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사진가
윌리엄 클라인

사진의 가능성을 열고
이정표를 세운 현대 사진의 혁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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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사진 찍기를 좋아하시나요? 최첨단 기술 사회와 대 인스타그램 시대를 맞아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요즘, 사진은 자신을 표현하는 훌륭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글이나 그림처럼 예술 장르로서 사진을 취미로 가진 사람도 많죠. 한 장의 사진은 백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보와 감정을 전해주기도 하니깐요. 사진이 현실을 복제하는 기술에 그치지 않고 울림을 전달하는 예술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속에 미묘하고도 무수한 함의가 있기 때문이에요. 윌리엄 클라인은 사진의 예술적 가능성을 보여준 사진가입니다. 현대 사진의 포문을 열어준 그의 뷰파인더를 함께 들여다보시죠.


현실을 포착하는 다큐멘터리 사진

“Pray + Sin”, New York, 1954-55
“Pray + Sin”, New York, 1954-55, 이미지 출처: Estate of William Klein

사실성과 기록성은 사진의 주요한 특성입니다. 글이나 그림이 표현할 수 없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출력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사진 매체가 갖는 힘은 강력하죠. 따라서 초기 다큐멘터리 사진은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정보 전달의 수단으로 기능했습니다. 뉴스의 보도 사진처럼 객관적인 시선으로 공적인 태도를 지켜야 했어요. 사진가는 사건의 중심에서 한 발짝 떨어진 상태로 관찰자가 되어 기록에 열중했습니다. 그것이 사진가의 바른 자세이자 역사를 포착하는 사람의 윤리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윌리엄 클라인은 방관자적인 태도로 일관하지 않았습니다. 변동하는 현실 속에서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했죠. 그의 사진에서는 촬영자의 주관이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과거 다큐멘터리 사진의 한계를 극복한 또 하나의 다큐멘터리 사진 스타일을 창조했어요. 현실을 왜곡하거나 거짓을 말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시각적 표현에 있어서 다큐멘터리 사진의 가능성을 연 것이죠.


뉴욕의 그림자로 들어간 사진가

“Gun 1”, New York, 1954
“Gun 1”, New York, 1954, 이미지 출처: Estate of William Klein

윌리엄 클라인은 1928년 뉴욕에서 태어났어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도시를 본격적으로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1950년대 미국의 모습은 화려하고 풍요로웠습니다. 생산기술의 발전으로 상업화가 급속도로 일어났고 경제적으로 팽창했던 시기였죠. 그러나 피상적인 모습일 뿐 그 내면은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냉전 이데올로기, 자본주의의 폐해, 전쟁 후유증, 극심한 빈부 격차와 인종 차별 등 소외와 불안으로 긴장감이 팽배했죠.

그래서 클라인은 거리로 나섰습니다. 그가 초점을 맞춘 곳은 포장된 도시의 이면이었어요.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목했고, 그들의 일상에서 변화하는 시대 정신을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클라인이 생각한 뉴욕의 사회 현상이나 문화의 흐름을 접할 수 있었던 곳이 바로 거리였어요. 무분별한 문명화로 버려진 잔해들을 찾을 수 있었던 곳도 거리였죠.

“Concert Rolling Stones”, Paris, 1982
“Concert Rolling Stones”, Paris, 1982, 이미지 출처: Estate of William Klein

윌리엄 클라인은 기존 다큐멘터리 사진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 날 것 그대로의 사진 스타일을 시도했습니다. 그때의 뉴욕 거리가 그랬던 것처럼 구도는 난잡하고, 초점은 흔들렸으며, 입자는 거칠고, 톤은 뭉개졌죠. 사진을 어떻게 찍을지 고민하기보다, 사진에 무엇을 담을지 생각했던 그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사진적으로 완벽함은 떨어질지 모르나 현실감은 극대화되었고, 동시에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했던 클라인의 주관이 효과적으로 드러나고 있어요. 화면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담기 위해 넓은 화각, 즉 광각 렌즈를 사용했지만 대상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최대한 다가가서 클로즈업한 프레이밍도 클라인의 고발적인 시점을 잘 나타냅니다.


현실을 직면하는 순수한 시각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평생 ‘결정적 순간’을 좇았습니다. 완벽한 구도와 선명한 초점, 정확한 노출을 세팅하고 극적인 찰나를 기다렸어요. 윌리엄 클라인이 제멋대로 뉴욕을 촬영했을 때 사용한 라이카 카메라는 사실, 그가 프랑스에서 그림을 공부하던 시절 브레송에게 물려받은 카메라였습니다. 클라인은 브레송과 같은 카메라를 쥐었지만, 그 당시 ‘좋은 사진’의 표본이라 일컬었던 브레송의 사진과 정반대의 사진을 추구했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이미지 출처: Fondation Henri Cartier-Bresson
윌리엄 클라인, “In front of candy store neighborhood headquarters”, New York, 1955
윌리엄 클라인, “In front of candy store neighborhood headquarters”, New York, 1955, 이미지 출처: Estate of William Klein

윌리엄 클라인이 무모할 정도로 반항적이고 비상식적이었던 사진 기술을 썼다고 해서 유명해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보고 느낀 뉴욕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촬영한 것뿐이에요. 겉보기엔 거칠고 투박하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본 것입니다. 그 결과 뉴욕의 거리와 사람을 ‘뉴욕답게’ 표현한 클라인의 사진집 『뉴욕(New York)』은 출판 이듬해인 1956년 파리에서 세계적인 권위의 ‘나다르상’을 안겨줍니다.

“Christmas Shopping”, New York, 1954,
“Christmas Shopping”, New York, 1954, 이미지 출처: Estate of William Klein

그의 사진집은 이전의 다큐멘터리 사진들처럼 역사를 기록해서 과거를 기리는 사진이 아닌, 당장 직면한 현실에 어떻게 대처하고 문제를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이 나타나 있어요. 이는 다큐멘터리 사진에 있어서 ‘단순한 사실성의 추구와 현대적인 진실성의 추구 중 과연 어느 쪽이 보다 더 생생한 객관성을 전달하고 있는가’에 대한 담론을 던진 계기가 되었고, 사진사에 획기적인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사건이 아니라 상황이라는 말도 윌리엄 클라인 사진의 특성에서 비롯했습니다.


사진은 진실만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단조롭고 객관적인 예술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계적인 특성만으로 사진을 판단하기엔 부족함이 많습니다. 대상을 향한 촬영자의 태도와 시점에 따라 사진은 주관을 말할 수도, 때에 따라선 진실 너머의 진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2022년 96세 일기로 윌리엄 클라인은 별세했지만, 그가 열어둔 사진 매체의 가능성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 이소연, 1950년대 미국 다큐멘터리 사진에 관한 고찰: 윌리엄 클라인의 「뉴욕」을 중심으로, 홍익대학교, 2001.

Picture of 강성엽

강성엽

아직은 한창이란 생각으로 경험에 망설임이 없습니다.
성패와 상관없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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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추상 작업 앞에서 윌리엄 클라인, 1952, 이미지 출처: Estate of William Kl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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