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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이미지 경험
안태원의 작품 세계

무한히 유영하고 추출되고
변형되는 이미지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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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이미지는 어떤 운명을 가지고 태어날까요? 오늘날 이미지는 무수히 생성되어 항해하듯 표류하고, 또 무한히 갱신되고 가공되죠. 나날이 발전해 가는 기술로 우리는 어느 때보다 촘촘히 연결되어있는 사회에서 넘쳐나는 이미지들을 쉴 새 없이 마주하게 됩니다. 이러한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이미지를 어떻게 감각하고 경험하게 될까요? 디지털 시대에 무수히 생성되고 무한히 소비되는 이미지에 주목하는 안태원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 경험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I am Everywhere.”

보그 매거진에서 인터뷰하는 제니 모습 - 인스타그램 릴스
이미지 출처: 보그 공식 인스타그램

최근 블랙핑크 제니의 코첼라 영상을 즐겨 보았는데, 어느 순간 인스타그램 피드의 알고리즘이 제니로 도배되며, 멧 갈라에 참석한 제니가 뜨더군요. 어떻게 지내냐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제니는 “I am Everywhere.”이라고 답합니다. 가상과 현실의 시공 사이를 바쁘게 넘나들며 활동하는 제니에게 이보다 완벽한 대답은 있을 수 없었죠.

“Hiro is Everywhere”, 2022, 레진에 아크릴, 39x25x25cm
“Hiro is Everywhere”, 2022, 레진에 아크릴, 39x25x25cm. 이미지 출처: 안태원

그 순간 제가 알고 있는 ‘밈스타(memestar)’, 히로가 떠오르더군요. 히로는 뿌리(ppuri)라는 활동명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가진 안태원 작가의 반려 고양이로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합니다. 안태원 작가는 SNS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반려동물의 이미지가 밈이 되어 누구나 아는 스타가 되어가는 과정을 목격하며, 히로도 그들처럼 밈스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고 합니다.

“Hiro is Everywhere”, 2021, 레진에 아크릴, 퍼, 58x46x103cm
“Hiro is Everywhere”, 2022, 레진에 아크릴, 퍼, 58x46x103cm. 이미지 출처: 안태원
《PICREN》(2022, 얼터사이드) 전시전경, 가운데 작품이 “My Cat is Rockstar”(2021)
《PICREN》(2022, 얼터사이드) 전시전경, 가운데 작품이 “My Cat is Rockstar”(2022). 이미지 출처: 얼터사이드

이러한 작가의 소망이 담긴 “Hiro is Everywhere” 시리즈는 밈스타가 되어가기 위한 여정인 셈인데, 여타의 밈과는 달리 왜곡되고 변형된 형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온라인에 떠도는 밈의 고양이나 히로가 보여주는 기이하고 ‘킹받는’ 포즈와 행동들(하지만 사랑스러운!)이 작품의 형태로 출력되는 과정에서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발생하는 작가의 ‘중간자적 감각’이 과정에 개입하며 오차와 차연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What happened to hiro in the blue room”, 2022, 캔버스에 아크릴, 91x91cm
“What happened to hiro in the blue room”, 2022, 캔버스에 아크릴, 91x91cm. 이미지 출처: 안태원

이처럼 작가가 접한 고양이 밈인 비물질 데이터와 히로와 일상을 함께한 현실의 경험이 회화와 조각 등의 매체로 물질이 되어 물리적인 전시 공간을 점유하게 됩니다. 동시에 작가의 인스타그램 피드와 전시에 방문한 관람객이 촬영한 사진을 각자의 계정에 올리며, 또다시 비물질 데이터로 환원되어 팔로워들 그리고 고양이 밈을 즐겨보는 불특정 다수에게 도달하게 됩니다.


안태원(ppuri)의
(비)물질 감각에 대하여

안태원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와 동시대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디지털 밈을 형체화하여 본인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계신데, 작업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Crying Cat’ 밈으로부터 키우는 반려 고양이를 그리게 되셨다고 들었어요. ‘짤줍’이나 ‘밈줍’하실 때, 다시 말해 레퍼런스가 되는 이미지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기준은 모호한데요, 다만 완전히 무해한 이미지는 사양하고 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무해함’과 ‘숨은 이면’을 동시에 조명하는 이미지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아기 고양이는 이미지로만 봤을 때 굉장히 귀엽지만 실제로는 어리숙하기 때문에 이불에 변을 묻히기도 하고요.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사고를 많이 칩니다. 마냥 귀엽지만은 않다는 거죠. (킹 받는다는 거죠.) 아무튼 그런 중간자적인 이미지들을 주로 수집합니다. 그 포인트에 리얼리티가 있거든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리얼리티랄까요.

그렇지만 요즘은 짤줍(밈줍)을 많이 하고 있지 않아요. 단순히 밈을 향유했던 시기를 넘어 작업을 위한 레퍼런스로써 저돌적인 태도로 밈을 수집하게 되며 시각적 피로를 경험했거든요. 디지털 이미지의 빠른 생성과 소비 패턴에 휘말려 ‘이미지’ 자체의 운명의 무게를 가늠하는 내면의 장치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미지를 대하는 한없이 가벼워지는 태도에 회의를 느끼고 요즘은 현실의 것들에 집중합니다. 그럼에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디지털 감수성을 현실 감각과 섞으려고 합니다.

