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잡지는 트렌드와 유행을 신속하게 전달하는 매체였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고 소셜 미디어가 대중화되며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자 잡지는 속도보다는 깊이에 집중하기 시작했죠. 이제 잡지는 하나의 주제를 파고들며 유의미한 담론을 제시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쌓으며 아카이빙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행부터 브랜드, 문학, 영화 등 다양한 주제의 독립잡지 중에서도 이번에는 국내 지역을 다채롭게 탐구하는 로컬 매거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름다운 물성을 넘어 감도 높고 풍성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로컬 콘텐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식문화로 풀어낸 도시 이야기
‘고을’
‘고을(goeul)’은 ‘이웃의 부엌을 여행합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우리나라 지역의 식문화를 소개하는 단행본 시리즈입니다. 매거진 ‘툴즈(Tools)와 ‘부엌(Boouk)’ 매거진을 만든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출판 브랜드 ‘로우프레스’에서 출간하고 있죠. 이들은 하나의 도시를 직접 여행하며 발견한 고유한 가치와 이야기에 주목하는데요. 각 지역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기반으로 역사부터 전통, 음식, 제철 식자재 등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지역 경주를 시작으로 담양, 강릉, 대구, 순천 총 5권의 시리즈를 발간해 왔죠.
통통 튀는 색감과 감각적인 그래픽이 돋보이는 책은 풍성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통주처럼 해당 지역에서 오랜 전통을 계승하며 식문화를 일궈온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오래도록 사랑받는 로컬 식당, 지역 식자재를 활용한 레시피까지. 한 지역이 꾸준하게 일궈온 식문화와 삶의 모습을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죠. 이 외에도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이나 문화재 등의 명소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요 관광지와 로컬 맛집 및 공간을 담은 가이드 맵도 동봉되어 있어, 여행 시 유용한 길잡이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고을 goeul vol.5 : 순천』 구매 페이지
INSTAGRAM : @goeulbook
취향이 깃든 소도시 탐구생활
‘소도시’
‘소도시(so.dosi)’는 한국의 작고 소박한 소도시를 소개하는 매거진입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살아보지 못한 도시를 탐험하며 장소부터 사람, 경험을 전달하며 로컬 지역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있죠. 책은 뻔하고 평면적인 여행에서 벗어나 깊이 있고 감도 높은 여행을 제안하는데요. 전통문화와 동시대 문화를 동시에 들여다보며 역사적인 장소부터 음식점, 카페, 서점, 편집숍 등 섬세한 취향이 깃든 공간을 수집하여 알차게 담아냈습니다. 2019년 종로를 시작으로 군산, 통영, 강릉까지 총 4권의 시리즈가 발간되었죠.
매거진의 독특한 점은 시간 순서로 콘텐츠를 배열했다는 점인데요. 아침부터 정오, 오후, 그리고 자정까지 각 시간대와 어울리는 공간과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소개하여 직접 여행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합니다. 외국인 관광객도 읽을 수 있도록 한글과 영문을 병기했고,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따뜻하고 낭만적인 장면도 인상적이죠. 이 외에도 워케이션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도 다루고 있습니다. 페이지를 찬찬히 넘기다 보면 아기자기한 소도시로 떠나고픈 로망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so.gangneung』 구매 페이지
INSTAGRAM : @sodosi.kr
익숙한 동네를 새롭게 여행하다
‘아는동네’
‘아는동네’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이야기로 동네를 경험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매거진입니다. 도시 문화 콘텐츠 기업 ‘어반플레이’에서 2017년 창간한 이 시리즈는 연남동을 시작으로 을지로, 이태원, 성수부터 강원도 등 서울 외 지역까지 아우르며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 왔습니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을 지역을 바꾸며, 지역은 다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사람과 공간, 브랜드를 소개하며 동네가 지닌 고유한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죠. 최근에는 경기관광공사와 협업하여 경기도 골목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웹진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매거진은 즐겨 방문했지만 잘 알지 못했던 동네의 이면을 알리는 데 집중하는데요. 이들은 동네를 대표하는 키워드를 해시태그로 분류하여 지역 특성과 주변 환경, 건축, 교통 등 동네의 구성 요소를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또한 SNS에서 유명한 맛집보다는 역사 깊은 가게를 소개하고, 동네 주민과 상인을 인터뷰하며 생생한 현장까지 녹여냈죠. 이들은 동네가 단순히 소비되는 것을 넘어 사람들에게 재발견되고 기억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켜야 하는 가치들을 전달하며 건강한 로컬 문화를 만들고자 앞장서고 있습니다.
『아는동네 아는전주』 구매 페이지
INSTAGRAM : @i.know.here
그동안 국내 도시와 동네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표면 위에 부유하는 피상적인 이야기만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감각적인 시선으로 심도 있는 콘텐츠를 제시하는 로컬 매거진을 통해 국내 도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