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아름다운
다모의 세계

모두가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할 수 있도록
아티스트 다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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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문 밖은 커녕 이불 밖으로도 나가기 싫을 때가 많습니다. 내 피부는 울퉁불퉁한데 왜 인스타그램 속 사람들은 깐 달걀처럼 뽀얀 얼굴을 하고 있나요. 현실은 시궁창인데 바깥 세상은 왜 이리 화려하고 완벽해 보이는지요. 그런 마음이 들 때면 매끈하고 완벽하기만 한 이미지들을 재빠르게 지나쳐, 아티스트 다모의 세계로 향합니다. 그곳에서는 모든 게 괜찮기 때문이죠. 머리는 아저씨인데 몸은 강아지여도. 반짝이는 눈망울을 가진 근육질 털쟁이 토끼가 있어도. 혓바닥 위로 개미가 우글거려도. 얼굴은 기다란 직육면체인데 코는 이리저리 비뚤어져 있어도. 다모의 세계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절대 우리를 해치지 않습니다. 그저 당신과 내가 불완전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고, 저마다의 이상함을 사랑하게 만들 뿐이죠.

다모 작가의 작품세계가 궁금해 그의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빨간 벽돌 집에 살고 있는 사납고 귀여운 고양이. 거실을 가득 채운 도자기. VR 기기를 쓰고 만나는 디지털 세계 속 친구들. 민트색 티셔츠와 어금니 탈을 쓴 다모 작가까지.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모든 생각이 선명해졌습니다. 이토록 기괴하고 우글거리고 뒤틀린 그의 작품 세계를 사랑해 마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요!

인터뷰어 임수아
인터뷰이 다모(@damo.97)
포토그래퍼 채린(@chln.lin)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작업실이 참 아늑하고 예뻐요.

작업과 생활을 함께하는 공간이에요. 앗, 잠시 고양이 밥 좀 주고 와도 될까요? 원래 방 안에서 잘 안 나오는데. 아까 사진가 분께서 쓰다듬으시길래 놀랐어요. 원래 모르는 사람을 엄청 경계하거든요.(웃음)

고양이가 있는 작업실이라니, 소중하고 귀합니다. 거실은 도자기 작업을 하는 곳인가 보아요.

주로 방에서 컴퓨터로 3D 애니메이션 같은 디지털 작업을 해요. 무르까라는 이름으로 친구와 함께 도자기 작업도 하고 있는데, 그걸 거실에서 하고요. 종종 타투 작업도 하고 있어요.

다채로운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나가고 계시지요. 그중에서도 주로 애니메이션, 넓게 말하면 디지털 아트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런 매체를 선택해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그때 처음 3D 프로그램을 접했다가 재밌어서 나머지는 독학으로 배우게 되었어요. 원래 회화 같은 순수 미술이나 조각을 하고 싶어서 시도해보기도 했는데요.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문제점이 있더라고요. 전시가 끝났을 때 처리할 방법도 없고요. 누가 사가지 않는 이상 처리할 방법도 없고, 둘 공간도 없어요. 회화 쪽에는 이런 문제점이 있구나 싶었죠. 그래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디지털 작업을 선택하게 된 것도 있어요.

디지털 작업의 특성상 물성을 가진 채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 그런 장점이 있겠네요. 디지털이라는 매체는 강한 자극을 불러 일으키지만, 동시에 빠르게 휘발되기도 합니다. 작업하고 있는 매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전시를 하지 않는 이상 제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스타그램이에요. 사람들이 SNS를 열심히 집중해서 보진 않잖아요. 쉽게 슥슥 넘기는 매체이다 보니까요. 그런 부분에는 아쉬움이 있어요. 조금 더 자세히 보여주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화면을 통해 시각적으로 마주할 때도 유독 다모 작가의 작품은 오감을 짜릿하게 자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유의 울퉁불퉁하고 자글자글한 질감 때문이지 않을까 짐작했는데요.

3D 작업을 할 때 그 질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허구의 존재들을 진짜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애쓰고요. 디테일한 부분들을 최대한 신경 써서 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해요.

완전히 판타지처럼 만들 수 있음에도 현실 같아 보이게 만들고 싶은 이유는 무엇이에요?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재밌어요. 한 번은 잡지사에서 화보 촬영을 하는데 소품으로 쓰겠다고 협찬해달라고 메일이 온 거예요. 사실 다 3D 이미지였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냥 무시했어요.(웃음)

으하하. 작업을 하는 과정의 재미는 또 무엇이 있어요?

질감에 대해서 질문을 받는 것도 재미있어요. 클레이 질감으로 작업을 하면 누군가는 이게 3D 작업인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기도 해요. 반면에 이런 작업을 해 온 친구들이 어떻게 이런 질감을 냈냐고 물어볼 때 대답해주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에요.

어금니 탈을 쓴 다모 작가. 빨간 벽돌로 세워진 벽에는 중국집 전단지가 붙어 있고, 계단에는 작가가 만든 귀여운 재떨이가 있다.

작품에서 주로 다루는 소재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정형적이고 어딘가 뒤틀린 것들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특이하게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이상하게 그리는 게 재미있었고요. 제가 만드는 것들은 형태가 완전하지 않아요. 사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은 존재잖아요. 거기에서 동질감을 느끼며 이런 작업을 하는 거죠.

