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로 맛보는 마라 맛 뮤지컬을 찾고 계시나요? 여기 미쉐린 3스타쯤 되는 프랑스식 마라탕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1998년 프랑스에서 초연되어 이후 20년 동안 전 세계 20개국에서 총 4,000회 이상 공연, 1,500만 이상 누적 관객을 기록한 작품이니까요. 프랑스 국민 뮤지컬로 손꼽히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모든 것을 알려드릴게요.
1482년 파리에서 생긴 일
디즈니 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꼽추’에 등장하는 꼽추를 기억하시나요? 태어날 때부터 등이 굽어 흉측한 외모를 가진 콰지모도 말이에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도 그가 등장합니다. 두 작품 모두 빅토르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다른 플롯으로 흘러갑니다. 한 여자를 사랑한 세 남자의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랄까요. 1482년 아름다운 도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프롤로 주교는 종지기인 꼽추 콰지모도를 종으로 삼고 있습니다. 성당 앞에는 집시들이 모여 살고 있고요. 집시인 에스메랄다가 춤추는 모습을 우연히 본 프롤로 주교는 욕망에 사로잡혀 콰지모도에게 그녀를 납치하라고 명합니다. 하지만 콰지모도는 근위대장 페뷔스에게 체포당하고, 페뷔스는 에스메랄다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는 약혼자가 있음에도 말이죠. 체포당한 콰지모도가 모든 이들에게 외면당할 때, 물을 건네준 에스메랄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낍니다. 안타까운 콰지모도, 권위주의적 탐욕의 프롤로, 바람둥이 페뷔스와 아름다운 집시 에스메랄다. 그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막을 내릴까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특별한 이유
1) 뮤지컬 속 사회자
자극적인 마라맛 전개만으로 미쉐린 3 스타라고 칭한 것은 아닙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는 특별히 사회자도 존재합니다. 본업이 프리랜서라 겸업이 가능한 음유시인 그랭구와르가 사회자 역할도 맡고 있는데요. 극장 내 불이 꺼지면서 등장한 그랭구아르는 대성당들의 시대를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그의 손짓 한 번에 커튼이 걷히고, 가고일 석상이 떠오르며 관객들을 1482년의 파리로 초대합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송스루 형식의 뮤지컬인데요. 송스루란 대사가 아예 없거나 극도로 제한하고, 모든 대사를 뮤지컬 넘버로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문학적으로 아름다운 원어를 완벽히 번안한 한국어 가사가 더해지니 정말 장편의 시처럼 느껴집니다. 음유시인이 말아주는 뮤지컬이라니 정말 기대되지 않나요?
2) 중독성 있는 강렬한 음악
좋은 뮤지컬이 되기 위해서는 음악이 좋아야 합니다. 특히 대사가 없는 송스루 뮤지컬에서는 더욱 그렇겠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규모 공연장에서 펼치는 콘서트 형식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인지라 더욱 음악이 강력합니다. 그랭구와르의 ‘대성당들의 시대’에 젖어 있을 여유조차 주지 않고 계속해서 웅장하고 강렬한 음악이 쏟아집니다. 작곡가 코시앙트는 클래식, 탱고, 록발라드, 팝 등 다양한 음악장르를 섞어 캐릭터를 음악으로 형상화합니다. 콰지모도의 순수한 사랑은 애절한 발라드로, 프롤로와 페뷔스의 욕망은 록, 의도치 않게 세 남자를 꼬신 에스메랄다의 매력은 탱고로 표현됩니다. 1막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다 ‘Belle(아름답다)’씬에서 폭발하고 말죠. 아름다운 집시 에스메랄다에게 빠져버린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가 함께 부르는 넘버인데요. 신분이나 상황이 모두 다른 세 남자가 에스메랄다를 둘러싸고 노래합니다. ‘belle’은 44주간 프랑스 팝차트 1위를 달성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끈 대표곡이기도 합니다.
3) 상징성을 띠는 안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음악만큼이나 무대장치도 화려합니다. 거대하고 화려한 무대장치가 관객들의 이목을 끌고, 배우들의 춤과 연기로 무대 위를 가득 채우죠. 우리는 여기서 한 번 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대 위의 배우들이 싱어와 댄서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2막의 ‘les cloches(성당의 종들)’ 씬으로 예를 들어볼까요? 콰지모도가 자신이 성당에서 가장 아끼는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세 종들을 비롯한 성당의 종들에 대해 ‘각기 다른 이유와 사람들을 위해 울리지만, 한 번도 결코 날 위해 울리지 않네’라고 절규하는 장면인데요. 박진감 넘치게 전개되는 넘버와 함께 댄서들은 안전장치 없이 세 종 위에 매달려 안무를 합니다. 공중에 뜬 종 위에 올라타 거꾸로 매달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종을 세차게 흔들기도 하죠. 이처럼 각 캐릭터가 노래하는 동안, 뒤에서 등장하는 아크로바틱 댄서들은 그들의 심리상태를 안무로 승화시킵니다. 실제적인 묘사보다는 소품과 안무의 상징성에 힘을 주기 때문에 이들의 춤까지 더해져 완벽한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때는 2024년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
아름다운 도시 서울, 2024년 1월 24일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옵니다. 무려 6년 만의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으로 돌아온 <노트르담 드 파리>는 아름다운 선율과 시적인 가사와 함께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무대를 가득 채웁니다. 필자처럼 오매불망 공연 소식을 기다린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기라도 한 걸까요? 국내 최대 규모의 전문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는데요. 극장 좌석수가 많고 넓다 보니 2, 3층으로 올라갈수록 잘 보이지 않고 소리가 답답한 편입니다. 한 칸이라도 앞으로 전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 1층 10열 이후로는 오페라글라스를 소지하는 것이 좋겠네요.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업그레이드된 오리지널 무대와 의상을 보기 위해서 오페라글라스가 필수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작자 빅토르위고는 당시 혼란한 사회상과 부당한 형벌제도, 이방인들의 소외된 삶을 묘사하고 권력의 상징인 노트르담 대성당과 대도시 파리를 풍자합니다. 흉한 외모를 가졌지만 맑은 영혼을 지닌 콰지모도는 순수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세 남자의 사회적 신분 차이는 있지만 그들이 가진 영혼에는 계급이 없다는 기독교적 평등주의를 보여주는 것이죠. 갈 곳 없는 떠돌이이자 무명의 예술가들이 들려주는 한 편의 시를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WEBSITE : <노트르담 드 파리>
INSTAGRAM : @mas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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