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된 동물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사회

대안적 형태의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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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가 중국에서 살아갈 청두 판다 기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관심에 언론은 푸바오가 한국에서 가진 격리 기간에서부터 이송 과정, 중국 도착 후 적응 기간 그리고 얼마 전 대중에게 공개되었던 날까지 부지런히 소식을 전하고 있다. 푸바오가 새로운 환경에서 힘들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일부 시민들은 서울시에 세금으로 푸바오를 다시 임대해 데려오자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여행사에서는 푸바오를 만나러 가는 여행 상품을 기획하거나 유통업계에서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여전히 높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을 바라보며, ‘동물의 귀여움’을 상품화하고 이를 소비하는 사회가 안타깝지만, 동시에 푸바오에 이어 다른 동물원 동물의 서식 환경에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을 보며 희망을 느끼기도 했다. 아직도 기본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우리에 갇혀 사는 동물들이 많다. 그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 본 아티클은 동물원의 동물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어떤 논의가 필요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나아가 현재의 문제를 안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동물원 폐쇄가 해답이 될 수 있을지, 대안적 형태의 동물원에 관해 이야기해보며, 다양한 존재들과 살아가기 위한 방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푸바오의 반환 일정이 한창 논의되던 지난 가을 필자는 “우리는 왜 푸바오가 동물원에 살기를 바라는가” 아티클을 기고했다. 푸바오가 사육사 할아버지들과 에버랜드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현 사회를 돌아보며, 동물을 둘러싼 인간들의 정치경제학을 살펴보았다. “환경 개선, 사육사의 전문성, 시설의 현대화 등 외형이 좋아졌다고 해서 원래 살던 곳에서 삶을 박탈당한 동물들이 인간의 유희, 교육, 연구라는 목적으로 전시되는 동물원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 인간의 여러 이권에 따라 더욱 교묘해진 동시대의 동물원에 살아가는 판다 가족을 이야기했다. 이전 아티클에 이어 본고에서는 동물원에 전시된 다른 동물들에 초점을 돌려 보고자 한다. 이들이 더 나은 삶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태도와 실천이 필요할까.


동물을 전시하는 동물원,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마주하기

이 아티클을 읽는 독자라면 동물원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현장학습으로 간 놀이공원에서 다 같이 앉아 마냥 즐겁게 보던 돌고래쇼의 이면에 대해 알게 되었고,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실내 동물원에서 걸어 다니는 북금곰의 안타까운 마지막을 보았기 때문이다. 최근 수면 위로 드러난 동물원 동물의 실상을 목격하며, 동물원의 존재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은 기사를 접한 순간에 가진 분노를 지속하지 못한다. 문화비평가 존 버거(John Berger)가 “공공 동물원이 생겨나기 시작한 시점은 일상생활에서 동물이 사라지게 되는 시기”였으며, “사람들이 동물을 만나고 관찰하고 구경하러 가는 동물원은 그런 만남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기념하는 곳”이라 지적한 바 있다. 어쩌면 동물원을 향한 비판적 시선이 무뎌지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과 동물의 삶은 철저히 분리되었고 어느덧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기에.

동물원 실내 사육장으로 옮겨진 암사자
이미지 출처: 동물자유연대
동물원 펭귄 전시장
이미지 출처: 동물자유연대

인간의 일상에서 사라진 존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는 쉽지 않으니 우리는 계속해서 보이지 않고 보고 싶지 않은 장면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얼마 전 부경동물원에서 갈비뼈가 드러날 만큼 앙상한 모습이었던 ‘갈비 사자’ 바람이가 청주동물원에서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바람이가 갇혀 살았던 사육장에는 바람이의 딸인 암사자가 들어가 살게 되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악취, 위생불량, 동물방치 등 동물학대 의심 신고까지 있었던 대구 실내동물원 아이니 테마파크에 있던 220여 마리의 동물이 새 보금자리를 찾은 사건이 큰 주목을 받았다. 아이니 테마파크는 경영이 어려워지며, 이곳에 머물던 동물들은 최소한의 환경도 제공받지 못했다. 기니피그 사체가 방치되거나 돼지 3마리와 개 3마리가 채광과 환기가 안 되는 공간에서 사육되거나 홀로 좁은 수조에서 지낸 사막여우 등 대다수의 동물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었다. 햇볕과 바람도 없는 지하 실내동물원이 10여 년 간 운영을 해온 사실 역시 분개할 만하나 동물이 여전히 ‘사유재산’에 해당하기에 민간이 나서기 전까지 제도적으로 개입할 수 없었다는 상황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대구 아이니 테마파크에 장기간 케이지에 갇혀 있던 하이에나
대구 아이니 테마파크에 장기간 케이지에 갇혀 있던 하이에나, 이미지 출처: 스파밸리, 경북일보

