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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하지 않는 패션
시네이드 오드와이어

아일랜드 디자이너가 제안하는
솔직하고 아름다운 다양성의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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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입기 위해 굶거나 다이어트를 시도한 경험, 다들 갖고 있지 않나요? 어릴 때부터 표준보다 큰 체형을 가지고 있었던 필자는 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항상 걱정이었어요. 교복 사이즈는 성장기 청소년을 담기엔 터무니없이 좁은 사이즈 범위를 갖고 있었고, 필자는 그것보다 더 잘 자라는 아이였거든요.

시네이드 오드와이어는 이처럼 여성의 신체가 패션에 의해 억압받는 상황에 문제 의식을 느끼고, 포용성(Inclusivity)을 제대로 이해하고 구현하는 패션 세계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의 컬렉션은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독특하고 대담하며 아름다운 작품으로 우리가 보는 세계와 보고 싶어하는 세계의 간극을 좁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그가 그리는 다채롭고, 자유롭고, 솔직한 다양성의 패션으로 떠나봅시다.


“Feel Included”

시네이드 오드와이어
이미지 출처: 시네이드 오드와이어 인스타그램

시네이드 오드와이어(Sinéad O’Dwyer)는 런던에 기반을 둔 아일랜드 디자이너입니다. ‘신체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컬렉션을 발표하며 소셜 미디어에서 처음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의 컬렉션은 많은 여성들이 옷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신체를 “잘못되었다”고 부정하며 패션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낀다(feel disconnected)는 문제 인식에서 시작되었어요. 그는 패션과 미디어가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다양한 체형과 모습을 제안합니다. 그래서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그만의 색깔이 오롯이 담긴 독자적인 컬렉션을 발표하고 있어요.

시네이드 오드와이어 작품
이미지 출처: dazed

이러한 브랜드 철학은 시네이드의 런웨이에서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이즈, 인종의 모델 뿐만 아니라 임산부, 장애인 등 다양한 모델들이 등장하며 기존 패션계에서 지워졌던 현실의 여성들을 무대 위로 진출시키고 있는데요. 관습이나 표준에 얽매이지 않는 런웨이를 통해 여성만이 가진 신체적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컬렉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네이드의 런웨이를 보고 있으면 모든 몸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 정도로요.


응답하고 착용되는 패션

1) 더 크고 더 다채롭게: 플러스 사이즈 레디 투 웨어(ready-to-wear)

시네이드 오드와이어의 컬렉션 '플러스 사이즈 레디 투 웨어(ready-to-wear)'
이미지 출처: BRITISH VOGUE

여러 브랜드가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런웨이에 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작 매장을 방문하면 옷은 여전히 특정 사이즈만 판매되고, 패션계 미의 기준은 아직 마른 백인 중심적이니까요.

하지만 시네이드 오드와이어의 컬렉션은 쇼 뿐만 아니라 레디 투 웨어(ready-to-wear, 판매용)까지 사이즈 범위가 아주 다양합니다. 쇼 캐스팅 때는 영국 사이즈 12, 20, 26(12는 한국 사이즈로 88~99)의 세 가지 사이즈로 샘플을 만들고, 매장에서는 마른 몸부터 큰 몸까지 더욱 다양한 범위의 사이즈를 다루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체의 굴곡을 고려한 작업을 할 때에는 22사이즈부터 시작하여 여성의 곡선미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패션 브랜드의 기본 사이즈가 6~10(한국 사이즈44~88)인 것과 비교했을 때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데요. 작은 사이즈 옷에서 크기만 키워 큰 사이즈 옷을 만드는 기존 패션계의 관행을 거부하고 패션계에 실종된 다양성을 알리고자 하는 브랜드의 철학을 반영한 제작 방식인 것이죠.

2) 더 자유롭고 더 자연스럽게: 네이키드 드레스

시네이드 오드와이어의 컬렉션 '네이키드 드레스'
이미지 출처: Getty

네이키드 드레스(naked dress)는 주로 시스루 소재, 피부톤과 유사한 색상, 몸에 밀착된 실루엣으로 착시 효과를 일으켜, 아무 것도 입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는 드레스를 가리킵니다. 보일 듯 말 듯한 관능미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드레스인데요. 섹시함을 강조하는 옷이니 만큼 여성을 물화시킨다는 논란이 있어요. 실제로 셀럽의 홍보 수단으로 네이키드 드레스가 활용되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터부시되던 여성의 신체를 자유롭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여성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회복시킨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헐리우드 미투 운동을 이끈 로즈 맥고완(Rose McGowan)은 네이키드 드레스를 입으면서 “내 몸을 되찾기 위함”이라 말했던 것이 바로 이 의미 때문이죠.

