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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현대 건축의 수도
로테르담을 다녀오다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
현대 건축의 놀이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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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하면 어떤 것들이 생각나시나요? 흔히 풍차와 튤립, 운하 등을 떠올릴 텐데요. 사실 네덜란드는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와 증권거래소를 설립한 곳이자 실용주의와 개방 및 관용 정신을 기반으로 번영을 이룩한 국가이기도 합니다.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삶의 터전을 일궈온 작지만 강한 나라인데요. 국토의 절반 이상이 해수면보다 낮아 자연스럽게 건축이 발달하게 되었죠.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건축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네덜란드. 오늘 소개할 도시는 바로 로테르담입니다. 전쟁으로 붕괴된 도시는 어떻게 현대 건축의 성지가 되었을까요? 에디터의 생생한 감상을 담아 대담하고 혁신적인 건축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Nationale staalprijs
이미지 출처: Nationale staalprijs

로테르담(Rotterdam)은 네덜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유럽에서 가장 큰 항구가 있는 물류와 경제의 중심지입니다. 중세 시대부터 상업 도시로 번성했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집중 폭격으로 도시 중심부가 완전히 파괴되었죠. 잿더미로 변해버린 폐허 속에서 이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시의회의 혁신적인 정책을 기반으로 도시를 재건합니다. 삼성 리움미술관을 설계한 렘 콜하스(Rem Koolhaas)부터 피에트 블롬(Piet Blom)등 네덜란드 유명 건축가들이 도시 설계에 합류하죠. 빛과 공기, 공간을 핵심 가치로 실험적인 건축물을 세우며 로테르담은 아픔을 딛고 독창적인 현대 도시로 변신합니다. MVRDV, UNStudio, OMA 등 유명 건축 사무소를 비롯한 수백 개의 건축 사무소도 로테르담에 자리잡고 있죠.

로테르담 방문을 결심한 이유도 개성 있는 건축물을 직접 만나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기차를 타고 도착한 중앙역에서부터 비범함이 느껴졌습니다. 당장이라도 우주로 날아갈 듯 가파른 경사의 매끈한 스틸 소재 외관과 달리 내부는 따뜻한 원목으로 마감하여 편안함이 느껴졌죠. 트램은 시내를 매끄럽게 가로질렀고 대다수가 자전거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시냇물이 흐르는 탄천에서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도 있었고, 시원시원하게 배치된 건물 사이 노랑과 파랑 등 과감한 색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똑같은 건물은 단 하나도 없었죠. 도심을 걸으며 마주한 각양각색의 건축물 중에서도 기억에 남았던 3곳을 소개합니다.


세계 최초의 공개 수장고
Depot Boijmans Van Beuningen

MVRDV
이미지 출처: MVRDV 홈페이지

네덜란드 유명 건축 사무소 MVRDV가 설계한 보이만스 반 뵈닝겐 수장고(Depot Boijmans Van Beuningen)는 2021년 11월 개장한 신축 건물입니다. MVRDV는 서울로7017과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 설계에 참여한 곳이기도 하죠. 보통 예술품 수장고는 관계자 외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이곳은 세계 최초로 대중에게 수장고를 공개하여 약 15만 점의 소장품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둥근 항아리 모양 건물은 1,600여 개의 유리 패널로 덮여있어 주변 경관이 그대로 반사되어 보였는데요. 투명한 유리는 모두에게 공개된 수장고라는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듯 보였죠. 부드럽게 유영하는 구름과 살랑살랑 흔들리는 나뭇잎이 비치는 풍경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옥상에는 나무 약 100그루가 우거진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Ossip Architectuurfotografie
이미지 출처: Ossip Architectuurfotografie
Arquitectura Viva
이미지 출처: Arquitectura Viva

가로로 넓은 거대한 7층 규모 건물 외부를 일반적인 방식으로 마감했다면 위압감을 주어 주변 경관을 해쳤을 텐데, 부드러운 곡선과 투명한 재료를 사용한 덕분에 시원한 개방감이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독창적인 실험이 가능했던 이유는 시 의회가 공원 부지에 건축을 허가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수장고는 지하에만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지상으로 끌어올려 침수를 방지하고, 시민들에게는 예술과 한 발짝 가까워지는 공간이 되어준 뵈닝겐 수장고. 생각의 전환은 그렇게 세상에 없던 수장고를 탄생시켰습니다.


