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적 낙관을 일깨우는
4가지 방법

식물에게서 배우는
씩씩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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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도를 더해가는 주변 풍경을 보고 있자면 어느덧 완연한 가을이 왔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보통 ‘식물’이라고 한다면 계절 중엔 봄이나 여름을 떠올리게 되지만,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 가로수와 황금빛 들판이 떠오르는 가을도 식물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계절이라고 생각합니다. 과묵하지만 한결같이 우리 곁에서 시간의 흐름을 일깨워주는 식물들. 이번 큐레이션에서는 그러한 식물들과 좀더 밀접한 일상을 영위하고, 그들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아보려 합니다.


마음을 가꾸는 식물 집사의 일기
『식물적 낙관』

『식물적 낙관』
이미지 출처: 알라딘

이 글의 제목에 등장하는 ‘식물적 낙관’은 올해 6월에 출간된 작가 김금희의 산문집 제목에서 가져온 표현입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수십 종의 식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본인의 ‘식물하는’ 일상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동물인 인간과 식물의 가장 큰 차이는 ‘이동의 여부’라는 작가의 통찰. 식물에게는 지금, 이곳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그들의 낙관적인 미래를 만들어낸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각양각색의 식물의 생장과 성장, 실패와 극복을 지켜보며 작가는 그러한 과정을 거듭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스러운 삶이며,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 삶을 낙관하고 상처를 치유할 원천적인 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렇듯 식물과 동고동락하는 작가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나의 마음을 돌보지 않고 지나친 날들이 너무 많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흙내음으로 가득한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식물 심는 사진
이미지 출처: unsplash

식물들 때문에 하는 실망은 좀 다르다. 누군가가 손을 거칠게 뿌리친 것이 아니라 너무 붐비는 거리에서 잠시 손을 놓친 것에 가까운 기분이다. 이 시기만 지나면 언제든 다시 손을 잡을 수 있으니까 다음을 기약한 후 때를 기다리면 될 것 같은. 그래서 그때의 체념은 마음 어딘가가 닫히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잠깐 ‘느슨해지는’ 것에 가깝다.

_김금희, 『식물적 낙관』

식물에게는 지금 이곳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엄정한 상태가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역설적으로 식물들의 낙관적 미래를 만들어낸다. 환경에 적응하는 것, 성장할 수 있다면 환희에 차 뿌리를 박차고 오르는 것, 자기 결실에 관한 희비나 낙담이 없는 것, 삶 이외의 선택지가 없는 것, 그렇게 자기가 놓인 세계와 조응해나가는 것. 이런 질서가 있는 내일이라면 낙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_김금희, 『식물적 낙관』


『식물적 낙관』 구매 페이지


일상 속에 스며들 식물 이야기
바스큘럼

식물패턴제작소 '바스큘럼'
이미지 출처: 바스큘럼

식물패턴제작소 ‘바스큘럼’은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식물 패턴 원단을 제작하는 브랜드입니다. 천연섬유와 식물성 잉크, 핸드프린팅 등 유기적인 재료와 기법으로 만들어진 원단들은 다시 가방, 손수건, 커튼, 앞치마, 테이블매트와 같은 다양한 일상 속 소품들로 탄생하여 소비자와 만납니다. 과거 식물학자들이 표본 채집을 위해 들고 다녔던 식물 채집 상자의 이름이기도 한 ‘바스큘럼’은 애정어린 관찰과 연구에 그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소재의 식물이 정해지면 그것을 패턴으로 만들어두고 나중에 소품의 모습으로 공개할 때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지켜보는 시간’을 갖는데, 이것은 식물을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그 식물을 이해해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식물패턴제작소 '바스큘럼'
이미지 출처: 바스큘럼

그렇게 탄생한 패턴 속에는 민들레, 냉이, 밤나무, 쌈잎, 담쟁이덩굴, 들국화, 자귀나무 등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우리 곁의 식물들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그들이 만드는 식물 ‘패턴’에서는 반복적인 요소를 배열하여 만드는 패턴이라는 의미보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성장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멋진 순환의 과정이라는 의미가 더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WEBSITE : 바스큘럼


들여다보는 이의 행복
식물 세밀화가 이소영

식물 세밀화가 이소영
이미지 출처: Hoon Shin

우리 주변의 식물들을 관찰하며 통찰을 얻는 사람은 또 있습니다. 식물 세밀화가이자 연구자인 이소영 작가는 국립수목원, 국립생물자원관, 환경부, 사립 식물원 등 굴지의 기관들과 협업하며 생명을 ‘들여다보는 일’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원예학을 공부하며 식물 세밀화라는 분야를 처음 접하게 된 작가는 식물의 구조, 차이점 등을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그리는 작업에 깊은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식물 세밀화는 본질적으로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정리한 기록물이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은 예술성보다도 과학적 정확도에 큰 의의를 둡니다.

국립수목원에서 출간한 구과 식물도감에 삽입된 이소영 작가의 세밀화
국립수목원에서 출간한 구과 식물도감에 삽입된 이소영 작가의 세밀화, 이미지 출처: 이소영

그러나 그녀가 남기는 그림들은 단순한 데이터 이상의 감동을 줍니다. 한 식물이 자라나는 과정을 전부 지켜보며 적절한 표본을 자연에서 수집하고, 여러 개체를 비교하며 종의 공통된 특징을 찾아내야 하는 작업 특성상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하기까지에는 1년 이상의 기나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식물을 멀리서 바라볼 때보다 가까이 다가가 쪼그려 앉아 관찰할 때에 이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소영 작가. 그녀를 통해 본 식물은 세상을 알려주는 지표이자 찬찬히, 그리고 우직하게 응시하는 일의 소중함을 일깨워 줍니다.


WEBSITE : 이소영


더불어 가꾸는 삶의 정원
씨앗도서관

씨앗도서관
씨앗도서관
이미지 출처: 해외문화홍보원

식물의 생태와 가치를 직접 체험하며 배워나갈 수 있는 창구로는 서울 강서구의 서울식물원 부속 ‘씨앗도서관’이 있습니다. 식물원의 식물문화센터 1층에 위치한 이곳은 씨앗을 책처럼 대출받아 재배한 후, 수확한 씨앗을 기간 및 수량에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반납하면 다른 사람이 그것을 다시 대출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체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네 꽃집이나 꽃시장에서 씨앗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다소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50여 종에 달하는 흔하지 않은 씨앗을 식물 표본을 포함한 정확한 배경 지식을 곁들여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체험의 의미를 더합니다.

서울식물원
이미지 출처: 서울식물원

또한 서울식물원은 씨앗도서관 뿐만 아니라 국내외 식물 관련 전문서적을 소장 중인 ‘식물전문도서관’, 다양한 반려식물을 직접 만나보고 키우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는 ‘식물판매센터’,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모델 정원을 전시하고 정원 관리 상담을 제공하는 ‘정원지원실’ 등을 복합적으로 운영하여 사람들의 생태 감수성 증진을 돕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WEBSITE : 서울식물원 씨앗도서관


결국 식물을 곁에 두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경직된 마음의 빗장을 풀고 안온한 삶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는 일이 아닐까요. 때로는 꽉꽉 채워진 달력 대신 계절과 날씨와 햇빛과 바람을 따라가는, 그저 흐르며 살아있음을 예찬하는 낙관의 삶을 상상해 봅니다. 김금희 작가의 말처럼 ‘모두의 녹록(綠綠)한 건투’를 빌며 이번 큐레이션을 마칩니다.


Picture of 조현주

조현주

예술이 모두에게 난 창문이 되는 날을 위해
읽고, 쓰고,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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