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바다로 향하게 하는 계절, 여름입니다. 파도가 치는 날이면 바다로 뛰어나가 파도를 타는 사람들, 그들을 보며 서퍼를 꿈꿔보신 적 있나요? 자유를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 서핑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은 당신을 위해 서핑에 관한 흥미롭고 유익한 상식들을 준비하였습니다. 서핑의 역사부터 세계의 전설적인 서핑 포인트까지. 이 아티클과 함께 어쩌면 서퍼의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당신의 내면을 깨워보세요.
서핑의 시작 그리고 지금
전 세계 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수상 스포츠, 나아가 많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으로 자리매김한 서핑. 그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요? 서핑 문화의 뿌리1)는 하와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하와이섬에 폴리네시아인들이 정착했던 역사적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데요. 디즈니 영화 <모아나Moana>(2016)의 모티프로 유명한 폴리네시아인들은 전설적인 항해술을 가진 항해 민족이었습니다. 바다와 공존하던 이들은 파도를 타던 문화를 가지고 있었는데 하와이에 정착할 때 이 문화도 함께 정착되었죠.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James Cook이 하와이를 발견한 후 써 내려간 일기에서 이들의 파도를 타는 모습에 대한 묘사가 서핑에 관한 최초의 기록으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하와이에서 서핑은 하나의 의식이자 예술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1) 서핑 문화의 뿌리: 서핑의 유래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사실은 없지만 대다수 학자들의 추론은 폴리네시아인들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의견이 모인다. 그 증거로는 파도 타는 모습을 그린 12세기의 동굴 벽화를 발견한 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서핑은 보드로 파도를 타는 행위를 의미한다.
현대 서핑은 20세기의 역사적인 서퍼들에 의해 정립됐습니다. 그들 중 ‘현대 서핑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하와이 출신의 듀크 카하나모쿠Duke Kahanamoku는 뒤에 언급할 ‘알로하 정신’과 함께 서핑을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도록 이끈 서핑 역사 속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는 수상 스포츠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며, 수영 선수로 올림픽에 참가해 여러 차례 메달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서퍼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은퇴한 이후였죠. 와이키키 해변에 최초로 서핑 클럽을 열고 각국을 순례하며 서핑 전시회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전 세계에 서핑 문화를 확산했습니다.
1959년, 하와이가 미국의 50번째 주로 편입되었는데요. 이때 하와이 고유의 문화였던 서핑은 관광객들에게 전례 없는 붐을 일으키며 서핑 클럽이 있던 해변들이 관광 명소로 자리 잡게 됩니다.
점차 시간이 흐르고, 1960년대 미디어의 대중화로 각종 음악, 영화, 방송 등에서 서핑이 소비되기 시작하며 인기는 가속됩니다. 완벽한 파도를 찾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하는 젊은 서퍼들을 담은 영화 <The Endless Summer>(1966)는 당시 최고로 흥행하며 많은 이들에게 파도를 쫓아 세상을 탐험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환상을 심어줍니다. 이 기세를 이어 ‘스투시Stüssy’, ‘파타고니아Patagonia’와 같이 서핑 철학에 기반을 둔 브랜드들이 탄생하게 됐죠.
기술의 발달도 서핑 문화 확산에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점점 진보된 소재들로 더욱 가볍고 잘 뜰 수 있는 서핑보드가 제작되고, 차가운 물속에서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웨트슈트가 발명됩니다. 누구나, 언제든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죠.
서퍼들은 각자의 스타일에 맞는 보드를 골라 섬세하면서도 과감한 스킬을 선보입니다. 이제껏 타본 적 없는 새로운 파도를 찾아 낯선 곳으로 떠나기도 하죠. 지금의 서핑은 스포츠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삶의 방식’이 되었습니다.
