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동네서점은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동네 서점과 소비자 사이엔
작은 오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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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했던 동네 서점이 문을 닫았다. 월세 부담에 서점 위치를 한 번 옮겨가며 자구책을 강구했지만 서점 대표님은 이제 별다른 수가 없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서점을 시작한 지 4년, 모두가 다 아는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한 채 서점은 문을 닫았다. 작년 한 해 동안 동네 서점 50여 곳이 문을 닫았다. 폐업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상황과 내막은 알 수 없다. 그저 ‘작년 한 해 50여 곳의 동네 서점이 영업을 종료했다.‘는 담백한 사실 담긴 기사만을 접할 뿐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2023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1년 동안 구입한 도서는 성인 기준으로 종이책 1.0권, 전자책 1.2권, 오디오북 0.2권 정도이며, 그에 따라 1년 동안 소비한 도서 구입비는 종이책 1만 8천 원, 전자책 6천 원, 오디오북 1천 원이라고 한다. 점차 내리막을 걷고 있는 출판 시장 속에서 성인 한 명이 1년에 단 한 번 소비하는 1만 8천 원을 놓고 조용한 격전의 장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조차도 동네 서점은 가장 영세하고 그 힘은 미약해 보인다.

책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점차 뜸해지고, 정부 주도하의 지원 사업은 해마다 축소되며 경기 불황의 여파만이 서점을 가득 메우고 있는 요즘, 동네 서점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급변하는 트렌드와 함께 새로운 팝업 공간이 난무하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자극하는 오프라인 환경 속에서 동네 서점이 지속 가능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건 아닐까. 반전을 꾀할 비책이 있는가.

사진 이의성


동네 서점의 현재는 어떠한가

대한민국에서 오프라인 공간을 창업해서 운영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트렌드는 공간이 구축한 입지를 약화시킨다. 주기적으로 뜨고 지는 상권의 변화 역시 그곳에 터를 잡고 있는 매장의 힘을 위협한다. 급변하는 지금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은 대부분 위기와 상시 공존한다. 비단 동네 서점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진보초 고서점 거리 동네서점
일본 진보초 고서점 거리

서점 운영자분들과의 짧은 인터뷰에 더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규모 동네 서점의 현실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건 온라인 생태계의 확장에 따른 편리함, 이에 더한 대형 서점의 영향으로 귀결된다. 이번 2023 국민 독서 실태조사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성인의 경우 종이책을 구입하는 방법은 ‘대형 서점(오프라인)’이 44.7%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인터넷 서점, 인터넷 쇼핑몰’(25.2%), ‘소형 서점’(8.4%)이 제일 하위에 속했다. 또한 대부분의 지표가 하락세를 기록한 것과 달리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빈도는 증가했을 뿐 아니라 온라인 구매 수요 역시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종이책을 읽는 독자의 지속적 감소와 대형 서점의 영향에 기인한 신규 모객의 어려움은 ****독립 서점 대부분이 봉착하고 있는 난제다. 그러나, 신규 모객의 어려움은 어느 산업이건 대부분의 기업과 브랜드들이 겪는 공통의 주제이므로 동네 서점만의 문제라고 특정하긴 어렵다. 때문에 이 점을 차치한다면, 동네 서점이 겪는 난관은 구매 전환의 어려움으로 구체적으로 한정 지어 볼 수 있다.

이는 (앞선 인터뷰 답변을 비롯하여) 여러 동네 서점들에서도 일관적으로 호소하는 어려움과도 맞닿아 있으며, 동시에 ‘서점이 제공하는 가치’의 맥락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배경과도 연결된다. 얼마 전 온라인상에서 벌어졌던 동네 서점과 소비자 사이의 사소한 오해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동네 서점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얼마 전 X(구 트위터)에서 서점 대표님의 트윗 게시물이 SNS상에서 작은 반향을 일으킨 적 있었다. 아래의 트윗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누군가에겐 간단한 해프닝일 수 있지만, 서점을 운영하는 누군가에겐 불편한 진실처럼 느껴졌을 수 있다.

