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약한 일상을 지키는 힘
싱어송라이터 카네코 아야노

일기를 쓰는 마음으로
힘주어 부르는 다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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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갔네요. 새해 첫날, 속으로 다짐했던 목표들은 차츰차츰 이루고 계실까요? 필자는 이맘때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지키지 못해 노심초사한 때가 많았습니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세운 계획들이 불안감이 되어 돌아오고는 했는데요.

그래서 올해는 마음을 넉넉히 하고, 조그마한 목표들을 만들어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해가 바뀌어도, ‘나’라는 사람은 크게 달라지지 않으니 작은 성취들을 모아 일상의 균형을 조금씩 다시 맞추는 것이지요.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카네코 아야노(カネコアヤノ, Kaneko Ayano)의 음악이 그렇습니다. 겨울의 매서운 바람에 으스러지는 단풍처럼, 유약한 자신의 마음을 가사로 풀어 적지요. 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코 나약하지 않습니다. 낮고 단단한 목소리에서 꿋꿋이 살아가겠다는 용기가 느껴지거든요.


사적이기 때문에 섬세한 마음

가사로 붙이는 감정의 이름들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카네코 아야노(カネコアヤノ, Kaneko Ayano)
이미지 출처: FUJI ROCK FESTIVAL’23

J-POP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는데요. 그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K-POP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국내 차트의 장르 유연성이 부족해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특히 한일 양국에서 많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아이묭(あいみょん, Aimyon) 처럼 여성 솔로 아티스트의 비중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요.

J-POP은 대체로 사소하고 일상적인 소재로부터 기인합니다. 굵직한 감정 아래 위치한 조그마한 감상들을 가사로 써 내려갑니다. 컨셉츄얼하고, 트렌디한 비주얼이 주가 되는 K-POP과는 정반대 노선에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담백하고, 가사말과 멜로디에 집중하는 느낌입니다. 일본의 아날로그 정신이 녹아들어 있다고 말씀드리는 게 가장 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의 문화를 대표하는 진부한 표현이지만요.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카네코 아야노(カネコアヤノ, Kaneko Ayano)
이미지 출처: tokyohive

아이묭과 함께 일본 인디 신을 대표하는 여성 아티스트 카네코 아야노의 음악도 J-POP과 궤를 같이 합니다만, 좀 더 깊은 심상을 건드립니다. 그녀는 FUDGE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에게 곡을 쓴다는 것은 일기나 사소설을 쓰는 것과 같은 일이예요. 되도록이면 그 사실을 잊지 않고,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간과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카네코 아야노의 음악 세계를 잘 드러내는 답변이라 할 수 있는데요. 자기 고백적이고, 때로는 파괴적인 면모도 보여주는 가삿말. 70년대 일본 컨트리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복고풍의 멜로디. 가사와 멜로디를 아우르는 그녀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 ‘카네코 아야노’가 직접 새긴 일기장을 들여다 보는 기분이 들죠.


혼자서 쓴 기억들

어쿠스틱 버전 Hirtoride

카네코 아야노는 총 6장의 정규 앨범을 냈습니다. 94년생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작업량은 아닙니다. 게다가 3집부터는 각 앨범 당 풀 세션과 ‘Hitoride(一人で, 혼자)’라는 이름의 어쿠스틱 버전을 따로 녹음해 발매했는데요. 보통 가수들이 몇몇 트랙을 선별해 어쿠스틱 앨범을 만드는 것을 생각하면, 그녀가 자신의 음악에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동영상 출처: Kaneko Ayano 공식 유튜브 채널

고전적이고, 섬세하게 조율된 밴드 사운드도 좋지만, 카네코 아야노의 진면목은 어쿠스틱에서 드러납니다. 70년대 일본 포크록 밴드를 떠올리게 하는 멜로디는 통기타에서 더욱 빛이 나거든요. 그 위로 흐르는 일상적인 가사는 힘을 잃기 쉽지만, 그녀의 보컬 안에서 생생한 생명력을 가집니다.

동영상 출처: 혜진시 hjin 유튜브 채널

앞서 말했듯, 카네코 아야노는 자신의 일상과 그에 따른 감상을 음악에 녹이려 애쓰는 아티스트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어쿠스틱’은 자신을 대중에게 자신 본연의 모습을 소개하는 매개체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드립니다. 지난 2019년, 기타 하나만 들고 문화역서울284, 벨로주 홍대에서 공연을 했던 영상을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특별한 기교 없이 눈을 꼭 감고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중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유약한 마음이라 씩씩하게

다정한 응원이 깃든 노래

카네코 아야노의 음악을 들으면서 가사가 궁금해졌습니다. 일본인 리스너들의 평가들이 ‘가사’에 집중되어 있었거든요. ‘그녀의 음악은 스스로를 꽉 끌어안는 힘이 느껴진다’, ‘특별한 날들이 없는 일상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는 댓글들을 보고 가사의 내용을 찾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녀의 가사에는 일상의 모순과 번민이 잘게 흩뿌려져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작아서, 마음이란 뜰채로 건지기 힘든 작은 순간들이 말이지요. 카네코 아야노는 힘찬 목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그 순간들을 건져 올렸습니다. 그건 분명 ‘다정함’일 것입니다.

동영상 출처: Kaneko Ayano 공식 유튜브 채널

2023년 발매한 [タオルケットは穏やかな]에 수록된 동명의 트랙 ‘A towel blanket is peaceful’에는 그녀가 추구하는 다정함이 무엇인지 선명히 드러나 있습니다. ‘아이스 캔디, 곰인형을 소중히 여기는 게 어려워지는 건 왜일까?’라는 질문을 삼킨다는 고민으로 시작하는 노래는, 후렴구에 가선 ‘괜찮아. 모르는 건 모르는 채로. 애매한 사랑’이라는 외침으로 전복됩니다.

뮤직비디오 속 리듬에 맞추어 빠르게 편집되는 컷들은 평범한 이들이 보낸 일상의 단면들입니다. 카네코 아야노가 말하는 애매한 사랑이란, 어찌할 바 모르는 고민과 마음들이 뭉친 일상의 총체가 아닐까요? 우리가 씩씩하게 일상을 걸어갈 수 있는 힘은 ‘소중히 여기는 게 어렵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INSTAGRAM : @kanekoayanodayo


우리의 일상은 자주 삐걱거립니다. 자신의 마음이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일수록 그곳에 이는 미풍에도 쉽게 흔들리지요. 하지만 그렇기에 지금 나에게 필요한 균형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카네코 아야노는 부유하는 마음을 온전히 두지 못하는 유약함이 다정함을 찾을 수 있는 단초라고 힘주어 위로합니다. 작은 몸에서 터져 나오는 다정한 일상의 말들이 오늘도, 내일도 스스로의 유약함으로 인해 다정함을 잃을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닿길 바랍니다. 필자를 포함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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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현

새삼스러운 발견과 무해한 유쾌함을 좋아하는 사람.
보고, 듣고, 느낀 예술을 글로 녹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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