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율 1위의 나라
스웨덴 도서관 3곳

가난한 농업국가는
어떻게 복지 선진국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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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시민 의식과 신뢰도 높은 정치 시스템을 지닌 북유럽. 이들이 세계적인 복지 선진국으로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도서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특히 스웨덴은 북유럽 국가 중에서도 소문난 책벌레인데요. 2015년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자료에 의하면 스웨덴 연평균 독서율은 90%로 세계 1위이며, 공공 도서관 이용률 또한 74%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인구는 한국의 1/5 수준임에도 공공도서관은 약 1,300개로 한국보다 200개가량 많은 수준이죠. 도서관은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시민들에게 도서관은 어떤 의미일까요? 도서관과 함께 성장한 스웨덴 사회 발전 과정을 살펴보며, 주목할 만한 스웨덴의 도서관 3곳을 소개합니다.


도서관과 함께 성장한
복지국가

이미지 출처: Study in Sweden

스웨덴의 도서관은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이 활발히 방문하는 문화 시설이자 만남의 장소이죠. 광장부터 전철역, 심지어 쇼핑몰에도 도서관이 있어 명실상부 도서관의 나라라고 불릴 만하지요. 스웨덴이 짧은 기간 안에 복지 국가로 도약할 수 있던 배경에는 언제나 책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농업 국가로 서유럽에 비해 근대화가 늦었지만, 농민 대부분이 소작농이었기에 평등은 오래전부터 일상에 스며든 익숙한 개념이었는데요.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계몽운동의 기반에는 언제나 독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산업화로 노동자가 도시로 모여들자 젊은 청년들은 독서 모임을 조직했고, 모임이 이루어지는 ‘독서방’은 작은 도서관 역할을 하게 됩니다. 당시 300만 정도의 인구에 독서방은 무려 6천여 개에 이르렀다고 하죠. 이들은 도서관으로 누구나 차별 없이 평등하게 정보를 얻어 더 나은 삶을 이룩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Inspiring Minds

독서와 토론으로 변화를 갈망하던 사람들은 스웨덴 사회 개혁을 주도했는데요. 치열한 투쟁을 통해 보통선거가 도입되면서 성인 교육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후 의회는 민간에서 활발히 운영하는 독서방을 지원하고자 1912년 독서 운동을 지원하는 ‘민중교육지원법’을 제정합니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이 체계를 갖춰가면서 1928년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이 개관하게 되죠. 1970년대부터는 주입식 교육을 버리고 모든 수업을 발표식으로 진행하며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배워 나갑니다. 어린 시절부터 책과 가깝게 지내는 환경 덕분에 독서가 시민들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죠.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
Stockholms Stadsbibliotek

스웨덴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스웨덴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
이미지 출처: The Trip Boutique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은 스웨덴 최초의 공공 도서관입니다. 스웨덴 건축가 에릭 군나르 아스플룬트(Erik Gunnar Asplund)가 설계하여 1928년에 개관하였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 불리는 이곳은 북유럽 신고전주의 양식을 기반으로 고대 이집트 건축 장식에 영감을 받아 건축되었습니다. 예스러운 주황색 건물 내부 계단을 올라가면 천문대 같은 360도 원형 홀이 등장하는데요. 둥근 벽면을 따라 책들이 3층 높이로 가지런히 꽂혀있고, 천장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은 공간에 활기를 더합니다. 서가를 헤맬 필요 없이 산책하듯 걸으며 누구나 쉽게 책을 찾을 수 있죠. 여행객도 간단한 신분 확인만 거치면 도서 대출이 가능하며, 반납은 꼭 도서관이 아닌 지하철역 등의 시내 곳곳에서 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은 우주를 닮은 도서관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책과 조우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WEBSITE :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


쿨투어후셋
Kulturhuset

스웨덴 도서관 쿨투어후셋
이미지 출처: Kulturhuset 공식 홈페이지
스웨덴 도서관 쿨투어후셋
이미지 출처: Kulturhuset 공식 페이스북

서울에 광화문광장이 있다면 스톡홀름에는 세르겔 광장이 있습니다. ‘문화의 집’이라는 뜻의 복합 문화 공간 쿨투어후셋(Kulturhuset)은 상업의 중심지이자 가장 큰 번화가인 세르겔 광장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북유럽에서 가장 큰 문화시설인 이곳에는 6개의 도서관과 공연장, 전시장, 영화관 등 다채로운 문화 시설이 함께합니다. 문화·예술 도서관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3개의 도서관이 있죠. 오직 10~13세만 입장 가능한 티오트테론(TioTretton)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한쪽에 배치된 주방에서 레시피를 참고하며 요리할 수도 있습니다. 14~25세 청소년을 위한 라바(Lava)도서관에서는 3D프린터 등을 활용하는 창작 워크숍에 참여하거나 작품을 전시할 수도 있죠. 어린이 도서관은 발달단계에 따라 방을 다르게 구성하여 나이대에 필요한 독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쿨투어후셋은 모두를 위한 영감의 아지트로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꿈을 펼치는 무대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WEBSITE : 쿨트어후셋


말뫼 시립 도서관
Malmö Stadsbibliotek

스웨덴 말뫼 시립 도서관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스웨덴 말뫼 시립 도서관
이미지 출처: Henning Larsen

스웨덴에서 세 번째로 큰 해안 도시 말뫼에는 ‘빛의 달력’이라 불리는 신비로운 도서관이 있습니다. 매년 100만 명이 방문하는 말뫼 시립 도서관은 빛이 쏟아지는 4층 규모의 통유리창이 인상적인 공간인데요. 1997년 덴마크 건축가 헤닝 라슨(Henning Larsen)이 건축한 신관은 오래된 구관 건물인 갈색 성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세계 유수의 건축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듯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을 바라보며 오롯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곳이죠. 이곳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세심한 공간 구성이 돋보이는데요. 나이대별로 구분된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통나무 안으로 들어가 책을 읽을 수 있고, 부모와 함께 쉬어가는 작은 휴게실도 있습니다. 청소년 도서관은 악기를 연주하거나 게임을 할 수도 있어 에너지로 넘칩니다. 14~30세의 청년들을 위한 층에서는 포럼부터 커뮤니티 게더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최됩니다.


스웨덴 사람들에게 독서는 단순한 취미 그 이상의 존재입니다. 책을 읽으며 사회 변화를 꿈꾸며 개혁을 주도했고, 이들은 자연스럽게 정치와 사회 운동 중심 세력이 되어 복지국가 기반을 다져 나갔으니까요. 80%를 훌쩍 넘기는 높은 투표율과 건강한 정치 시스템은 모두 책으로 완성된 셈이죠. 이용자의 특성을 배려하여 설계된 도서관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었습니다. 모두를 포용하는 든든한 지원군으로서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질문하는 능력을 길러준 스웨덴의 도서관. 그렇게 어른이 된 사람들은 오늘도 도서관에서 삶의 방향성을 찾으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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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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