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
늪에 빠진 사람들

더 나은 삶을 위한 수단인가?
도태되고 싶지 않은 불안함의 발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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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전 8시부터 자기계발을 독려하는 다양한 뉴스레터가 속속 배달된다. 영감과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성장의 영양분들을 제안하는 메시지들은 일주일 내내 일상 속 도처에서 반복해서 휴대폰에 울린다. 회사에서도, 그리고 퇴근한 이후에도 성장하기 위해, 조금 더 나은 자신을 위해 스스로를 기꺼이 채찍질한다. 직장 동료들은 물론 친구들 대부분 자기 계발이라는 대오에 줄지어 서 있는 것 같은 요즘, 그 대열에서의 이탈은 낙오와 실패를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타인의 보폭에 맞춘 성장 속도를 유지하고 따라잡기 위해 우리는 자발적으로 비용을 지불한다. 건강을 위한 신체적 운동과 정서적 휴식 역시 마음 편히 즐기지 못하고 열과 오를 맞춰 스스로를 검열한다.

물론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편으로의 자기 계발은 삶에서 필요할 때가 있고, 개개인의 지향점에 따라 때론 지속적으로, 그리고 묵묵히 정진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속도와 방향, 필요 모두 내면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태도의 결과로써의 자기 계발은 역사적으로, 그리고 전통적인 삶의 한 양태이기도 했다. 그러나 근래와 같이 모두가 앞다퉈 경주하는 듯한 자기 계발의 양상은 그 목적과 이유에 대해 면밀히 성찰할 계기와 필요를 돌아보게 만든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인지, 혹은 도태되고 싶지 않은 불안함의 발로 때문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자기 계발의
역사적 맥락과 그 양상

자기 계발의 역사는 두 가지 양상으로 발전해 왔다. 인간이 함양해야 할 기본적인 품성을 강조한 수신론으로의 접근과 자본주의와 결합되어 전개되기 시작한 성공론의 방편이 세계 역사 속 자기 계발의 흐름을 대표한다. 먼저 수신론의 경우 근면과 절약의 청교도 정신과 닿아 있으며 사람의 바탕과 덕목이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보는 시각을 이론적 기반으로 삼는다. 철저한 시간관리로 유명한 벤저민 프랭클린과 ‘자조론’을 통해 자기 계발서의 연원이 된 새뮤얼 스마일즈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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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859년 영국 작가 새무엘 스마일스가 집필한 『자조론』은 우리에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익숙한 문장으로도 유명한 책으로,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전유럽은 물론, 패전 후 희망을 잃어버린 일본에까지 영향력을 끼친 바 있다. 여기서 자조(Self-Help)는, 즉 스스로 돕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근면함과 인내심, 끈기와 성실, 정직 등의 덕목을 키우고, 전념, 검소, 검약, 시간엄수의 습관을 들이며 건전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자조의 태도와 함께 스스로를 도울 때 비로소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그의 메시지는, 습관의 변화를 통해 인격의 변화를 도모하는 일종의 수신(修身)론에 가까웠다. 산업혁명 이후 성공을 꿈꾸며 도시로 진출했지만 버거운 노동에 종사하던 당시 노동 계급에게 자조론 속 메시지는 개인의 노력을 통한 발전과 성장이 성공과 연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의미했고, 이는 현대에 이르러 ‘원칙중심의 성품 윤리’를 강조한 스티븐 코비로 이어지게 된다.

그 이후 본격적인 자본주의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하며 이론적 기틀을 쌓기 시작한 성공학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급격히 변화된 사회 속 기업과 개인의 위기의식이 고조되며 사람들의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인물로, 나폴레온 힐과 데일 카네기, 지그 지글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혼란스러운 당시 사회 속에서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학을 정착시켰고 다양한 강좌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했다. 이는 현대에 들어서 브라이언 트레이시, 앤서니 라빈스, 론다 번 등으로 이어져 왔으며 이들을 통해 자기 계발은 엔터테인먼트와의 신념의 힘, 긍정적 자기 암시, 뚜렷한 목표의식, 끈기 등을 성공의 주요 덕목으로 강조하게 되었다. 수신론이 자신의 의지를 활용해 노력할 것을 강조한다면, 성공학은 자기의 생각을 가지고 쟁취할 것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현대 자기 계발 유행의
뿌리와 배경

이러한 자기 계발의 전통적 패러다임은 현대에 이르러 신자유주의와 결합해 더 맹렬하게 작동되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 속에서 자기 계발은 거대한 교육사업인 동시에 일종의 유사종교로 점차 전환되어 갔다. 이와 더불어 자기 계발 활동들은 지나치게 성공지향적이거나 그것을 위한 현실의 욕망을 무비판적으로 내재화되기 시작했다.

한국을 장악한 자기 계발 트렌드에서도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것이 바로 자기 계발로 일컬어지며, 스스로를 인적자원으로 시장에 진열하고 판매한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 자기 계발 담론은 현대 사회를 작동시키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들어맞는 특정한 인간형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깊숙하게 개입한다. 평범한 학생은 자기 주도형 인재가 되어야 하고, 이제 막 입사한 사원에게도 기업의 리더들과 같은 주도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길게 보면 수 십 년 간, 그리고 경기 침체가 엄습하고 있는 최근까지도 전례 없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자기 계발 산업은 자본주의 이데올리기와 긴밀한 유착 관계를 쌓고 있다.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기 계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두려움에 기반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먹이 삼아 계속 성장해왔다. 여기서의 자기 계발에는 건강을 비롯한 신체적 관리와 건강한 식습관까지 모든 요소를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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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유능한 사람, 더 뛰어난 역량을
갖추기 위한 긍정적 열망과 가능성

