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 청년이
일하지 않는 이유

‘쉬었음’ 청년 70만 시대
우리가 잊은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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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씨리얼’에서 5년 이상의 미취업 기간의 청년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누군가는 승진 하고, 누군가는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30대. 취업 실패, 장기간의 고시 공부, 건강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쉬었음’ 청년이 된 이들. 많은 댓글 속에서 우리나라는 나이별로 해야 하는 일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강해서 개인이 그 궤도에서 이탈했을 때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느끼는 공포나 절망도 큰 것 같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자발적 혹은 타의로 가져야만 했던 ‘쉼’의 기간들. 우리에게서 잊혀진 ‘쉬었음’ 청년들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사회에서 사라지는
‘쉬었음’ 청년들

지난 6월 7일 KBS <추적 60분>에서 “‘쉬었음’ 청년 70만, 저는 낙오자인가요” 편이 방영됐다. ‘쉬었음’ 청년은 경제활동을 하거나, 구직을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는 청년들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란 의미의 ‘니트족(NEET)’이라 부르는데, 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하지 않은 상태거나 혹은 퇴사를 한 뒤에도 따로 직장을 구하지 않은 청년들이 모두 ‘쉬었음’ 청년에 속한다.

‘쉬었음’ 청년은 직장 경험 여부와 구직 의지로 5가지 유형으로 다시 나눠진다. 직장 경험이 있고 구직 의욕이 큰 유형, 직장 경험은 있지만 구직 의욕이 작은 유형, 직장 경험이 없지만 구직 의욕이 큰 유형, 직장 경험이 없고 구직 의욕도 작은 유형, 그리고 부정적 경험/질병 등의 문제로 사회참여가 어려운 취약형 유형이다. 이 중 직장 경험이 있고 구직 의욕도 큰 이직·적극형이 57%로, 과반을 차지했다. 직장 경험은 있지만 구직 의욕이 작은 이직·소극형(21%)은 두 번째로 많았다. 직장 경험이 없고 구직 의욕도 작은 취준·소극형은 14%, 직장 경험은 없지만 구직 의욕이 큰 취준·적극형은 8%를 차지했다.a)


그들은 어쩌다
‘쉬었음’ 청년이 되었나

1) 퇴사 후, 어느 순간 그렇게 되었어요

퇴사 이유를 설명하는 ‘쉬었음 청년’
퇴사 이유를 설명하는 ‘쉬었음 청년’, 이미지 출처 : KBS <추적 60분> 캡처

정부 분석에 따르면 2023년 8월 조사한 ‘쉬었음 청년’의 74.6%는 직장 경험이 있다. 그중 66.4%는 구체적인 이직 계획이 있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쉬었음’ 청년이 되는 경우도 많다.

대학도 졸업하기 전에 반도체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업무 과중 등의 부담으로 인해 퇴사를 결정한 송영현 씨는 이후 이민,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그대로 ‘쉬었음’ 청년이 되었다. 또 다른 ‘쉬었음’ 청년 민수연 씨(가명)는 첫 직장이었던 보컬 학원에서 3개월 동안 무보수로 근무한다. 급여 문제로 이직한 후에는 상사의 지속적인 폭언과 괴롭힘을 견디다 퇴사를 결정한 후 ‘쉬었음’ 청년이 됐다. 직장 경험이 있는 ‘쉬었음’ 청년 중 많은 이들이 회사 생활 도중 업무 과중에 대한 부담, 폭언을 비롯한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증언한다. 자발적, 비자발적 퇴사가 그대로 ‘쉼’으로 연결된 것이다. ‘평생직장’으로 이야기되던 공무원 사회에서도 5년차 미만의 신임 공무원의 퇴직이 매년 늘고 있다. 퇴직자 증가는 남은 이들의 업무량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공무원 퇴직을 유발하는 악순환의 동력이 된다. 그 공백을 메우면서 신임 공무원 개인이 짊어지는 업무 부담이 급증하고, 연이은 신입 직원의 비극적 사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b)