시네이드 오드와이어의 컬렉션 '네이키드 드레스'
이미지 출처: dazed

시네이드 오드와이어는 자신만의 색깔로 해석한 네이키드 드레스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은 실리콘 소재의 네이키드 드레스입니다. 이는 모델의 몸을 본 뜬 석고 형틀에 유색의 실리콘 페인트를 주입하여 제작하는 방식으로, 모델의 몸에 꼭 ‘맞춘’ 커스텀 드레스입니다. 때문에 뱃살 주름, 유방과 엉덩이의 커다란 굴곡과 같이 기존의 패션에서 탈락시켰던 몸의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여과없이 드러나고 있어요. 페미니즘의 다양한 목소리를 차치하고, 그만의 독특한 네이키드 드레스는 여성의 몸에 대한 전통적인 아름다움 기준을 깨고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패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몸의 유려한 곡선과 실리콘의 무늬, 소재감이 모두 조화를 이루며 물에 떠 있는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3) 더 대담하고 더 솔직하게: 시바리(Shibari)와 컷아웃

시네이드 오드와이어 컬렉션 '시바리(Shibari)와 컷아웃'
이미지 출처: 시네이드 오드와이어 인스타그램

시네이드 오드와이어는 육체를 대담하게 드러내서 숨겨진 자아를 찾고 몸에 대한 주체성을 되찾을 것을 제안합니다. 특히, 매듭과 컷아웃 디자인을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23FW 시즌에서는 가학적인 성적 플레이의 밧줄 묶기 방식인 시바리(Shibari)에서 영감을 받은 십자 타이즈와 바디 슈트를 선보였고, 24SS 시즌에서는 이를 확장하여 매듭으로 감싼 전신 타이즈를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컷아웃 가운과 새틴 뷔스티에는 자연스럽게 가슴을 노출하는 디자인이예요.

이를 통해 그는 패션이 자신의 몸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하는 도구이자, 개인의 정체성과 연결된 숨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나체에 깃든 숨은 자아를 발견하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시네이드 오드와이어가 제안하는
여성의 섹슈얼리티

시네이드 오드와이어의 여성의 섹슈얼리티
이미지 출처: 1Granary

시네이드 오드와이어의 패션 세계는 신체적 다양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노출이라는 방식을 택하며, 자연스럽게 여성의 섹슈얼리티로 논의를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패션계가 노출을 다루던 방식은 마르고 길쭉한 여성이 허락된 부위만을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날씬하고 키가 큰 모델이 비키니를 입고 런웨이에 등장하는 것이죠. 이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미디어와 다른 자신의 신체를 결함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더하여 여자 아이들은 자신의 가슴이나 유두를 드러내는 것을 불경스럽다고 인식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몸에 대한 이미지를 재편해왔다는 점에서 패션을 ‘여성의 몸에 대한 시스템적인 방치’라고 일컫기도 해요.

시네이드는 여성성을 가진 몸들이 오랫동안 다양한 틀 안에 가두어져 왔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방시키는 수단으로써 노출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평소 감춰왔던 자신의 몸을 스스로 타인에게 내보임으로써 섹슈얼리티의 주체가 되는 방식인데요. 그가 선택한 실리콘, 밧줄, 컷아웃 방식 모두 여성의 가슴을 포함한 몸 전체를 가능한 많이 밖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이예요. 그리고 인간의 몸이 지닌 곡선과 같은 특유한 물성적 아름다움을 최대한으로 보일 수 있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이를 넘어서 SM 플레이의 매듭 방식인 시바리(Shibari)를 패션의 모티프로 차용하면서 숨겨두었던 성적 주체성과 자유로움을 찾고, 타인이 규정한 정상성에서 자유로워질 것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INSTAGRAM : @sjodwyer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감독인 셀린 시아마는 “나는 평생 나를 사랑하지 않는 영화들을 사랑해왔다”고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패션 또한 지금까지 모든 여성을 사랑하지 않았지만, 많은 여성들은 스스로를 지우고 고치면서 패션을 사랑해왔어요. 이 글을 읽고 패션과 나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패션에 대한 어떤 기억을 갖고 있는지 서로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효재

효재

해상도 높게 사랑하고자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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