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을 찾아 모험을 떠난
사진가 김신욱

전설의 시작은 어디인가
과연 보물은 실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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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보물섬의 존재를 믿나요? 낡은 지도에 빨간색으로 그어진 ‘X’를 쫓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말입니다. 주인공은 정글을 헤치고 심해를 건너 수수께끼 같은 비밀을 풀어 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산더미처럼 쌓인 금은보화를 발견하죠. 현실에도 비슷한 전설이 산재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출처를 알 수 없지만, 환상을 등에 업고 나타나는 이야기들이 있죠. ‘21세기에 보물은 무슨 보물이야’하며 넘기면서도, 가끔은 현실을 잊고 동화 같은 이야기에 잠깐 매료되기도 합니다.

여기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난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김신욱 작가는 관찰과 수집을 통해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영역을 사진으로 탐색, 기록하는 작업을 주로 합니다. 그가 약 1년 반 동안 한반도 남단과 주변의 섬들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신작 <보물섬>을 살펴보면서 그 전설의 시작은 어딘지, 진짜 보물이 있긴 한 건지, 함께 모험을 떠나 보시죠.


보물의 흔적을 따라나선 여정

김신욱, 가마오름 동굴진지, 2023
김신욱, 가마오름 동굴진지, 2023. 이미지 출처: 뮤지엄한미

김신욱은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제정 러시아 군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가 2018년 보물선으로 다시 출현해 사기행각에 이용된 기사에 주목합니다. 그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지만 유령과 같은 침몰선이 오늘날 현실 세계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죠. 이에 궁금증을 품은 작가는 보물선 소문의 근거인 태평양 전쟁의 흔적을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김신욱, 섯알오름, 2023
김신욱, 섯알오름, 2023. 이미지 출처: 뮤지엄한미

러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수많은 자원을 수탈한 일본군은 소위 ‘야마시타 보물’이라 일컫는 금은보화를 패망 직전 아시아 곳곳에 숨겨 놓았다고 전해집니다. 돈스코이호뿐만 아니라, 제주시 아라동의 지하 동굴에 금괴와 보물이 매장되었다는 소문은 현재까지도 금괴 탐사작업으로 이어지고 있죠. 이처럼 과거에 실재했던 사건과 결과물이 오늘날 우리에게 파생되어 보물선 혹은 금괴와 같은 유령들로 출몰하고 있는 겁니다. 김신욱은 출몰하는 유령들의 단서를 찾기 위해 그 영역을 침몰선에서 침몰선 주변의 섬들로 확장합니다.


와전된 흔적과 흐려진 기억

김신욱, 이모자키 포대, 2023
김신욱, 이모자키 포대, 2023. 이미지 출처: 뮤지엄한미

그는 울릉도를 시작으로 지심도, 거제도, 가거도, 가덕도, 취도, 중죽도, 제주도 그리고 일본의 대마도를 방문합니다. 이 섬들은 일본군이 군사기지로 활용한 곳으로 섬 안에는 포대나 벙커, 진지와 탄약고, 망루와 관측소 등 군사시설이 잔존해 있었죠. 작가는 태평양전쟁의 흔적을 찾기 위해 방문한 제주에서 4.3사건의 흔적과 기억이 보물과 금괴 같은 소문으로 변질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상흔은 봉인되었고, 그 자리엔 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유령들만 남아 떠도는 것이었죠.

김신욱, 중죽도, 2023. 이미지 출처: 뮤지엄한미

<보물섬>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개체인 동시에 허구가 사실로 존재하도록 작동시킨 ‘믿음’에 대해 질문합니다. 믿음이란 어떤 과정을 거쳐 특정 장소와 대상에 의해 발현되는지, 무엇이 그것을 유지하게 하는지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죠. 보물의 실체를 찾아 떠난 여정은 지금 뮤지엄한미 삼청별관에서 열리고 있는 《보물섬: 출몰하는 유령들》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숨겨진 시간 속 유령이 어떻게 우리 현실에 출몰하고 있는지 그 탐색 경로를 따라가 보시길 바랍니다. 전시는 2023년 12월 31일까지.


《보물섬: 출몰하는 유령들》 상세 페이지
INSTAGRAM : @shinwookkim_


이성에 의해 방치된 환상은 있을 수 없는 괴물을 낳는다. 그러나 환상이 이성과 합치된다면 그것은 모든 예술의 어머니이자 경이로움의 원천이 된다.

_박성환 큐레이터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과 종종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순간을 목도하면 우리는 두 가지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되는데요. 하나는 이 현상을 상상력의 산물로 보는 것, 또 하나는 현실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문학 이론가 토도로프는 전자를 ‘괴기’로, 후자를 ‘경이’로 정의했습니다.

여러분은 보물섬의 존재를 ‘괴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건가요? 혹은 ‘경이로운 것’으로 규정할 건가요? 만약 ‘경이’를 선택하게 될 경우엔 세상을 지탱하는 법칙이나 영구불변의 진리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단단했던 관념에 균열이 가고 새로운 세계가 정립될 수 있는 틈이 생기는 것이죠. 김신욱의 작품을 감상하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입니다.


강성엽

강성엽

아직은 한창이란 생각으로 경험에 망설임이 없습니다.
성패와 상관없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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