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 필름카메라를 깨울
인스타그램 계정 5선

비싼 취미에서
더 소중한 취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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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필름사진은 많은 이의 취미가 되었지만, 최근 몇 년간 필름의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뛰면서 더 이상 가볍게만 즐길 수 없는 취미가 되었죠. 한 롤에 7천 원 선이던 필름은 이제 기본 2-3만원을 오가는 사치품이 되었습니다. 특별한 날이나 놀러갈 때 한 롤씩 기념으로 찍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한 컷 한 컷 가격을 매기며 찍게 되니 한 때 모두가 찾던 빈티지 필카들은 장롱 신세를 지고 빈티지 캠코더의 시대가 시작되고야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필자는 필름카메라를 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신, 버리는 필름이 적어지도록 필름사진을 더 잘 찍고 싶어졌죠. 필자가 필름사진을 놓지 않을 수 있게 해 준, 인스타그램 계정 5개를 들고 왔습니다. 여러분의 알고리즘에 특별함을 더하기 위해 해외 계정으로만 준비했어요.


작가 개인 계정

흔히 필름사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감성과 이미지가 있지만, 세상에는 그보다 훨씬 다양한 사진작가와 필름사진이 존재합니다. 그 중 취향에 맞는 사진을 찍는 작가 혹은 흥미로운 주제의 프로젝트들을 발견하면 꼭 팔로우해두는 편인데요. 다양한 작가를 팔로우하면 필름사진이라는 장르 내에서도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다는 걸 매번 느낍니다. 자신만의 컨셉과 구도로 필름사진 계정을 운영하는 사진작가들을 소개합니다.

1) @expiredbren

이미지 출처: expiredbren 공식 인스타그램
이미지 출처: expiredbren 공식 인스타그램

가장 먼저 소개할 작가는 말 그대로 필름의 느낌이 낭낭하다 못해 테두리까지 보이는 @ expiredbren 입니다. 이 작가는 필름을 현상하고 게시할 때 보통은 잘라내는 필름의 테두리, 즉 프레임을 같이 게시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사진을 올릴 때 사용된 필름의 종류를 적어주는 사진가들은 많지만, 이렇게 사진에 바로 보여지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필름 별로 다르게 디자인되어있는 프레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각 필름 별 느낌을 보다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죠. 주로 세계를 여행하며 사람 없이 이국적인 풍경이나 덩그러니 세워진 차를 찍는데, 이 작가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휑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INSTAGRAM : @expiredbren


2) @kristophershinn

이미지 출처: kristophershinn 공식 인스타그램
이미지 출처: kristophershinn 공식 인스타그램

두 번째 소개할 계정은 특이한 콘셉트을 가진, 한 작가의 프로젝트를 담은 계정입니다. @kristophershinn은 시애틀의 작가로 오로지 페리(ferry), 그러니까 여객선에서 찍은 필름사진만을 게시합니다. 페리는 관광용보다는 교통수단의 개념이라 보다 현실적이고 친근한 승객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어요. 배라는 공간적 특성상 일정하게 나열된 의자, 창문, 표지판 등이 묘하게 만족감을 주면서 웨스 앤더슨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상적이면서도 특이한 구도의 사진들이 많아 보고 배울 것이 많은 계정입니다. 또 여러 나라를 돌며 다양한 배를 타다 보니 색다른 배들의 특징과 그에 따른 새로운 구도도 매번 흥미로워요.


INSTAGRAM : @kristophershinn


3) @nanaaa_photo

이미지 출처: nanaaa_photo 공식 인스타그램
이미지 출처: nanaaa_photo 공식 인스타그램

그래도 역시 필름 하면 일본 감성이지! 하는 분들을 위해 일본인 작가님도 한 분 데리고 왔습니다. @nanaaa_photo는 도쿄의 사진작가로, 실제로 일본에서 찍은 사진들을 주로 업로드하기 때문에 우리가 상상하고 또 기대하는 일본 특유의 감성이 잘 묻어나는 작가입니다. 다만 너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 전형적인 느낌은 조금 벗어난 자신만의 시선과 색감이 있어요. 색감을 강하게 쓰지 않지만 햇빛을 잘 이용해서 ‘찬란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사진을 많이 찍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피사체로 두는 경우도 많아 다양한 인물 사진 구경에도 좋아요.


