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어쩌다
책과 멀어졌나

1년에 1권도 읽지 않는 한국
독서 문화의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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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있다. 그중에도 한국은 유독 가파르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한국 성인 두 사람 중 한 명은 교과서, 참고서 등을 제외한 일반 도서를 1년에 1권도 읽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갑자기 책을 읽지 않게 되었을까? 개개인의 게으름, 불성실만으로 이 현상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한국이라는 특수한 사회 속 독서 문화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한국 사람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

이미지 출처: unsplash

1990년대 86.8%에 이르렀던 국내 성인 독서율은 2010년 초 70%로 하락한다. 그러나 놀라운 건 2021년 47%로 급격히 추락했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변화하고 책 외에도 흥미로운 유튜브, 영화, 오프라인 콘텐츠가 쏟아지기에 당연한 결과인 듯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유독 하락세가 빠르다. 흔히 비교하는 미국만 해도 2011년 78%였던 독서율은 2021년 75%를 기록하며 완만한 감소세를 보인다. 왜 한국 사람들은 독서를 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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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독서율이 빠르게 감소한 데에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특성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 사회 속 사람들은 개개인의 다양성, 서로 다름을 존중하기보다 집단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소속감, 비교 의식을 공유한다. 따라서 최신 사회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흡수해 소화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을 지니게 된다. 이로 인해 단발성 유행인 패션, 음식, 팝업, 브랜드 등에 집중하며 취미로 삼는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자아를 탐구하고 가치관을 만들어 나갈 장기적인 노력인 독서는 잊힌다.

한국 사회의 또 다른 특징은 과도한 경쟁과 피로감이다. 현실에서 한국 사람들은 학생 때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 계속적인 경쟁 환경을 경험한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입시 경쟁부터 취업을 위한 스펙 경쟁, 회사원이 된 후에는 과로와 만성 피로에 시달리며 스트레스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천천히 지적 세계를 탐구하기보다 당장의 고통을 잊게 해줄 만큼 자극적이고, 큰 노력 없이 몰입 가능한 콘텐츠 선호하게 된다.


MZ는 책을 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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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인의 독서율 변화를 좀 더 세부적으로 바라보면 놀라운 지점이 있다. 바로 성인과 학생 간 독서율 차이이다. 통계청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만 19세 이상 성인의 독서율(교과서, 참고서 등을 제외한 일반 도서를 1년간 1권 이상 읽은 비율)은 47.5%에 불과하다. 반면 초중고 학생의 독서율은 91.4%에 이른다. 이러한 차이는 어린 시절 학교 수업과 가정 학습 등을 통해 독서습관이 형성되었으나,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이 습관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나아가 세대별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독서량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그 감소 폭을 비교하면 더욱 놀랍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0년 전 대비 연령대별 독서량 변화를 살펴보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건 20대였다. 20대 연평균 독서량은 2011년 18.8권에서 2021년 8.8권으로 10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전 연령대를 살펴보아도 가장 급격히 줄어든 모습이다. 보통 연령대가 낮을수록 독서량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20대 독서량은 너무 빨리, 급하게 줄어 2019년 이미 30대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그 다음으로 10대의 독서량이 2011년 22.2권에서 2021년 13.1권으로, 20대에 이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매체와 콘텐츠 소비에 가장 열려있는 10대, 20대의 독서 감소가 가장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독서율이 높은 나라는 무엇이 다를까? 특히 어린 시절부터 성인까지 줄곧 독서를 즐겨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핀란드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책 읽는 사람을 만드는 나라

핀란드
핀란드, 이미지 출처: unsplash

핀란드는 정부 차원에서 독서를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다른 국가처럼 학교 교과 과목으로 별도의 교과서를 집필해 사용하는 대신 전 과목을 ‘책’으로 수업한다. 따로 독서를 추가 과목이나 수업으로 두지 않더라도, 기본 교과 과정에서 ‘책’을 교재로 수업을 들으면서 독서 교육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어릴 적부터 익숙해진 독서습관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정 목록에 있는 책을 완독하면 수여하는 독서 수료증 제도, 오랜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는 ‘책 읽어주는 할머니’,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독서 도우미개(dog)’ 등이 있다.

나아가 도서관의 접근성을 높여 보편적인 독서 문화를 만들었다. 인구 70만 명인 스톡홀름에는 공공도서관이 43개, 100만 명이 거주하는 헬싱키에는 공공도서관이 71개에 이를 정도로 많다. 그리고 일상 속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도서관이 되도록 사람들이 가장 자주 방문하는 위치에 도서관을 짓는다. 스톡홀름 시스타 역 근처 갤러리아 쇼핑몰 2층 전부를 공공도서관으로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물리적인 접근성 뿐만 아니라 심리적 진입장벽도 낮췄다. 책뿐만 아니라 3D 프린터, VR 기기 등을 체험하고 제작할 수 있는 공간, 어린이를 위한 놀이공간, 게임룸, 장애인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건물 설계 등이 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점점 더 독서와 멀어지는 흐름을 개인의 문제만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어린 시절 잘 학습한 독서 습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책을 통해 자아와 세계를 만날 경험을 이어가길 유인하는 제도적 바탕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개개인도 책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다시금 가까워질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때, 우리는 다시 책 읽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독서에는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자존감과 자기이해를 회복할 수 있다. 한국은 가장 우울하며 고통받는 이가 많다고 통계적으로 이야기되는 나라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 큰 변화가 필요하지만, 개인 차원에서도 자기 스스로의 욕망과 고통을 이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러한 목표에 독서는 분명한 도움을 준다. 또한 능동적인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독서가 필요하다. 자신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파악하고, 그 근본적인 원인을 고민하며 개선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오늘은 나 자신을 위해 가만히 누워 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 대신, 스스로 상상하고 고민하며 읽어 내려가는 독서를 해보는 건 어떨까? 책을 통해 나와 타인, 세계를 이해하면서 더 나은, 더 행복한 새해를 보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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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음.
삶을 깨트리는 예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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