기괴하고 이상한 형태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소재 자체는 매우 일상적인 경우가 많아요. 보통 어디에서 작업을 시작하고 영감을 얻나요?

옛날에는 꿈을 꾸면 그 내용으로 작업을 많이 했어요. 또 가끔은 우울감이 작업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요즘은 꿈을 잘 안 꿔서 그냥 길거리에서 얻는 일상적인 순간들을 뒤틀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거기에 무의식이 더해지게 되고요. 문득 떠오르는 이상하고 엉뚱한 생각을 붙잡아서 작업으로 가져오는 거죠.

예시를 들어줄 수 있어요?

제가 만든 것 중에 ‘아저씨’가 있는데요. 몸은 강아지고 얼굴은 아저씨예요.(웃음) 하루는 길을 가다가 강아지의 뒷모습을 봤는데, ‘저 강아지는 귀여울까?’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러다 ‘뒷모습은 귀여운데, 얼굴이 하나도 안 귀여우면 어떡하지?’ 생각했죠. 그럼 세상에서 가장 안 귀여운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 아저씨 강아지가 탄생하게 된 거죠.(웃음)

그런 비화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다모 작가는 직접 만든 디지털 세계 속 존재들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가끔은 제 자신이 투영되는 경우도 있고, 제 친구를 생각하며 만들 때도 있어요. 주변의 존재들일 때도 있고 아예 상관 없는 것들이기도 하고요.

그 존재들이 정말 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길 바라요?

음… 글쎄요. 그냥 다들 자기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길 바라요.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도록요.

가끔 사회는 정해진 규칙이 있는 양, ‘정상적인’ 삶을 강요하며 개개인을 짓눌르기도 하는데요. 작가님의 작품은 보편적인 규칙, 평범하고 전형적인 것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도 합니다.

사회가 어떤 길로 가야 한다고 강요할 때, 오히려 그곳으로 가지 않는 편이에요. 저마다 능력도 성격도 다른데, 모두에게 같은 정답만을 강요하는 거잖아요. 그건 너무 일방적이지 않나 싶어요.

누가 뭐라고 했든 나만의 길을 찾고자 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타고난 성정에서 비롯된 건가요?

사실 저는 정말 말 잘 듣는 학생이었어요. 오히려 성인이 되고 난 뒤에 삐딱선을 탄 거죠.(웃음) 그래서 부모님이 되게 놀라셨어요. 어렸을 때는 무조건 모든 말을 다 잘 들어야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러다 성인이 된 뒤 사회에 나와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고 크게 충격을 받았죠. 그래서 그때부터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게 되었고요.

스스로 자유롭다고 느껴요?

그래도 자유로운 편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작업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그걸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하고요.

더욱 자유로워지고 싶을 때 하는 것도 있어요?

내향인이라 집에 있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딱히 무언가를 하기보단 집에서 잠을 실컷 자는 게 더 좋아요.(웃음)

다모 작가는 집에서 잠을 잘 때 가장 자유롭다고 말했다.
그에게 더욱 커다란 자유가 찾아오기를 바라며…

한 인터뷰에서 늘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창작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어요. 이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사람들이 ‘예민하다’라는 단어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어느 정도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조금 더 날카롭게 바라볼 필요도 있고, 그래야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많기도 하니까요.

감상자들이 다모 작가의 작품을 어떻게 느끼길 바라요?

보이는 그대로요. 사실 복잡한 설명을 가진 미술 작품이 많잖아요. 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힘들 때도 있고요. 반면 제 작품은 보자마자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주 직관적으로요. 또 이해하기 쉬웠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예술이 있는 반면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도 있었으면 해요.

다모(DAMO) 작가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고양이 망고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작업도 있어요?

긴 영상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단편 애니메이션 같은 것이요. 영화제 같은 곳에 출품하고 싶은데요. 제가 기획을 잘 못하고 끈기가 없어서 짧은 영상이나 이미지만 만들어 왔거든요. 그래도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웃음)

기대하고 있을게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결국 어떤 창작자가 되고 싶나요?

그저 꾸준히 작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지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멈추거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힘을 가지고 싶어요.

멈추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원천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다른 작가님들과의 교류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고요. 그런데 제가 밖에 나가거나 누굴 만나는 거 별로 안 좋아 하니까… 음… 그럼… 그냥 인스타그램으로 열심히 소통하면 되지 않을까요?(웃음)


INSTAGRAM : @damo.97


터무니 없이 과도하거나 형용할 수 없이 우글거리는 것들은 때론 우리를 매혹합니다. 문화 평론가 마크 피셔는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에서 우리가 기이한 것에 끌리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기이한 존재 혹은 대상은 너무나 이상해서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혹은 적어도 여기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그런 존재 혹은 사물이 여기에 있다면, 그때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지금껏 차용해 왔던 범주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결국, 기이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며 우리의 이해가 불충분했을 뿐이다.”

다모 작가의 작업실에서 나오며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상하고, 그 이상함을 나눌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이죠. 한껏 기이하고 귀여운 다모 작가의 작품을 들여다 보며, 세상을 달리 바라보고 널리 이해할 수 있을 만한 힘을 얻습니다.


임수아

임수아

아름다운 것만이 삶을 의미있게 만든다 믿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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