스토리지북앤필름 공식 트위터
이미지 출처: 스토리지북앤필름 공식 트위터

트윗을 게재한 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은 해방촌에 위치한 독립서점으로 다양한 독립 출판물을 구매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서점이며 우리나라 독립서점의 중흥과 독립 출판 작가들을 양성해 온 산파 역할을 수년간 담당해왔다. 말하자면 독립서점의 아이콘이기도 한터라 그 자체의 상징성이 적지 않은 덕분에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신규 독자들이 굳이 찾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트윗의 내용에서 언급되었다시피 서점의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물론 구매보단 공간 자체를 경험하는 방식 역시 소비자들이 공간을 소비하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그런 점에선 서점 공간을 비롯해서 서점 속 큐레이션 된 도서들의 맥락과 의미가 소비자들에게 온전히 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래서 최종 구매로의 전환이 되지 못한 결과는 온전히 서점 측에 있다. 온라인에서 구매 가능한 도서들임에도 굳이 서점을 방문할 이유를 만드는 맥락과 결국 판매로 이끄는 힘은 서점에서 비롯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과 다른, 동네 서점이 제공하고 있는 무형의 가치가 너무 쉽게 소비되고 간과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만하다. 그렇다면 동네 서점이 제공하고 있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동네 서점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대형 서점은 출간된 대부분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 공간이자 대중적인 선호와 기호를 확인할 수 있는 장으로 기능한다. 서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읽어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굳이 구매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사람들을 모객하는 수단이 되거나 체류시간을 증가시키는 역할 또한 작지 않다. 이에 반해 동네 서점의 모든 것은 하나하나의 이야기다. 모든 것엔 가치와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공간 인테리어에서부터 동선, 비치된 도서들, 그리고 그것들을 소개한 이유 등, 그 모든 것을 경험하고 누리기 위해 사람들은 동네 서점에 ‘굳이’ 방문한다. 서점만의 개성 담긴 제안과 큐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그것에서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을 위해 수많은 도서들 중 서점만의 기준과 개성을 기반으로 엄선된 도서를 선별하여 소개한다. 영화, 혹은 디자인 서적 등 자신의 취향을 다루는 서점을 방문했을 때 각자의 지경을 넘어서는 깊이의 도서들을 서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 발견의 가치야말로 동네 서점의 의미와 상통한다.

하남시에 위치한 서점 콩트
하남시에 위치한 서점 콩트

또한 서점은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전시 및 모임을 기반으로 한 지역 내 문화 커뮤니티의 산실로써 역할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토리지북앤필름의 경우 독립 출판을 위한 다양한 모임과 커리큘럼을 제공하며 그 안에서 작가들끼리 서로 연대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블라인드 북을 매개로 지역 내에서 독서 모임을 활발히 여는 서점 리스본을 비롯해서 동네 서점은 지역 내에서 독서를 매개로 다양한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한다.

이 같은 무형의 가치는 측정 가능하거나 정량화하기 어렵다. 인지와 설득에도 개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은 동네 서점의 자생력과 지속 가능성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단순한 이미지 소비를 넘어 제안의 체험, 발견을 위한 탐험에 방점을 둔 방문이 된다면 독자 개인의 지경 역시 넓어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무형적 가치에 매몰되어 방문이 구매로 전환되지 않은 모든 책임을 소비자로 전가시키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서점 각각의 상황과 사정에 따라 내부 사진 촬영을 금하는 서점들도 있지만, 단순 구매를 넘어 공간을 이미지로 소비하길 바라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외면하는 건 서점을 대중들의 시선에서 더 멀어지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볼 만하다. 동시에, 단순히 공간 촬영을 넘어 책의 내지까지 사진으로 촬영하는 소비자들 역시 지적 재산권에 대해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동네 서점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엄밀히 말하자면) 책은 이제 더는 일반 대중들의 주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종의 도서들이 출간되지만 그 안에서 (그나마) 주목받는 도서는 온/오프라인 주요 매대에 놓인 책들이며 그 책들 역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물며 마케팅과 브랜딩에 능하지 않은 대부분의 동네 서점의 경우 책을 넘어 ‘굳이’ 그 책을 위해 공간까지 방문하도록 제안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서점만의 개성과 고유함을 공간에 녹이는 한편, 소비자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개성과 소통이야말로 동네 서점이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무엇을 제안하는 서점인지, 그것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명확하게 설정하는 한편, 그것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담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당연히) 어렵고 힘든 일이다. 온라인에서 산 책이 이튿날 새벽에 집 앞까지 배달되어 오는 지금, ‘굳이’ 서점을 방문해야 할 이유를 명쾌히 제안하지 못하는 많은 서점들은 거듭된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참고하면 좋을 사례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공간만의 개성과 소통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동네 서점들의 고군분투 속에서 서점의 긍정적인 미래 역시 가늠해 볼 수 있다.