물론 역사적으로, 그리고 전통적으로 우리는 각자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사회에 더 적합한 인재가 되기 위해, 더 나아가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노력의 의도와 방향은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발전시키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어 왔고, 그것이 곧 사회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이를 뒷받침하는 후기 현대철학의 주요한 사조 또한 인간을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실천적 존재로 보고 이를 통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재정의했으며, 이것이 자아를 실현하는 방편이 되어왔다. 그 일환으로 철학과 종교, 역사, 그리고 현대 사회의 다양한 측면에서 자기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모색한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세계에 대한 이해를 자신의 경험과 해석에 따라 만들어 나가는 존재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간 스스로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형성해 나가는 주체적이며 자기 형성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이 주체적 자기 형성적 존재라는 것은, 곧 인간의 본질이나 특성이 계속된 경험으로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경험을 계속 재구성함으로써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존재, 즉 학습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교육적 존재임을 가리킨다. 이는 우리가 계속해서 발전하고픈 욕구와 그것을 실현해 낼 수 있는 존재라는 말과 같으며, 목적으로써의 자기 계발 그 자체와 열망에 문제는 없다는 사실과 상통한다. 이처럼 자기 계발은 주체적인 태도로 접근한다면 긍정적인 변화를 촉진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와 함께 적재적소에서 주체적으로 추구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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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위한
속도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사람들

그러나 이미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에 머물고 있는 디지털 세계에서 우리 각자가 주체적인 시각을 견지하기란 쉽지 않다. 하루의 대부분을 머무는 온라인 공간에서 우린 쉴 새 없이 비교되고 분류되며 평가되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자기애의 형태로 자기 관리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데이터 경제 속 기업들에 더없이 좋은 경쟁적 소비자가 된다. 그리고 이는, 사람들 모두가 ‘성공’이라는 허구의 자아상을 목표로 만들게 하여 무한경쟁 속으로 서로 내모는 한편,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을 조성하는 문화를 형성한다.

신자유주의 속 자기 계발의 중독적 속성은 사람들을 경쟁과 과로로 시달리게 하며, 계속해서 허상인 자아상을 추구하게 만든다. 일종의 ‘히어로 신드롬’의 단편적 사례로써 자수성가한 사람들, 부자가 된 사람들을 우상으로 삼게 만들고, 누구든지 우상처럼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기 계발 문화에 휩쓸려 끊임없이 나를 변신시키고자 하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초상은 결국 허무와 자기 소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기술의 발전과 알고리즘의 심화는 모두의 강박에 가속을 더한다. 광란적인 소용돌이에 휩싸인 사람들은 돈, 권력, 성공, 그리고 더 거칠고 빠른 삶의 속도를 쫓고 있다. 모든 중독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 감정, 사고를 통제할 수 없지만 자신이 지극히 정상이라고 믿는다. 이것은 한병철 교수가 말하는 ‘피로사회’ 속 현대인의 단면이기도 하다. 우리는 항상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얼마나 빨리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만 몰두한다고 한병철 교수는 ‘투명사회’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빠른 속도와 이에 비례한 성과를 내야 하는 강박, 성공을 향한 비슷한 지향점을 가진 소속 집단에의 열망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한 정신 질환이기도 하다. 과도한 일정은 성공으로 향하는 증거로, 그것을 수행해 내기 위한 멀티 태스킹은 숙달해야 할 새로운 기술로 자랑스럽게 합리화되고 있다. 빠른 숙면을 돕는 명상 서비스와 미라클 모닝 또한 자기 계발이라는 이름이 붙은 상품으로 진열된다. 스스로의 계발 및 발전은 속도로 환원되어야 하고 단기적 성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이는 몹시 중독적인 성격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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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미에서의
자기 계발은 과연 가능한가

지금 우리는 다양성을 추종하는 수없이 파편화된 개인주의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성공은 개인적인 책임에 귀결된다. 건강한 이미지의,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며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는, 흠잡을 곳 없는 삶이야말로 성공의 요소라고 말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는 성공이라는 이름의 자기 집착에 빠져들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으론 자기 계발을 소비한다는 것은 개인의 삶이 난국에 처해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자기 계발이 흥행한 시기는 경기 불황과도 연관이 깊다. 이 난국에서 돈을 지불해서 무언갈 배우고 습득해서 실천한다면 당신의 삶은 달라지리라고 말할 때 설득력을 얻기 쉽기 때문이다. 기업과 자본가들은 자기 계발 관련 활동에 기꺼이 참여했을 때에야 모두가 발 빠르게 내달리는 사회 속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고 자극한다. ‘거대한 사기극’의 저자 이원석 작가 또한 이러한 도식이 종교의 구원론적 도식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하며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는 자기 계발을 수행할 자유만을 강요하며, 끝없는 인적자원 개발만을 요구하는 극악한 세계이다.’라고 현대 사회 속 자기 계발의 의미를 정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기 계발은 과연 요원한가? 다만, 몇 가지 자문해 보면 좋을 질문들을 권한다. 자기 계발에 몰두해서 삶이 나아졌는지, 혹은 나아지고 있는지. 두려움이 떨쳐지는지, 삶이 고양되고 있다고 느끼는지에 대해 말이다. 오래된 자기 계발 이념적 토대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파국을 맞았다. 만약 자기 계발의 패러다임이 효과적이라면, 한국에서 비정규직·실업·자살 문제로 시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자기 계발의 패러다임으로 세상이 더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완벽함을 추종하려는 우리의 기대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리고 수많은 이들이 이 불가능한 환상을 쫓느라 고통받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완벽한 자아라는 개념은 어찌 보면 허상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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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성

책을 읽고 곱씹으며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리곤 글을 씁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합니다. 재미를 발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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