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EGG를 조명한 기획자의 감상을 전합니다.

드라마 <내일>은 자살을 다르게 묘사한다. ‘자살 장면’을 그리는 대신 ‘자살자의 목소리’를 듣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 구련, 최준웅, 임륭구로 이뤄진 ‘위기관리팀’은 자살을 앞둔 이들을 찾아 자살 시도를 저지하며 ‘삶’을 선택하도록 만든다. / 구련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성폭행 피해자에게 “누구도 널 탓할 수 없다”고 위로하고, 최준웅은 무기력에 빠진 공시생을 위해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치킨을 가져온다. / 드라마 <내일>은 위로와 공감의 필요성을 계속 이야기한다. 경청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장면들을 보며 생각한다. 미디어가 그리는 ‘자살’이 이제는 바뀔 때가 되지 않았냐고. / 자극으로 점철된 미디어에 경청이 끼어드는 것을 상상해본다. / 혼자 앓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기를, 죽음 대신 대화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이 ‘내일’을 꿈꾸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최윤영, <미디어는 자살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中

주변을 둘러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도심 사이를 걸으면서도 미디어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를 봅니다. 수많은 영상 콘텐츠에 노출된 우리는, 피를 노출하거나 투신 장면을 보여주는 등의 자극적인 장면도 쉽게 마주치곤 합니다. 우리는 이런 장면을 잠시 보고 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시청이 끝난 뒤에도 무의식 속 어딘가에는 남아있을 것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작고 커다란 어려움을 마주하게 됩니다. 어느 순간에는 피하기도 어려울 만큼 코 앞에 놓이기도 하고요. 이럴 때 우리는 살면서 보고, 들었던 수많은 장면과 대화에서 어려움을 극복할 힌트를 얻습니다. 다만 거기엔 자극적인 장면들도 포함되어 있겠지요.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끝내 죽음으로 내몰았던 장면들 말입니다.


좌절하고 절망한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봅니다. 자극이 가득한 세상에서 숨 쉴 틈 없이 휩쓸려 온 것은 아닐지,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며 각자의 존재에 대해 귀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려움 앞에 어떤 마음으로 서 있는지, 혹시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마음을 담아 귀를 기울입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어렵게 지나온 순간들이 겹쳐서 보이곤 하지요. 이렇듯 진심 어린 마음으로 타인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커다란 짐을 혼자 짊어지지 않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상대가 곁에 있음을 깨닫게 되지요.


삶에서 예기치 못할 때 찾아오는 좌절과 절망 앞,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래 최윤영 에디터의 아티클을 읽으며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위로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