고 싶다면, 꼭 가방에 뜨개질감을 챙겨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잔잔한 피아노곡이 흐르는 가운데, 커피를 마시며 뜨개질을 할 수 있는 곳이거든요. 삼삼오오 모여 앉은 이들이 가방에서 뜨개질감을 꺼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답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하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이죠.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로11가길 15
영업시간: 매일 10시~20시 (명절 휴무)
연필만을 위한 아지트
‘흑심’
필자는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로 줄곧 샤프 펜슬만 써 왔는데, 최근 체코에 다녀오고 나서 연필에 관심이 생겼어요. 체코에는 1790년대부터 연필 등을 생산하고 있는 문구 회사가 있거든요. 한국에 돌아온 후 연필 전문 매장을 찾다 연희동 ‘흑심’을 발견했어요. 이 공간은 오직 연필만을 위해 마련된 곳이에요. 테이블과 선반, 벽면에는 온통 여러 브랜드의 연필들이 자리하고 있죠. 오랜 역사를 지닌 ‘미카도’, ‘코이누어’, ‘톰보우’ 등의 빈티지 연필이 가득합니다. 물론 연필이 가는 데 항상 따라가는 단짝 친구들, 연필깎이나 지우개들도 있고요.
무엇보다 독특하게 느껴졌던 건, 연필을 계산할 때 그 연필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거예요. 납작한 연필이라면 그런 모양으로 만들어진 이유, 주 이용자와 그 연필의 역사, 필기감 등에 대한 정보를 듣게 되죠. 그 이야기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점원의 표정, 행복한 목소리가 직접 고른 연필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연희로 47 3층
영업시간: 평일 13시~20시, 주말 13시~19시, 매주 월요일 휴무
INSTAGRAM : @blackheart_pencil
다른 사람의 취향 한 페이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공간들. 퇴근길, 혹은 주말에 이곳에서 충만한 행복감을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요. 취향으로 꽉 채워진 공간에는 행복도 가득 차 있어서, 그 공간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니까요. 필자가 소개한 곳 외에도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줄 독창적인 공간이 있다면··· ANTIEGG 인스타그램으로 살짝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