2) 지금 이 회사가 끝이면 어떻게 해요

이직 준비 이유를 설명하는 청년
이직 준비 이유를 설명하는 청년, 이미지 출처 : KBS <추적 60분> 캡처

배수지(가명) 씨는 수십 개의 중소기업에 지원한 끝에 홍보회사에 합격했다. 하지만 대기업 입사를 목표로 어학원을 다니며 다시 대기업 취업을 준비 중이다. 대학에 입학한 순간부터 대기업 취업을 위해 노력했던 배수지 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웠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취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월급 격차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2023년 중소기업의 연봉은 대기업의 66%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2022년 12월 기준 대기업 근로자 평균 소득이 월 591만 원(세전 기준),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 평균소득은 286만 원(세전 기준)이다. 소득 차이가 2배를 넘는다.

이들의 이직도 쉽지 않다. 한 30대 근로자는 “아예 본인의 경력을 다 버리고 더 큰 회사의 신규채용으로 도전해서 간 사례는 있지만, 중소기업 경력을 인정받아 대기업으로 이동한 친구는 거의 없다”며 “어떤 업종에서는 ‘경력자여도 계약직 2년이 업계 관례’라고 강요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c)

자신의 교육 수준 등보다 낮은 직장을 선택하는 경우를 하향 취업이라 부른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대졸자가 하향 취업할 경우 적정 취업 대비 임금 손실은 36%에 이르고 하향 취업자 5명 중 4명은 2년이 지나도록 하향 취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d) 상향 이직의 어려움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대기업, 혹은 정규직으로 취업을 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구직을 준비하다 ‘쉬었음’ 청년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 이젠 너무 지쳤어요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소위 ‘스펙’이 필요하다. 다수의 청년이 대학생 때부터 동호회, 어학성적, 인턴십 등 다양한 ‘스펙 경쟁’에 돌입하지만,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 코로나19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청년 고용 사정은 악화되고 있다. 2022년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2년 이상 미취업자 비율은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문은 좁아졌는데 기업에서는 소위 말하는 ‘공백기’를 가지지 않은 지원자를 원하면서 자포자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3년 이상의 미취업자 가운데 37% 이상은 구직 자체를 포기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실패 경험으로 인한 무력감과 경제적인 어려움은 번아웃과도 연결된다. 2020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취준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취준생 10명 중 9명이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취업에 성공한 이후에도 청년층의 정신건강은 위험수위에 속해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3년 10월 발표한 ‘청년 ‘쉬었음’ 심층 분석 및 정책방향 연구’ 결과, 면담 조사를 진행한 45명 중 상당수가 직장에서 ‘번아웃’을 경험했다. ‘쉬었음’ 청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18.7%가 ‘번아웃’을 이유로 쉼을 택했다고 토로했다. 끊임없는 경쟁, 고물가에 대한 부담,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걱정 등이 청년들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이 될까

이미지 출처: Unsplash

청년 실업에 대한 뉴스 영상에서 “중소기업에 안 가서 그렇다”는 댓글을 발견했다. 인상적인 것은 그에 달랜 대댓글이었다. 10명 이하의 소규모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네티즌은 “최저임금을 주는 우리 회사 경리 자리에도 50명 이상이 원서를 넣는다”고 밝혔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눈이 높아서’ 그렇다는 비판과 달리 청년층의 ‘하향 취업률’은 계속 늘고 있다. 대졸 학력이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나 단순노무직에 취업하는 등 하향 취업률은 2019년에 이미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겼다.

