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6월을 지나왔을 뿐인데 벌써 한여름을 맞이한 듯한 요즘의 날씨입니다. 조금만 걸어도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높아지는 습도에 기분을 전환해 줄 신나는 노래를 자연스럽게 찾게 되죠. 이번에 소개할 음악은 1980년대 발매된 브라질 부기-디스코 앨범인데요. 브라질 음악 하면 흔히 보사노바를 먼저 떠올리지만, 보사노바의 탄생 이후 다양한 장르가 융합되며 발전해 온 브라질 팝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 리스너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풍성한 브라스와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매력적인 일본 시티팝을 즐겨 듣는다면, LP 바에서 흘러나오는 오래된 레트로 음악을 좋아한다면 주목해 주세요. 무더위를 날려줄 경쾌한 리듬과 흥겨운 멜로디의 앨범 3개를 소개합니다.
브라질 음악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다
MPB(Música Popular Brasileira)란 브라질의 대중음악으로 1960년대 중반에 등장한 장르이자 음악 스타일입니다. 삼바나 보사노바 같은 전통적인 브라질 음악에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한 브라질 팝 음악이라고 할 수 있죠. 젊은 음악가들의 활발한 활동과 함께 브라질은 새로운 음악 시대를 맞이하는데요. Antônio Carlos Jobim, Caetano Veloso 등 브라질의 대표 뮤지션 모두 이 시기에 등장했죠.
MPB는 브라질 군사 독재 정권에 대항하는 민중가요 역할을 하며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합니다. 경제 호황기를 맞이하고 가정에 TV가 보편화되며 MPB는 본격적으로 대중화되었죠. 정교한 화음과 시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음악은 전자악기가 등장하며 80년대에는 디스코와 뉴웨이브 요소가 결합한 형태로 발전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은 브라질은 유럽부터 아프리카, 아메리카 원주민 등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국가인데요. MPB 음악 또한 마찬가지로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 신선한 접근이 돋보이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브라질 부기-디스코(Brazilian Boogie Disco)앨범 3개를 소개합니다.
[Robson Jorge e Lincoln Olivetti]
Robson Jorge와 Lincoln Olivetti는 브라질 음악계를 대표하는 음악 프로듀서이자 작곡가입니다. 사실 MPB의 세계적인 성공에는 언제는 이 듀오가 있었는데요. 이들은 Tim Maia, Marcos Valle, Gilberto Gil 등 유명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며 1,000여 개가 넘는 레코드를 편곡, 제작하고 연주했습니다. 1982년에 발매된 이 앨범은 두 사람의 처음이자 마지막 음반인데요. 부기 사운드의 거장 둘이 함께한 만큼 혁신적이면서도 노련한 수록곡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재즈 퓨전 사운드를 기반으로 디스코 펑크, 락, 라틴 등의 장르가 어우러져 밝고 경쾌한 멜로디가 특징이죠. 현재는 수집가들이 가장 탐내는 희귀한 레코드 앨범으로 손꼽히는데요. 가만히 듣다 보면 신나는 리듬에 춤을 추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Robson Jorge e Lincoln Olivetti] 앨범 페이지
[Marcos Valle]
Marcos Valle는 브라질 음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브라질 국민 뮤지션이자 작곡가입니다. 그는 보사노바 음악을 시작으로 퓨전 사운드의 MPB를 거쳐 100개가 넘는 앨범을 발매하며 지금까지도 활발한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죠. 1983년 발매된 [Marcos Valle]는 빈티지한 80년대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그의 셀프 타이틀 앨범으로, 미국 LA에서 브라질로 돌아와 발매한 두 번째 앨범입니다. 삼바와 보사노바부터 미국의 소울, 펑크 장르가 리드미컬하게 어우러져 있어 브라질 음악 입문으로도 손색이 없죠. 여름이 다가오니 운동을 열심히 해서 밝게 빛나는 별이 되자고 노래하는 유머러스한 가사의 첫 번째 트랙 ‘Estrela’은 역대 최고 브라질 디스코 히트곡이기도 합니다. 여름휴가로 떠난 해변에서 알록달록한 칵테일을 마시며 여유롭게 듣고 싶은 앨범입니다.
[Vale Tudo]
브라질 소울의 여왕이라 불리는 Sandra De Sá는 브라질 흑인 음악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입니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기타 연주를 독학하고 작곡을 시작하며 학교 축제에서 우승을 거두고, 이후 회사와 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죠. 1983년에 발매된 그녀의 세 번째 앨범 [Vale Tudo]는 Lincoln Olivetti를 비롯해 당대 최고의 프로덕션팀이 참여했는데요. 80년대 브라질 부기-펑크 사운드의 정수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이 앨범은 그녀의 최고작으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타이틀곡 ‘Vale Tudo’에는 중후한 바리톤 음색의 가수 Tim Maia가 피쳐링으로 참여하기도 했죠. 부드럽고 유려한 Sandra De Sá의 음색과 풍부한 브라스 편곡이 빛나는 앨범입니다.
기분도 마음도 꿉꿉해지기 쉬운 요즘 같은 계절. 이번 여름에는 낯설고 이국적인 브라질 부기-디스코 음악으로 기분 전환을 하며 일상의 에너지를 충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