1) 책을 넘어 공간 자체가 이야기가 되는 서점

동네 서점이라고 생각하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들이 있다. 그러나 이태원에 위치한 이곳은 서점임에도 서점이라는 정체성으로 한정 짓기가 어렵다. Photo와 Design, Fashion의 스펠링을 따서 이름 붙여진 이곳 PDF 서울은, 사진과 디자인, 그리고 패션 분야의 아트 북들을 선별해서 판매하고 있다.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해야 할까. 혹은 감도 높은 수집가의 작업실로도 부를 수 있다. 감도 높은 공간의 매력과 함께 운영자가 10년 넘게 수집해 온 결과물이기도 한 다양한 책들은 PDF 서울을 대표하는 개성과 스토리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것을 감도 높게 구현한 내부 공간 역시 이곳에 굳이 와야 할 이유를 제공한다.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공간 콜라보를 진행하며 젊은 세대들에게 영감을 제공하는 콘텐츠로, 또 공간 자체의 매력으로 소구하고 있는 이 공간이야말로 서점을 책에 한정 짓지 않고 자유롭게 유영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2) 사람과 책,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서점

2020년에 부산에서 문을 연 이곳 주책공사는 독서모임을 꾸준히 운영하던 운영자가 창업한 서점이다. 책을 파는 서점보다 읽게 하는 서점이길 바란다는 그의 지향점이 서점 곳곳에 녹아있다. 다양한 독서모임과 함께 이벤트를 통해 지역을 아우르는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엄청난 에너지와 왕성한 활동으로 책과 공간을 알리는 이성갑 대표는, 개별 맞춤 큐레이션 서비스를 비롯해서 다양한 모임을 열며 책과 사람을 잇고 독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일에 매진한다. 서점 운영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4년 남짓 지났을 뿐인데 어느새 부산을 대표하는 동네 서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지역 내 독자들을 발굴하고 축적해왔다.


오래 사랑받는 동네 서점으로
안착하기 위한 과제

동네 서점은 변화하는 시류 속 소비자들의 니즈를 포착해서 그것을 서점만의 개성 담긴 도서와 공간으로 연계해 나가야 한다. 더욱 활발히 독자들과 소통하며 그것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의 세를 확장해야 한다. 단순히 사진 촬영 자체를 금하거나 무형의 가치를 강요하기에 앞서 발견의 계기를 모색하며 공간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되도록 하는 한편, 설득의 맥락을 강화하며 구매 전환율을 높여 나가야 한다. 단순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서점 커뮤니티로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동네 서점의 가치에 결국 설득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기획한다면 지속 가능한 서점이자 지역 내에서 커뮤니티의 구심점을 담당하는 역할을 담당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비자에게도 다양성을 발견할 수 있는 매개이자, 온라인에서 경험하기 힘든 알고리즘 밖 세계를 탐험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각자의 취향과 같은 결의 사람들을 대면하는 통로로, 책을 넘어서 서로의 세계를 탐방하는 장이 된다면 독자와 동네 서점 사이의 작은 오해는 허물어질 수 있다. 이러한 기반 위에 동네 서점은 앞으로 그 의미가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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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성

책을 읽고 곱씹으며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리곤 글을 씁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합니다. 재미를 발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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