청년층의 ‘쉼’, ‘번아웃’ 대한 오해 중 하나가 “배가 불러 그렇다”는 것이다. 이른바 MZ세대가 고생을 해보지 않아 쉽게 쉼을 선택한다는 지적이 많다. 호캉스, 명품 소비, 해외여행을 즐기는 SNS 속 2030이 모든 MZ세대를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속 20·30대 직장인들의 삶은 화려함과 다르다. MZ세대 직장인들은 퇴근 후 부업을 하는 투잡을 넘어 단기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는 N잡러로 사는 경우가 흔하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89.35%가 ‘본업과 병행해 N잡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소위 말하는 ‘N잡러’가 되는 이유의 대다수가 높은 물가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때문이라 대답했다. 높은 점심값이 부담스러워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임상·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에도 청년들이 뛰어들고 있다. 제약사 관계자들은 2030 지원자가 꾸준히 느는 이유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 증언했다. 실제로 임상 시험 아르바이트는 단기간에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참가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등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실제 임상시험에 참여한 청년들은 부작용이나 약을 먹는 것보다 ‘방값’을 못 내는 것이 더 무섭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낙오자’인가요

2024년 한국에는 100만 명가량의 우울증 환자가 살고 있다. 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가 연령 비중 중 1위를 차지했다. 우울증 환자 5명 중 1명은 20대인데, 20대 우울증·불안장애는 연평균 22.8%·16.9%씩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신과 진료에 대한 문턱이 많아 낮아졌다고들 하나, 여전히 많은 청년이 우울증 치료나 진단을 꺼린다. 낙인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이 지난 2021년 개최한 ‘시민사회 정신건강 증진과 편견 해소’ 심포지엄에서 박지은 서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SNS에서 정신과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람들이 쉽게 정신과에 가지 못하는 현상 이면에는 정보 부족으로 인한 오해뿐 아니라 차별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e)

이미지 출처: Unsplash

치료되지 않는 우울감과 녹록지 않은 현실은 ‘쉬었음’ 청년들을 고립으로 내몰기도 한다. 2022년 진행된 고립·은둔 상태 청년 실태조사에서 고립·은둔 청년의 55.5%가 실직과 취업의 어려움으로 은둔을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청년이 고립·은둔 위기로 빠져드는 것은 취업 때문만은 아니다. 고립·은둔 청년 지원 단체인 ‘안 무서운 회사’의 유승규 대표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청년 고립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표면적으론 취업이 문제인 듯하지만, 결국 그 상황에서 자신의 문제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후퇴할 수 있고 정상궤도에 들어올 수 없다고 절망하면서도 이러한 마음을 어디에 털어놓지도 못한다”고 진단했다.f)

고립 청년 중 많은 이들이 자신을 ‘1인분도 못 하는 사람’이라고 자조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2023년 전국 단위의 고립·은둔 청년을 조사한,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6.7%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사회, 친구, 심지어는 가족과도 단절된 상태에서 고립으로 내몰리는 청년들. 조사에 응한 고립·은둔 청년 중 80.8%가 지금의 상태를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도움을 요청한 이들도 1903명에 달한다. 도움을 청하는 그들의 목소리와 현실을 번갈아 보면, 이 모든 것이 개인의 탓인가 결국 궁금해지는 것이다.


2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취업을 준비하며 비자발적으로 ‘쉬었음’ 청년이 된 경험이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집과 독서실에서 보내며 살이 찌고 건강은 나빠졌다. 돈을 쓰지 않았는데도 가난해졌다. 그런 것들이 켜켜이 쌓여 ‘나’를 갉아먹고 불안으로 성장했다. 할 일 없는 내일이 끝없이 이어지는 ‘쉼’은 괴로움과 닮아갔다. 이것이 오로지 나만의 일인가 생각해 보면 그건 절대 아니었다. 비슷하게 불행한 이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다는 사실은 슬픈 위안이 되었다. 공무원 시험, 취업 준비, 퇴사 등. 여러 이유로 하나둘 사라진 지인들을 떠올리며 우리는 이런 게 익숙한, 참 이상한 세상을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쉼’을 넘어 고립을 경험한, 실제로 은둔 경험이 있던 청년들은 “주위의 도움과 애정이 고립 상태를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평범함’을 회복하고 싶지만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하지 않을까. 여러 이유로 ‘쉼’을 택한 청년들을 향한 관심이 많아지기를,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 같은 마음을 잡아주는 애정이 늘어나기를, 그렇게 청춘들의 완충지대가 더욱 단단해지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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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영

예술, 사람, 그리고 세상.
좋아하는 것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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