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진정한 ‘나’
라는 환상

새로운 사진의 시대 혹은
새로운 초상화의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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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에는 이제 한 집 건너 한 집 즉석사진관이 들어섰다. 특정한 콘셉트를 가진 증명사진관도 늘어났다. 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진관들은 매일매일 예약이 가득 차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일반적인 증명사진과는 달리 ‘나만의 사진’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는 약속을 던진다. 그런데 그 사진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의문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정말로 사진에 등장하는 이 사람이 바로 나일까? 나라기에는 지나치게 다듬어진 얼굴과 익숙하지 않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체, 그리고 그 모습 위로 어디서 본 것만 같은 기시감이 스쳐 지나간다. 사진을 찍기 전 인스타그램 홍보 글에서 본 몇몇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나는 이 사진을 처음 받아서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 사진을 어디에선가 본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왜 나는 특이한 색의 배경지와 조명으로 가득 찬 사진 속에서도 여전히 나보다는 나를 닮은 어떤 유형을 먼저 발견하게 되는 것일까? 만일 그 사진 속에 진정한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안에는 누가 존재할까?


초상화 대對 초상사진

사진의 초창기 유형이 처음 보급되었을 때 가장 많이 찍힌 사진 유형 중 하나가 바로 초상화였다. 사진은 소수에게만 허락되었던 초상이라는 문화를 보다 넓은 계층에게로 널리 퍼뜨렸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자신의 저작 『사진의 작은 역사』에서 초상화를 대체하기 시작한 초상사진이 어떻게 초상화와 다르게 사진 속 존재를 감상자에게 각인시키는지를 분석한다.

데이비드 옥타비우스 힐, <뉴헤이븐의 생선 파는 여인>, 1843-1847, 음화를 이용한 식염지 인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데이비드 옥타비우스 힐, <뉴헤이븐의 생선 파는 여인>, 1843-1847, 음화를 이용한 식염지 인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하지만 사진의 경우에 사람들은 뭔가 새롭고 특이한 점을 만나게 된다. 「뉴헤이븐의 생선 파는 여인」의 경우, 사진 속 여인은 무심하면서도 유혹적인 수줍은 모습으로 바닥을 응시하고 있는, 거기에는 사진사 힐의 예술을 입증하는 증거물 속으로 사라져버리지 않는 무언가가 남아 있다. 그것은 그 당시 살아 있었고, 여기 사진에서도 여전히 실재하면서 결코 ‘예술’ 속으로 완전히 편입되려 하지 않는 그 사진 속 여인의 이름을 끈질기게 물으면서, 침묵시킬 수 없는 무엇이다.

_발터 벤야민, 『사진의 작은 역사』

벤야민은 초상화는 그려진 후 초상화의 모델이 된 인물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면, 결국 그 그림이 모델의 초상이 아닌 예술로서만 남게 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러나 사진은 회화와 다르게, 앞에 놓은 것을 진실하게 재현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사진을 보는 사람은 항상 그 안에 나타나는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것이 바로 사진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개별 인간으로서의 인식 가능성이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진에 찍힘으로 거기에 우리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호소하며, 개개인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주장한다.


초상화와 초상사진

티치아노, “엘레오노라 곤차가의 초상”, 1538, 캔버스에 유화, 114 cm × 102.2 cm, 우피치 미술관 소장
티치아노, “엘레오노라 곤차가의 초상”, 1538, 캔버스에 유화, 114 cm × 102.2 cm, 우피치 미술관 소장