안태원 작가 공식 인스타그램
Can't sleep
이미지 출처: 안태원 작가 공식 인스타그램
안태원 작가 공식 인스타그램
Hiro.zip
이미지 출처: 안태원 작가 공식 인스타그램

가상공간의 시각적 경험을 물리적 공간에 선보이는 전시의 형태와 동시에 이 작품이 SNS에서 작품이 ‘밈화’되는 현상을 경험하며 작업하실 거 같아요. 작업이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무수히 넘나들며 작동하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의도한 결과라서 만족스럽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했습니다. 의도하긴 했지만 정말로 그렇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온전히 일반적인 디지털 밈처럼 소비되기에는 한계가 있는 듯하지만요. 어쨌거나 물리적 공간을 기반해야 존재할 수 있는 작업이다 보니 디지털 밈이 온라인 공간에서 퍼져 나가는 것처럼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재변형, 재유통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물리적 공간에 고립된 ‘밈’스러운 이미지의 고정력이 다음 작업을 위한 영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방주》(2022-2023)이나 리움미술관 《마우리치오 카텔란: WE》(2023) 전시의 경우 의도치 않게 가상공간에서 ‘밈화’되어가고 있는데요. 동시대 사람들이 이미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작가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저 스스로도 전시를 전시장에서 보다 SNS로 접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전시에 관한 감상도 마음에 드는 전시 부분을 촬영하여 업로드하는 것 이상으로 잘 나아가지 않게 되고요. 어디까지나 개인의 역량이겠지만 의식적으로 사유하기 어려운 시대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미지로 소통하는 시대인 만큼 그 흐름을 이용하되 한 발 물러서 경계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above me”, 2023, 아크릴에 캔버스, 91x91cm
“above me”, 2023, 아크릴에 캔버스, 91x91cm. 이미지 출처: 안태원

최근 작업에서 히로를 둘러싼 주변 환경과 작가님의 모습이 보이는 거 같아요. 히로와의 일상을 화면에 담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그동안은 히로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밈’스러운 형태로 변모시키는 작업을 했는데요. 그 결과물에 ‘히로’와 ‘저’ 사이에 축적된 은밀한(?)교감은 담기지 않았어요. 그저 히로를 ‘밈스타’로 만들고 싶다는 저의 개인적인 욕망만이 투영되어 있죠. 이로 인해 인간 프린트기가 되어 쉬지 않고 다양한 모습의 히로를 현실에 출력하고 정보의 소용돌이 속에 투하시키며, 여타 유명 고양이 밈처럼 자생력을 불어넣으려 했어요. 약 2년간 열심히 달려서 히로를 어느 정도 남부럽지 않은 고양이로 만든 것 같으니 이제는 히로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고유한 시선이 담긴 풍경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적 감상이니만큼 오랜만에 캔버스와 직접적으로 닿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붓을 들어 보기도 했고요.

《Liminal Room》(Plan X Gallery, 밀라노, 2023) 전시 전경
《Liminal Room》(Plan X Gallery, 밀라노, 2023) 전시 전경. 이미치 출처: Plan X Gallery

현재 밀라노 Plan X 갤러리에서 개인전 《Liminal Room》(전시는 6월 12일까지)을 진행하고 있으시고, 곧 어떤콜렉티브와 도잉아트에서 3인전을 앞두고 계시죠. 앞으로의 계획과 어떤 작업을 이어가고 싶으신지요.

요즘은 이미지의 생성 이후에 남은 것들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온전한 하나의 이미지 자체로도 밈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여러 가지의 이미지가 잘라 붙여지고 왜곡되며 생성되는 밈도 있잖아요. 이미지의 탄생을 위해 사용되고 남은 이미지 조각은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 보다가 문뜩 제 작업 공간의 이젤 뒤로 그림이 그려지며 필연적으로 남게 된 흔적들이 축적되어 있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구체적인 것은 더 고민해 봐야겠지만요.


INSTAGRAM : @ppuri_
INSTAGRAM : @hiro.aka.hero


“Hiro could be Everyone”

“Hiro is Everywhere” 시리즈에서 마주하게 되는 히로는 작가가 부여한 ‘밈적 생명력’을 넘어 작품을 관람하거나 작품의 이미지가 도달하는 이들에게 어디에나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이미지의 운명을 말해주는 듯 느껴집니다. 가상공간에서의 시각적 경험과 물리적 공간에서의 현실의 감각 사이에서 언제나 줄다리기하듯 균형감각을 요구받는 우리에게 작가의 작업은 이미지의 운명과 조건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합니다. 이제 가상공간을 표류하는 히로는 이제 어디에나 있고, 또 누구나 히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류희연

류희연

느리지만 가치 있는 발걸음들에
발맞추어 걷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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