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인간의 미래를
상상력으로 구현한 만화들

상상 속 이야기가 던지는
인간을 향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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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챗 GPT, 올해의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입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상용화될 미래에 대한 전망을 발 빠르게 내놓았고, 사람들은 미래에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결국 기술이 발전할수록 묻게 되는 것은 인간의 미래입니다. 마지막까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은 곧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오늘 소개할 SF 애니메이션 3편은 머릿속 상상은 무엇이든 재현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십분 발휘한 미래의 다양한 시나리오입니다. 새로운 일 년을 맞이하며 이미 시작된 인공지능과의 공존에서 우리 삶은 과연 어떻게 변할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썸머워즈>
여전히 중요한 가족과 밥

<썸머워즈>
이미지 출처: 워너 브라더스

가상 세계 OZ(오즈)가 하룻밤 사이 인공지능 러브머신의 해킹에 의한 침입으로 마비됩니다. 일상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로 넘어간 세계에서 디지털 환경의 위기는 곧 현실 세계의 극심한 혼란으로 이어집니다. 거리의 신호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자동차는 도로에 발이 묶이고, 소방서에는 통신 오류로 장난 전화가 빗발칩니다. OZ의 보안 관리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인공 겐지는 자신이 푼 암호 때문에 OZ의 방화벽이 깨진 일로 사태에 책임을 느끼고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선배 나츠키의 부탁으로 그녀의 증조외할머니 사카에의 생일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시골에 가 있던 그는 명망 있는 장군의 후손 집안인 나츠키 대가족과 함께 위기에 맞서 싸웁니다.

2009년에 개봉한 이 영화가 지금 의미 있는 이유는 개봉 후 시간이 흐르는 동안 놀라울 정도로 현실과 닮은 이야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전 국민이 쓰는 메신저와 온라인 민원 서비스가 먹통이 된 적이 있었지요. 게다가 인공지능이 일으킨 문제에 대한 윤리적 책임은 앞으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주요 이슈입니다.

애니메이션의 문제 해결 방식은 다분히 만화적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전통적 가치의 의미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나쁜 것은 배가 고픈 것과 혼자 있는 거란다”

사카에 할머니의 말처럼 어쩌면 인간의 미래는 여기에 달려 있지 않을까요?


<썸머워즈> 상세 페이지


<세 대의 로봇: 출구 전략>
인류의 실패를 통해 배우는 로봇

<세 대의 로봇: 출구 전략>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인류가 종말 한 미래, 폐허가 된 땅에 로봇 세 대가 찾아옵니다. 아직은 미성숙한 로봇 문화에 도움이 될 통찰력을 얻기 위한 일종의 현장 체험 학습이지요. 전쟁의 참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에서 로봇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하나둘씩 느낍니다.

이 작품은 현대 사회와 현대인에 대한 풍자로 가득합니다. 애니메이션 속 인류는 지구를 살리고 함께 생존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지만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미래를 포기했습니다. 0.1%의 부자들은 생존을 위해 화성으로 이주하면서 인근을 몰살합니다. 대다수의 버려진 사람들은 살기 위해 서로를 죽고 죽이는 싸움을 시작합니다. 로봇은 말합니다.

“이런 말 하기 싫지만 인간이 제일 끔찍하구나”

2023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났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미래는 과연 얼마나 다를까요? 시종일관 유쾌하게 흘러가는 이 작품을 마냥 웃으며 볼 수는 없습니다.


<세 대의 로봇: 출구 전략> 상세 페이지


<Avarya>
인간적인 로봇은 가능한가

<Avarya>
이미지 출처: Gökalp Gönen 비메오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은 드디어 영생을 살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행복해하지 않습니다. 그의 유일한 말동무인 로봇이 인간의 생명에 위협적이지 않은 완벽한 행성을 찾을 때까지 그는 우주를 떠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로봇은 이제 지쳤다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신 로봇은 그에게 지구에서 살던 집과 먼지 한 톨까지 똑같이 만든 우주선에서 평생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끝내 절망한 인간은 자신의 목숨을 건 결단을 내립니다.

관점에 따라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인간일 수도 로봇일 수도 있습니다. 유한하지만 외롭지 않은 삶과 무한하지만 고독한 삶 사이 인간의 딜레마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하는 로봇의 딜레마가 인상적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감상을 위해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애니메이션에 인용된 문구, SF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가 소설 『아이, 로봇』에서 제시한 로봇 3원칙 중 제 1원칙을 소개합니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할 수 없으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 해서도 안 된다.”

인간과 로봇은 결국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 흥미로운 상상을 통해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Avarya> 상세 페이지


앞으로 나올 SF 애니메이션은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낼까요? 현재 시점에서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에 그 답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현실이 못마땅해도 인간이 기술로 인해 서로 싸우지 않고, 기술 덕분에 더 살만 해지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인간은 늘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인류의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생존 전략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기라고 믿고 싶으니까요.


Picture of 김자현

김자현

그림과 글, 잡다한 취향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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