INSTAGRAM : @nanaaa_photo


사진 커뮤니티 계정

다양한 작가들을 팔로우하고 들여다보는 건 좋지만, 내 취향의 작가를 팔로우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이죠. 그럴 때 보면 좋은 계정은 바로 다양한 작가들의 사진을 모아 올려주는 계정들이에요. 다양한 작가들의 사진을 아카이빙하고 소개하는 이 계정들은 사진 커뮤니티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합니다.

1) @in.film.we.trust

이미지 출처: in.film.we.trust 공식 인스타그램

필자 기준 가장 다양한 필름사진들이 모이는 계정, @in.film.we.trust 입니다. 지극히 일상적인 필름사진부터 상업적인 사진, 작품같은 사진까지 한데 모여있는 피드는 개인 계정과 다르게 일관적이지 않은 색깔을 담고 있어 더욱 재미있어요. 다양한 사진을 모으는 계정이 많지만 특히나 이 계정을 추천하는 이유는 그 와중에도 전형적으로 생각되는 필름사진의 색감과 감성을 담은 사진들을 일관적으로 모은다는 점이에요. 피드에 모인 작가들의 색은 다양하지만 취미 사진가가 보기에 어느 정도 익숙한 필름 감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다양한 작가들을 접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팔로우할 계정으로 추천드립니다.


INSTAGRAM : @in.film.we.trust


2) @the35mmdiary

이미지 출처: the35mmdiary 공식 인스타그램
이미지 출처: the35mmdiary 공식 인스타그램

@the35mmdiary는 #the35mmdiary 라는 해시태그를 이용해 사진들을 아카이빙하고, 여러 사진가들의 사진을 일정한 톤으로 모아 큐레이션해주는 커뮤니티 계정입니다. 분명 모두 다른 사람들의 사진일텐데 피드의 톤과 감성이 마치 한 명의 작가처럼 일정하죠. 이 계정의 운영자는 본인을 ‘큐레이터’라고 칭하며 매번 한 시리즈의 사진을 큐레이팅한 뒤 무드에 맞게 피드에 게시합니다. 이 계정 또한 다양한 작가들을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만, 피드 운영과 큐레이션 그 자체에도 주목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계정입니다. 전 세계에서 찍힌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사진을 찍어낸다는 사실도 무척 흥미롭죠.


INSTAGRAM : @the35mmdiary


필름이 비싸졌다고 필름카메라를 안 쓰기보다는 비싸진 만큼 더 소중하게 기록하고 즐기기를 권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필름 계정 탐방이었는데, 정말로 필름사진을 찍는 눈을 키우는 데에는 많이 보는 것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디지털카메라보다 개인의 감성을 담는 것이 필름사진이기에, 많이 보고 느낄수록 제 사진에도 감성과 애정이 생겼죠. 필름카메라는 아날로그한 장비인 만큼 가벼운 취미로 시작해 전문가의 영역까지 들어갈 수 있는, 사용자의 레인지가 넓은 취미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비의 영역에서 더 깊은 매력을 느끼고 취미를 이어나갈 수도 있지만, 필자는 우선 다양한 사진과 작가들을 들여다보며 나 자신이 필름에 담을 수 있는 감성을 찾아보기를 권해요. 그렇게 된다면 필름사진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고, 비싸게 담긴 한 장 한 장 모두 그 가치를 지닐 테니까요.


유니

유니

더 밖으로 넓어지기 위해 더 안으로 들여다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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