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백과 텀블러로
환경을 위한다는 착각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왔던
환경친화적인 제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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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환경은 매년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환경은 자정능력이 있지만, 자연으로 방출되는 오염은 그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죠. 그래서 지구는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 생물 다양성의 감소, 토양 산성화 등 여러 방면에서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해마다 정부에서는 각종 환경 정책을 발표하고, 기업들도 친환경을 표방하며 운영 중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개개인들도 일상에서 환경의 가중치를 높이는 행동으로 힘을 보태고 있는데요. 하지만 별다른 의심 없이 환경을 살리고자 한 행동들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더 이상 Eco 하지 않은 에코백

에코백
이미지 출처: unsplash

여러분은 에코백을 자주 메시나요? 에코백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잘 분해되지 않는 일회용 비닐봉지를 대체하기 위해 탄생한 대표적인 친환경 제품입니다. 그러나 2011년 영국 환경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최소 에코백을 131번 사용해야 환경보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인 2018년에는 덴마크 환경식품부에서 7100번 이상 에코백을 재사용해야 비로소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고 발표했죠. 7100이란 숫자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에코백을 19년 이상 사용해야 된다는 의미입니다. 디자인이 이뻐서 혹은 환경을 생각한다고 에코백을 서너 개씩 구매한다면 평생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한 수치가 나오는 걸까요?


LCA란 무엇일까?

Life Cycle Assessment Explained
이미지 출처: Life Cycle Assessment Explained – STiCH (culturalheritage.org)

그동안 단순히 비닐봉지보다 에코백이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제품의 ‘폐기’ 단계만을 염두에 두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환경오염 평가를 하기 위해선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으로 우리 손에 들어오는지 일련의 과정을 고려해야 하는데요. 이것을 바로 ‘전 과정 평가’, 혹은 ‘LCA(Life-Cycle Assessment)’라고 합니다. ‘LCA’는 원료 채취부터 시작해 가공, 조립, 수송, 사용, 폐기의 모든 과정에 걸쳐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수치를 파악하고, 이것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정량적으로 계산하는 환경영향평가 방법입니다.

다시 에코백의 경우를 살펴보면 생산 과정에서 다양한 에너지가 사용될뿐더러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 발생이 필연적입니다. 그리고 완성된 제품이 우리 손에 오려면 비행기나 배, 트럭 등의 다양한 운송 수단으로 이동되고, 이때에도 환경 오염 물질이 배출되죠. 그래서 에코백이 비닐봉지보다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말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며, 이제는 쓰레기를 잘 처리하는 것에만 집중했던 사고를 전환해야만 합니다.


두 얼굴의 스타벅스

이미지 출처: unsplash

‘LCA’를 알게 되면 ‘친환경’을 내세우는 제품이나 광고가 정말 그러한지 의심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요. 스타벅스를 한 번 살펴볼까요?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를 내세우며 2018년부터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제공하기 시작한 스타벅스. 미국 환경보호국에 따르면 종이 빨대를 만들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5.5배나 더 많다고 합니다. 특유의 냄새와 눅눅함을 견뎌가며 사용했던 종이 빨대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자니 그간의 노력이 허무하게만 느껴집니다. 게다가 매 계절마다 새로운 텀블러를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구매를 부추기는 활동도 재고하게 되는데요. 텀블러는 종이컵보다 전 과정에서 약 27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죠.


소비자를 기만하는 그린워싱

그린워싱 유형별 전체 케이스
이미지 출처: 그린피스 코리아

그럴듯한 마케팅을 이용해 회사의 이미지를 친환경처럼 포장하는 것을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고 합니다. 기업들은 자신의 제품과 관련이 없는 자연 이미지를 사용하여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거나, 제품의 생산,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환경 영향을 감추는 등의 전략을 사용합니다. 치밀하게 계산되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아무런 의혹 없이 제품을 환경친화적이라 인식하게 되죠.

물론 잘못된 기업의 행태를 제제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죠. 그러나 정직한 기업문화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소비자들의 노력도 큰 도움이 됩니다. 기업의 광고가 정말로 객관적인지 따지며 비영리 단체 혹은 소비자 보호 단체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참고해 환경친화적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지구를 지키는 위대한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LCA와 그린워싱.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올바른 지구 환경보호에 대해 이야기해 봤습니다. 그동안에는 단순히 잘 버리는 것에만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보다 더 넓은 과정으로 시야를 확장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기업의 행동을 바라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간단한 노력이지만 우리의 터전을 유지할 수 있는 절실한 방법임을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전기신문, 텀블러·에코백, 사놓고 사용 안 하면 오히려 反환경(2023.05.08)
  • 이데일리, 스타벅스 ‘종이빨대’ 재활용이 더 어렵다?(2020.12.10)
  • 대한건축학회 건축용어사전, L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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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나와 타인의 건강한 삶을 추구합니다.
일상에서의 예술 그리고 균형 잡힌 라이프 스타일을 글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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