우리가 SNS를 통해 보던 잘 관리된 사육환경, 전문적인 사육사, 풍족한 먹이와 물 등은 소수의 동물만이 누릴 수 있다. 한국동물복지연구소의 2023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방문한 전시체험형 동물시설 20개소에서 포식-피포식 관계의 동물들이 시각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서로에게 노출되거나(12개소, 60%), 조사한 포유류 동물 총 1,692마리 중 신선한 물을 제공받고 있는 마릿수는 667마리(39.4%) 뿐이며, 자연광이 모든 동물에게 제공되지 않거나(4개소, 20%),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 총 9종, 97마리 중 무리로 사육되고 있던 마릿수는 총 77마리(79.4%)에 이르렀다. 동물 복지가 나아지고 있다고 하나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들이 많다.

호랑이 크레인의 생전 모습
호랑이 크레인의 생전 모습, 이미지 출처: 한겨례

동물원의 또 다른 문제는 놀이공원에서 인기 있는 놀이기구가 있듯이 인기 있는 동물을 향한 끊임없는 수요이다. 갓 태어난 어린 동물, 이상적인 외형을 가진 동물에게만 관심이 쏟아지기에 그렇지 못한 동물들은 또 한 번의 배제를 경험하게 된다. 동물자유연대의 2020년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대부분의 전시 돌고래는 야생에서 포획되어 수족관에 거래되는데, 일본 타이지에서 포획되는 큰돌고래의 경우, 그 과정이 굉장히 잔인하다고 한다. 쇠막대기를 쳐 음파에 예민한 돌고래들을 작은 만으로 몰고, 전시에 적합한 외형과 크기의 돌고래 만을 골라내고 나머지 돌고래는 죽여 고래 고기로 유통된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수족관에 전시 중인 큰돌고래 21마리 중 20마리가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이 밖에도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호랑이 크레인은 근친 번식 때문인지 어렸을 때부터 병약했고 안면에도 기형이 있었다고 한다. 동물원의 오랜 관행이었던 개체수 늘리기로 인해 태어난 크레인은 이상적인 외형이 아니었기에 서울대공원의 ‘인기 동물’이 될 수 없었다. 크레인은 치악산 드림랜드로 이송되었고,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동물원의 사정으로 인해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태어난 서울대공원으로 다시 돌아갔으나 호랑이 사육사 면적의 한계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 갇혀 지내다가 생을 마감했다.


대안적 형태의
동물원에 대하여

동물원
이미지 출처: 에버랜드
동물원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동물원은 그 역사와 발전 과정에서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초기 동물원은 왕실이나 귀족이 개인의 취미와 권력의 상징으로 진귀한 동물을 수집하여 사육하는 데에서 시작했다. 1800년대 이전부터 1940년까지의 1세대 동물원은 동물을 단순히 유희의 대상으로 여기며 좁은 우리에 가두었는데, 이는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우세함이 강조되었던 시대적 배경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후 1950년대부터 60년대의 2세대 동물원은 동물의 본래 서식지를 재현하는 등 동물 복지에 관해 관심이 생기던 시기이다. 동물들에게 조금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하였으나, 여전히 열악한 환경이었다. 19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의 제3세대 동물원의 경우 동물의 자연 서식지와 비슷한 지형과 식생을 이용한 전시관과, 관람객이 일부 동물의 서식 환경으로 들어갈 수 있게 설계하며, 교육과 종 보존이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현재도 찾아볼 수 있는 제4세대 동물원은 계몽학적, 생태학적 배치 방법으로 사람들이 적절한 환경에서 동물을 경험하고, 종보존센터, 교육시설 등의 성격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후 인간과 동물이 공존을 위한 보전 중심의 제5세대 동물원은 멸종 위기종의 보호와 번식을 돕는 프로그램, 생물다양성 유지, 연구, 교육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세대별 동물원의 흐름을 본다면, 앞서 살펴본 부경동물원, 아이니 테마파크 등 언론에서 접했던 논란의 동물원들이 오늘날의 동물원인지 의문이 들 것이다. 시기별로 분리하여 동물원의 역사를 서술한다고 해도 현행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동물을 사유재산으로 여기며 자본의 축적 수단으로만 여기는 사람들에 의해 고통받는 동물들이 많다. 사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동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며 동물들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해도, 애초에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동물원의 기능과 목적은 변하지 않는다. 인간이 동물의 몇 가지 단면 만을 소비하려고 한다면 동물원의 동물들은 여전히 착취의 대상일 뿐이다.