그러나 사진은 당시 초상화가 점하던 위치를 빠르게 흡수했기 때문에, 사진은 초상화의 속성 역시 일부 흡수할 수밖에 없었다. 초상사진은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대중화되며 마치 초상화처럼 그려지는 대상 혹은 사진가의 욕망을 표현하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초상화는 부와 지위, 그리고 특별한 날을 보여주는 수단이었다. 초상화는 언제나 비쌌고, 그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아무나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초상화 앞에 앉는 모든 사람은 자신이 들고 있는 사물을 통해, 자기 옷을 통해, 배경을 통해, 구도를 통해, 자기 외모 그 이상을 초상화에 새겨 넣기를 바랐다. 그리고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역시 다른 화가에게는 없는 자신만의 재능을 초상화에 불어 넣고자 노력했다. 그곳에는 이젤 앞에 앉은 사람의 형상 이외의 무언가가 항상 존재했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은 그대로 사진에 넘어가 사진에도 곧 사진기 앞에 선 사람의 외형 이상의 무언가를 나타내고자 하는 욕망이 나타나게 되었다. 사진사들은 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음화(negative)를 수정하고, 초상화의 문법을 반복하기 위해 대리석 기둥이나 커튼 같은 여러 장식을 사진의 배경에 추가했다. 당시 많은 초상화가가 초상사진이 유행하자 사진가로 전향한 것은 분명 우연이 아닐 것이다.


사실성을 넘어서

포토샵
이미지 출처: Unsplash

그런데 벤야민이 자신의 저작에서 거부감을 표했던 초기적인 사진 조작 방법은 포토샵과 디지털 사진이 범람하는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거의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조작을 가했어도 아날로그 사진은 유심히 살펴보면 그 조작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으며, 조작의 정도 역시 우리가 보기에는 미미한 정도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 사진은 사실성이라는 자신의 근본적인 성질을 거부하게 되었다. 어떤 사진 이론가들은 디지털 사진과 아날로그 사진을 근본적으로 다른 것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포토샵 속 얼굴
이미지 출처: Unsplash

사진은 이제 기술적으로 초상화를 대체한 단계를 넘어서, 만들어지는 방식과 속성 그 자체로 회화를 답습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이제 초상사진을 찍을 때 사진이 렌즈 앞에 놓인 대상을 얼마나 진실하게 담아내는지 보다, 사진가가 얼마나 아름답고 정교하게 사진을 재조작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마치 과거의 귀족들이 솜씨 좋은 초상화가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듯이 말이다. 우리는 이제 사진사가 최대한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보이면서도, 더욱 매끈한 피부를 창조해내는 능력을 갖추기를 바란다. 심지어 이제는 그 손을 인간이 아니라 AI에서부터 빌려오기도 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소스 이미지와 수많은 데이터, 알고리즘, 그리고 잠시간의 처리 시간일지도 모른다. 이제 스마트폰에 설치된 수많은 사진 앱은 필터라는 자체적인 변형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탄생한 새로운 초상화 안에는 우리가 존재할까? 우리의 아우라는 복제 기술을 넘어서 다시 살아 돌아왔을까?


이제 점점 더 고도화되는 복제 기술과 함께 우리 사회에 다시 만연하게 퍼지고 있는 이 새로운 초상화는 그 안에 어떤 오묘한 숭배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사진이 절대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그 안에 담긴 것이 고유한 우리 자신, 가치, 정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는 획일화된 자본주의 사회의 아름다운 물신이 담겨있다. 강렬한 패티쉬와 그에 대한 숭배가 그 안에서 숨 쉬고 있다. 그 물신이 전혀 아름답지 않다고, 매혹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 물신이 우리에게 던지는 이야기는 하나 같이 똑같고, 그 물신에 대한 사랑이 사진에 부여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관심이 사진에 돌려주는 가치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아날로그 사진과 다르게 이제 우리 이미지를 손쉽게 뒤트는 새로운 기술은 우리를 점점 더 닮은 존재로 만들어내고 있다. 증명사진은 원래 단순히 가벼운 종이 한 장이었으나, 이제는 어떤 광고, 어떤 SNS에서 본 것 같은 더 얇은 픽셀 뭉치, 혹은 어지러울 정도로 끝없고 가벼운 시뮬라크르로 전락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 가벼움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사진이라는 장치와 그 장치가 포착하는 물신에 대응해 고유한 시선, 사랑, 가치를 담고자 노력할 때, 비로소 우리는 다시 우리 자신을 사진 위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 발터 벤야민, 발터 벤야민 선집 2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사진의 작은 역사 외, 도서출판 길,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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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예술과 사회, 그 불가분의 관계를 보고 기록하고 탐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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