삶을 바라보는 방식,
알로하 정신
서핑 세계에는 ‘알로하 정신Aloha Spirit’이라 불리는, 서퍼들이 지녀야 할 가치이자 태도를 지칭하는 말이 있습니다. 서퍼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인사법이자 수신호인 ‘샤카 사인Shaka Sign’도 이 알로하 정신을 상징하는 일종의 매개체입니다. 하와이에서 인사말로 사용하고 있는 ‘알로하Aloha’는 하와이어로 사랑 혹은 연민을 뜻하는, 더 나아가 여러 감정을 내재하고 있는 복합적인 단어입니다. 이는 단순한 언어 개념이 아닌, 공동체 그리고 자연과 강한 유대감을 갖는 하와이의 뿌리 깊은 문화를 반영하고 있죠.
앞서 언급한 서핑의 역사에 늘 황금기만 존재했던 것은 아닙니다. 제국주의가 고조되었던 19세기, 하와이는 유럽의 간섭을 받게 되고 그들의 억압으로 인해 서핑은 한동안 금지되었습니다. 하와이의 서퍼들은 암흑기 속에서도 알로하 정신을 잃지 않고 서핑 문화를 보존했죠. 이는 오늘날 서핑이 자유를 상징하는 것과도 연결됩니다. 알로하 정신을 구현하는 서퍼들은 사랑을 기반으로 친절과 존중으로 서로 연결된 커뮤니티를 형성합니다. 삶을 바라보는 이런 방식은 서퍼뿐만이 아닌, 우리가 세상과 연대하며 살아가는데 지녀야 할 정신이 아닐까요.
자연이 만들어내는 광대한 파도
역사 속 바다는 인간의 활동 반경을 좁힘과 동시에 넓히는 불가분의 관계였습니다. 파도는 인간이 나아갈 수 있도록 돕기도, 때로는 위에 머무르게 하기도 했죠. 바다에 늘 존재해 온 파도 덕분에 우리는 수백 년 넘는 시간 동안 파도타기라는 문화와 공존할 수 있었습니다.
서퍼들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해 아름다운 파도가 형성되는 곳을 찾아 모입니다. 해양의 바닥은 저마다의 구조를 띠며, 파도는 그 모양에 영향을 받아 흐르는 물결이 찰나의 바람을 만나 결정되죠. 이러한 이유로 세상에 같은 파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부분이 서핑의 매력을 무한대로 증폭시킵니다.
고유한 파도를 가진 저마다의 바다 중에서도 많은 서퍼들이 황홀함을 경험한 곳으로 지목하는 서핑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서퍼라면 살면서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서핑 명소 3곳을 소개하며 마칩니다.
1) 하와이의 오하우, 미국
현대 서핑의 발상지이자 근본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하와이, 세계 최고의 서핑 포인트에 대해 묻는다면 하와이는 늘 빠지지 않고 언급됩니다. 다채로운 서핑 포인트가 존재하는 오하우섬에서는 근사한 파도뿐만 아니라 로컬 서핑 축제와 알로하 정신까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2) 퀸즐랜드의 골드코스트, 호주
서퍼의 파라다이스Sufers Paradise라는 이름을 가진 구역이 속해 있는 골드코스트는 영화 <The Endless Summer>에도 등장한 바 있는, 말 그대로 서퍼들의 천국입니다. 70킬로미터 정도의 긴 해변에서는 일 년 내내 일정하고 완벽한 파도가 칩니다. 매년 국제 서핑 대회가 주최되기도 하지요.
3) 타히티의 테아후푸,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지상 낙원이라고 불리는 타히티는 환상적인 자연경관과 함께 최대 9미터에 달하는 장대한 높이의 파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럴 웨이브Barrel Wave를 경험할 수 있다는 타히티의 파도는 많은 서퍼들에게 잊지 못할 경이로운 순간을 선사합니다.
“인생도 서핑과 비슷하다는 걸 배웠다. 파도 밑에 처박혀도 곧바로 일어나야 한다. 파도 너머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
”_ 영화 <소울서퍼Soul Surfer>(2011)
서핑의 경험 속에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찾는 지혜들이 담겨있습니다. 낯설고 예측 불가한 요소들을 두려워 않고 직면한다면 이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에 속하게 될 것입니다. 서핑과 함께 많은 이들의 삶에 파도가 주는 신비로운 힘이 닿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