동물원
이미지 출처: 에버랜드

그렇다면 동물원의 폐쇄가 정답이 될 수 있을까.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이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동물원 폐쇄를 반대하는 입장 역시 타당하다. 기후위기와 밀렵의 위협 속에서 현실적으로 동물을 보호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당장 이들을 풀어준다고 했을 때 이미 박탈당한 본능으로 인해 살아남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폐쇄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늘 강조하는 부분은 동물원의 주요 기능인 중 하나인 생물다양성을 교육할 수 있는 현장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필자는 오늘날의 동물원이 우리가 바라는 교육적 효과를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열악한 시설에 전시된 동물을 ‘관람’하고, 사진 찍고, 체험 프로그램으로 만지는 행동이 생물다양성을 이해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오히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를 키워주고 동물을 상품, 장난감, 구경거리로 소비하게 조장하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테즈메이니아 데빌 언주에서 멸종 위기 관리 중인 테즈메이니아 데빌
테즈메이니아 데빌 언주에서 멸종 위기 관리 중인 테즈메이니아 데빌, 이미지 출처: Tasmanian Devil Unzoo
멸종 위기에 처한 북대서양 참고래를 보호하면서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
멸종 위기에 처한 북대서양 참고래를 보호하면서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이미지 출처: New England Aquarium

동물에 대한 교육은 동물원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동물원 안과 밖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존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복합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동물이나 생명 그 자체에 관한 것을 넘어 동물과 인간이 어떻게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는지, 기후변화나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야생동물의 서식처나 환경의 파괴가 그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등에 집중하여 ‘인간-동물-환경의 연결고리’를 이해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해외의 몇 사례를 살펴보자면, 호주의 테즈메이니아 데빌 언주(Tasmanian Devil Unzoo)는 전통적인 동물원의 개념에서 벗어나 테즈메이니아 섬에 서식하는 토착동물들로 이루어졌다. 이름부터 ‘Unzoo’인 이 곳은 울타리가 없으며 동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중요시한다. 다른 나라에서 온 낯선 동물 없이 토착동물, 멸종위기 동물, 토착식물을 키우며 이들의 서식환경을 보전하고 관리하는 데 집중한다. 환경과 동물 개체 수 관리는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점검하며, 관람객들은 동물의 서식지로 찾아가 그들의 행동양식을 관찰한다.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아쿠아리움(New England Aquarium)의 경우 아메리카 대륙 서식하는 해양동물을 전시 관람코스에 따라 서식지 환경파괴, 멸종위기에 대해 고찰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 관람객들은 아쿠아리움 관람 후 배를 타고 1시간 나가서 고래를 만나게 된다. 이때 해설사는 고래가 아쿠아리움에 가둘 수 없는 동물임을 설명하며, 동물과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인류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기관 역시 여전히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원의 형태를 띠고 동물을 관람객에게 선보이나, 이들은 동물과 적당한 거리감을 두며, 동물을 이색적인 구경거리로 소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앞서 이야기한 사례 외에도 전시 돌고래를 위한 생츄어리 프로젝트 역시 주목할 만하다. 사람에 의해 포획되어 전시된 돌고래를 바로 방류하면 위험할 수 있으니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아이슬란드의 벨루가 생츄어리(Beluga Sancutuary)는 Sea Life Trust와 WDC와 협업해 자연의 만을 이용해 생츄어리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 중이며, 미국의 국립 볼티모어 수족관, 웨일 생츄어리 프로젝트 등도 고래류를 위한 생츄어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과 동물의 지속 가능한 관계 설정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누구도 착취 당하지 않는 관계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이 아티클을 읽으며 생긴 분노가 관심으로 길게 이어지기를 바라며, 지구에 사는 다양한 존재에게 보다 나은 내일이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Picture of 류희연

류희연

느리지만 가치 있는 발걸음들에
발맞추어 걷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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