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의 나른함을 닮은
캐나다 인디락 앨범

여름을 떠나보내며 듣고 싶은
얼터너티브 락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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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이 조금은 느슨해진 걸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왔나 봅니다. 세상은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색 캔버스를 펼쳐내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에는 시원하고도 달큰한 공기가 코끝에 맴돌죠. 지난여름의 장면을 하나씩 떠올립니다. 작열하는 한낮의 태양 아래 일렁이던 바다, 손 틈 사이로 덧없이 흩어지던 따뜻한 모래알들, 속수무책으로 빨갛게 그을린 피부까지. 여름을 떠나보내려니 막상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아쉬운 마음을 담아, 오래된 캠코더로 촬영한 여름의 조각처럼 반짝이는 캐나다 인디락 앨범 3개를 소개합니다.


Alvvays [Alvvays]

Alvvays [Alvvays]
이미지 출처: FLOOD Magazine

Alvvays는 2011년 캐나다에서 결성된 얼터너티브 밴드입니다. 알파벳 w를 ‘vv’로 표기했다는 점에서부터 이들만의 개성이 느껴지는데요. 밴드는 앳되고 맑은 목소리가 매력적인 보컬 몰리 랭킨을 중심으로 그녀의 친구들이 모여 시작되었습니다. 부드럽게 넘실대는 복고풍 기타 사운드가 돋보이는 음악은 찰랑거리는 기타 소리에 착안해 이름 붙여진 장르인 ‘Jangle Pop’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마치 낡은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듯 몽롱하고 빈티지한 사운드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2014년 발매된 첫 데뷔 앨범 [Alvvays]는 이름을 내건 만큼 자신감과 패기로 가득합니다. 멤버들이 20대 초반일 무렵 발매된 만큼 청춘이라면 응당 겪는 치열한 고민과 방황의 순간이 생생하게 담겨 있죠. 앨범은 경쾌한 드럼 비트의 ’Adult Diversion’을 시작으로 당돌하고 귀여운 가사가 인상적인 ‘Archie, Marry Me’로 이어집니다. 이후 떠나간 연인을 향한 슬픔이 어린 ‘Next to kin’부터 속박은 벗어던지고 나와 함께 머물러달라는 ‘Party Police’까지. 꿈결 같은 멜로디와 대조되는 불안하고 위태롭지만 아름다운 가사에는 낭만이 배어 있습니다. 밴드의 이름처럼 영원한(Always) 건 없는 세상이라지만, 그럼에도 어떤 것들은 영원토록 변하지 않길 바라는 순수한 열망을 간직하고 있죠.


[Alvvays] 앨범 페이지


Peach Pit [You and Your Friends]

Peach Pit [You and Your Friends]
이미지 출처: 벅스

캐나다 밴쿠버 출신의 밴드 Peach Pit은 2016년 결성된 인디락 밴드입니다. 밴드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 사이였던 보컬 닐 스미스와 크리스 밴더쿠이가 음악 프로젝트를 함께하면서부터 시작되었죠. 밴드 이름 ‘Peach Pit’은 복숭아씨를 뜻하는데, 이들은 겉은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속은 딱딱한 복숭아처럼 사랑의 달콤씁쓸함을 노래합니다.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닮은 기타 사운드와 발랄하고 리드미컬한 연주는 서핑을 타는 듯 시원하고 청량한 분위기를 자아내죠.

[You and Your Friends]는 2020년 발매된 두 번째 정규 앨범으로, 밴드 멤버들을 비롯해 오래도록 함께한 주변 친구들에 대한 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실화 기반으로 쓰여진 가사는 솔직하면서도 재치 있는 표현이 눈에 띕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해 한탄하는 ‘Black Liquorice’부터 친구를 향한 질투와 시샘이 뒤섞인 ‘Brian’s Movie’, 그리고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며 이별의 슬픔에 머물러 있는 ‘Shampoo Bottles’까지. 앨범은 누구나 겪는 회색빛 감정을 경쾌하게 풀어냄으로써 우리를 위로합니다. 스스로가 밉고 한심하게 느껴지더라도, 당신만 그런 것은 아니라며 괜찮다고 어깨를 토닥이죠.


[You and Your Friends] 앨범 페이지


Mac DeMarco [2]

Mac DeMarco [2]
이미지 출처: 벅스

Mac DeMarco는 캐나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입니다. 한낮의 여유를 닮은 그의 음악은 편안한 분위기가 매력적인데요. 느긋한 박자를 타고 흘러가는 몽환적인 기타 연주와 졸린 듯 나른한 목소리는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몸과 마음의 긴장은 풀고 잔디밭에 가만히 누워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듣고 싶어지는 음악들이죠. 록부터 재즈, 포크, 로파이 등이 어우러진 그의 음악을 하나로 규정하기란 어려운데요. 그는 자신의 음악을 ‘Jizz-Jazz’ 장르라 일컫으며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여러 밴드에 소속되어 음악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12년 데뷔 미니 LP [Rock and Roll Nightclub]를 발매하게 됩니다. 이후 반년 만에 발매된 [2]는 그의 첫 번째 정규 앨범으로, 데뷔 앨범보다 밝고 대중적인 곡들이 특징이죠. 지루한 교외 생활 이야기가 담긴 ‘Cooking Up Something Good’부터 좋아하는 담배 브랜드를 향해 바치는 찬가 “Ode to Viceroy”, 기상천외한 행동으로 모두를 놀라게 만들어 이웃들에게 사과하는 ‘Freaking Out the Neighbourhood’, 그리고 투박하면서도 진솔한 사랑 고백 ‘My Kind of Woman’까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엉뚱한 성격을 닮은 곡들은 듣는 이에게 자유로운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2] 앨범 페이지


계절과 어울리는 음악을 듣는 일은 찰나처럼 지나가는 날들을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감각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늦여름의 한가로운 여유를 간직한 앨범과 함께 떠나가는 여름을 잠시나마 붙잡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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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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