WEBSITE : 보이만스 반 뵈닝겐 수장고


노란색 나무가 우거진 숲속 마을
Cube House

Cube House

Blaak 지하철역 출구에서 나오니 노란색 레고 같은 건물이 눈앞에 펼쳐졌는데요. 1984년 피에트 블롬(Piet Blom)의 설계로 건축된 큐브 하우스(Cube House)는 38개의 작은 정육면체와 2개의 큰 정육면체를 붙여 만든 주거단지입니다. 그는 도심에 속 숲 같은 마을을 만들고자 큐브 하나를 나무에 비유하며 큐브들이 모여 숲을 이루도록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건물 안쪽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죠.

Cube House

아슬아슬해 보이는 54.7도 각도로 기울어진 건물 내부는 의외로 넓고 안정적인 느낌이라 놀랐습니다. 좁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거실 겸 주방이 있었고, 한층 더 올라가니 아늑한 분위기의 침실과 화장실이 나왔죠. 내부 곳곳에 창문이 시원하게 뚫려 있어 실제 공간보다 넓게 느껴졌습니다. 꼭대기 층 다락방에서는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도 있었죠. 현재 건물 중 일부는 호스텔로 운영되어 관광객이 직접 숙박을 해볼 수도 있었습니다. 시장이나 도서관 등 주요 편의 시설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교통도 편리하며, 잔잔한 물결이 이는 과거 항구 풍경까지 감상할 수 있는 큐브 하우스.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옹기종기 살아가는 이곳에서는 도시 생활도 외롭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WEBSITE : 큐브 하우스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한 전통 시장
Markthal

Markthal
이미지 출처: 마켓홀 공식 홈페이지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큐브하우스에서 나와 건너편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내부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죠. 2014년 가을 오픈한 마켓홀(Markthal)은 네덜란드 최초의 지상 실내 시장입니다. 시장과 주거시설이 결합된 복합시설이죠. 로테르담시는 유럽의 식품 야외 판매 규정이 엄격해지자 비바람이 몰아치는 험난한 날씨를 고려하여 새로운 시장 설계 공모전을 개최했고, 앞서 소개한 MVRDV 건축 사무소가 선발되었습니다. 10년간의 공사 끝에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석한 전통 시장이 탄생하며 시민부터 관광객까지 찾아오는 로테르담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죠. 1층은 시장으로, 아치 위 공간은 230여 가구가 거주하는 주상 복합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11층 규모의 거대한 말발굽 모양 건물로 들어오니 식재료 상점부터 세계 각국의 요리를 판매하는 음식점 등 100여 개의 상점이 등장했는데요. 투명한 유리창 덕분에 채광이 좋아 야외에 있는 기분이 들었고, 높은 층고에 건물 한가운데가 뚫려있어 답답하지 않았습니다. 중앙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대형 마트와 유물 박물관도 만날 수 있었죠. 축구장 2개 면적에 이르는 둥근 천장에는 네덜란드 아티스트의 벽화가 알루미늄 패널로 채워져 있었는데요. 어느 애니메이션 제목처럼 바나나, 양배추, 생선 등 하늘에서 음식들이 떨어지는 모습은 마치 디지털 아트 전시를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공간을 빽빽하게 채워 사용 가능 면적을 늘리기보단 비움의 미학을 선택하여 시민들에게 진정한 휴식을 선물한 전통 시장. 부지의 효율성보다는 사람을 중심으로 설계했음이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WEBSITE : 마켓홀


과거의 아픈 역사를 극복하고 대안적인 도시 모델로 성장한 로테르담. 다양하고 실험적인 건축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항만 도시 특유의 개방성도 작용했지만, 혁신적인 건축을 장려하는 네덜란드 정부 정책과 본래 의도와 창의성을 존중하는 자세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2003년부터 개최 중인 로테르담 건축 비엔날레에서는 사회 요소를 고려한 건축의 역할을 매번 새롭게 정의하고 제안하며, 로테르담 도시 건축 심의위원회에는 시민 대표가 포함된 것도 주목할 점이죠. 개방 정신을 기반으로 사회를 융합하고 시민들의 삶을 이롭게 만드는 로테르담의 건축. 진정한 건축이란 정치·경제 논리나 효율성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오직 사람을 향하는 것이 아닐까요?


서하

서하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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