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 피워낸
사랑을 담은 영화 3편

비극의 대물림을 끊기 위한
세 편의 사랑 이야기
Edited by

복잡하게 얽힌 세력과 이해관계, 끝을 알 수 없는 대립. 전쟁의 본질적인 원인에 대해 설명할 수 없으나, 전쟁이 남기는 파괴와 슬픔은 개인의 몫이 됩니다. 전쟁과 그로 인한 수많은 희생자, 상황판 숫자로도 기록되지 못하는 사망자들, 전쟁으로 인한 고통과 죽음의 도상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비극임이 분명합니다. 이 비극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약자는 혼자의 힘으로 벗어날 수 없는 사람, 바로 아동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된 한 개인이 가장 약자인 아동을 돕는다는 것은 쉽사리 행하기에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속에서 가족이라는 운명공동체를 함께하는 것을 선택하며 자신만의 사랑으로 분노의 고리를 끊고자 하는 부모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약자이지만 한편으로는 다음 세대를 이룰 자신의 아이들에게 평화를 주려 각자의 방식으로 투쟁하는 사랑에 관한 3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외면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위대한기록
<사마에게>

전쟁 영화 <사마에게>
이미지 출처: 엣나인필름

<사마에게(2019)>는 시리아 내전 속 끈질긴 기록들을 모아 영원히 박제한 다큐멘터리 작품입니다. 작품의 감독인 와드 알-카팁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주변의 일상을 담은 500시간이 넘는 영상을 기록하였고 이를 편집하여 세상 밖으로 내놓게 됩니다. 작품에는 전쟁 속 어머니이며, 이슬람권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쟁의 참상이 담겨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날카롭게 다가오는 전쟁과 공포를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병원과 민간인을 향한 폭격을 금하는 전시국제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격에 무참히 피해입는 민간인들과 무너지는 병원들의 장면까지 고스란히 찍어냅니다.

전쟁 영화 <사마에게>
이미지 출처: 엣나인필름

위태로운 전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주변에는 아주 평범한 일상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기뻐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서로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사랑의 결실로 맺어진 아이를 기르는 모습까지 모두 담겨있습니다. 그러나 보통의 삶 가운데는 매일 죽음의 공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 꿋꿋이 기록하게 된 계기는 자신의 딸에게 가족의 생전 모습을 남겨주기 위함인 듯합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폭격, 병원에서 사망한 아이의 어머니의 절규 그리고 기록을 통해 참상을 알려달라는 그녀의 한마디로 책임감을 느낀 감독은 처참한 현상의 증인이 되고자 합니다. 참상을 고발하는 기록자이며 각성하는 감독은 자신의 딸에게 전쟁 범죄를 고발하는 증거인 영화를 건네며 비극의 고리를 끊어내려 합니다. 감독 와드 알-카팁의 시선으로 제작된 영화 <사마에게>를 통해 일상에 존재하는 어머니의 사랑과 전쟁의 참사를 되풀이 하지 못하도록 기록하는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증오의 고리를 끊어내는 어머니의
<그을린 사랑>

전쟁 영화 <그을린 사랑>
이미지 출처: 티캐스트

영화감독 드니 빌뇌르의 <그을린 사랑(2010)>은 내전이 남기고 간 폭력성과 상처 그리고 이를 뒤덮은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 담긴 영화입니다. 영화는 종교적, 인종적 갈등으로 빚어진 레바논 참전을 모티브로 삼아 만든 가상의 비극적 가족사를 담고 있습니다.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은 죽은 알았던 생부와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가 있다는 어머니 나왈의 유언을 듣고 어머니의 과거 흔적을 쫓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전쟁 영화 <그을린 사랑>
이미지 출처: 티캐스트

독실한 기독교인인 나왈은 종교의 차이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내전의 참사로 인해 자신의 아이를 잃기도 하며, 복수를 위해 반기독교 파가 되어 기독교 지도자를 암살하고 이로 인해 모진 성고문을 당하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복수의 굴레에서 그녀는 폭력의 피해자이기도 가해자이도 합니다. 결국, 나왈은 대물림되는 증오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자신의 아이들에게 기록된 진실을 전해주며 모든 것을 용서하기로 결심합니다.

한편으로는 끔찍한 진실을 전해주는 그녀의 선택에 대해 의문이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마에게>가 제작된 계기와 같은 이유로 이러한 선택을 만들었을 지도 모릅니다. 나왈이 겪었던 전쟁의 트라우마는 그녀의 생애의 결말을 맺지 못하게 만듭니다. 평생을 전쟁의 상처에 분노하게 만들며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게 합니다. 그녀의 아이들 또한 탄생의 순간부터 전쟁의 상처가 새겨졌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비극인 복수의 굴레가 자식에게도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용서를 통해 이뤄내고자 했을지도 모릅니다. 반전(反轉)영화이기도 하지만, 고스란히 반영된 현실과도 비슷한 이야기를 통해 반전(反戰) 영화임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가장 어두웠던 비극을 유머로 풀어내기
<인생은 아름다워>

전쟁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이미지 출처: 키다리 스튜디오

20세기의 가장 비극적인 역사라고 한다면 제 1, 2차 세계 대전과 그중에서도 홀로코스트를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1997)>는 비인륜적인 폭력 안에서도 빛나는 아버지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귀도와 그의 아들 조수아는 군인들에 의해 수용소로 향하게 됩니다. 귀도는 아들을 달래기 위해 무자비한 수용소 생활을 단체 게임이라고 속이고 1000점을 따는 우승자에게는 진짜 탱크가 주어진다고 말합니다.

영화의 끝자락까지 감상하면 내레이션을 담당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반추하는 영화 속 아들 조수아임을 깨닫게 됩니다. 아버지의 사랑으로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음을 강조하는 조수아의 내레이션을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엄청난 비극을 동화적인 시선과 유머로 풀어냈던 귀도의 행보는 사실 아들을 위한 사랑이었음을, 그 사랑을 감동이라는 선물로 되돌려 주고 있음을 감상자들은 느낄 수 있답니다.


대립하는 세력에 의해 반복되는 고통의 몫은 오롯이 개인에게 전가되고, 상처는 결국 분노와 복수의 대물림으로 이어짐을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해악을 덮어 버리기도 하는 제각기 다른 사랑 또한 여전히 존재함을 세 편의 영화는 증명하고자 하는 듯합니다. 전쟁의 고통을 승화시키는 사랑의 형태는 모두 다르지만 각기 다른 사랑의 형태 모두 결국 전쟁으로 빚어진 상처를 봉합하기 위해 존재함을, 세 편의 영화를 통해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Picture of 김진희

김진희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바람들을 느끼며
예술의 향유를 기록합니다.

에디터의 아티클 더 보기


문화예술 전문 플랫폼과 협업하고 싶다면

지금 ANTIEGG 제휴소개서를 확인해 보세요!

– 위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로 ANTIEGG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 위 콘텐츠의 사전 동의 없는 2차 가공 및 영리적인 이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