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시작된 이유

사랑의 시작은
과연 특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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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는 이의 옆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궁금해집니다.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지금, 왜 나는 지금 이 사람과 함께일까요? 너무나 평범한 이 사람이 왜 나에게는 특별하게 느껴졌을까요? 사랑의 시작은 사람 때문이었을까요, 상황 때문이었을까요? 오늘은 이같은 물음들에 답해 줄 세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각각 회사에서, 소개팅에서, 어플에서 만났다고 하는데요. 그들의 풋풋했던 처음으로 돌아가 어떻게 사랑을 시작했는지 알아봅시다.


재지 않고
마음껏 표현하는 사람

잡코리아 연구에 따르면 20~30대 남녀직장인 중 60% 이상이 ‘사내 연애’를 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잡코리아 연구에 따르면 20~30대 남녀직장인 중 60% 이상이 ‘사내 연애’를 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 이미지 출처: <연애의 온도>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유학생 ‘빅’입니다. 현재의 연인은 회사에서 만났습니다.

상대방과의 첫 만남은 어떤 상황이었나요?

저는 신입이었고 상대는 회사 선배였어요. 퇴근하는 날 휴게실에 들러 인사를 하는데, 어떤 사람이 활짝 웃어주며 손을 흔들었어요. 환하게 웃는 얼굴이 제 머리에 박혔죠. 그때 처음 그 사람을 인식했어요. 그런데 상대는 이미 저에 대한 호감을 가진 상태였더라고요. 입사 전 신입에 대한 사진과 정보를 공유하는데, 그 분은 그 사진을 보고 제가 귀엽다고 생각했대요. 웃는 얼굴은 작전이였던 걸까요?

이후 흡연장에서 만나서 대화를 텄어요. 짝꿍이 먼저 담배를 피우고 나갔는데 다시 들어오더라고요. ‘역시 한 대 더 피우고 싶다’면서. 당시 저도, 짝꿍도 기간제 계약직이었는데 기간제 계약직 단체 채팅방에 넣어준다면서 제 번호를 가져갔습니다. 그때 처음 ‘이 사람 나한테 관심있나’ 라고 생각했어요.

회사 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근무 시간이 겹친 날이었어요. 지금 애인이 저한테 새해 맞이하면서 뭐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지금 애인을 보자마자 게이라고 직감했어서 거리낌 없이 니쵸메(게이 클럽 거리가 있는 일본 거리)에 갔다고 했죠. 그날 저녁 개인 채팅으로 나중에 근무 겹치면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하더군요. 이땐 게이 친구 한 명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러자고 답변했어요. 마침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넘어가는 기간이어서 자연스레 일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어요. 또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게 많아서 계속 핑퐁이 오갔어요.

맨 처음 밖에서 만난 날, 엄청 긴장하면서도 호감이 있는 눈빛을 기억해요. 첫 만남 때 점심만 먹기로 했는데 카페를 가고 또 신사에도 놀러 가고, 그리고 헤어질 줄 알았는데 놀이공원까지 갔다왔어요. 재미있기도 했지만 그 친구가 저한테 호감을 보이니까 그 분위기에 저도 휩쓸렸어요. 데이트같았달까요. 왠지 모르게 계속 같이 있고 싶기도 했고요. 좋아한다고 온 얼굴로 표현하는 그의 마음에 동한 것 같아요.

조금 짓궃은 질문일 수 있는데요. 다른 사람도 빅에게 표현을 많이 해주면 반할 것 같나요?

음… 그럴 수 있겠죠. 그런데 지금 짝꿍의 꾸준함이 제가 그를 사랑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귀엽다, 잘생겼다를 입에 달고 살아서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한껏 느끼도록 하는 사람이거든요. 초반에는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이렇게 꾸준히 하는 사람은 귀한 것 같아요.

LGBTQ커뮤니티에서는 어플에서의 만남이 자연스럽다고 알고 있어요. 그에 비해 지금은 회사에서 ‘자만추’ 하게 되었는데, 이런 방식이 관계에 영향을 미치나요?

이 관계가 오래가겠다는 모종의 믿음이 있어요. 지금까지는 어플 혹은 종로, 이태원에서 만났어요. 그때는 아예 모르는 사람을 만나다보니까 마음에 안 들면 바로 그만두는 게 가능했죠. 그에 비해 지금은 회사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다 보니 대화할 거리가 무궁무진해요. 친구에서 찐친이 된 기분? 기본으로 자기 전에 두 세시간은 대화만 하니까요.

현재 연인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이상형을 바꾼 사람이요. 제 짝꿍은 수염이 나 있어요. 원래 저는 수염 난 사람이 제 스타일이 아니예요. 그런데 이제는 제 짝꿍이 좋아져서 수염 있는 사람을 보면 잘생겼다고 생각해요. 그의 외모보다 내면을 좋아하는데도요. 이제는 왜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좋은 것 같아요. 모든 게.


나를 채우고 마주한
기분좋은 새로움

대학내일의 조사에 따르면 20대 후반은 소개팅으로 만난 비율(22.1%)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학내일의 조사에 따르면 20대 후반은 소개팅으로 만난 비율(22.1%)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 이미지 출처: 영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학을 휴학하고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모린’입니다. 소개팅으로 만났고, 연애한 지 한 달 조금 넘었어요.

어쩌다 소개팅을 하게 되었나요?

평소에 소개팅을 자주 하지는 않아요. 지금까지 소개팅을 두 번 했는데 잘 안되었거든요. 그리고 작년 초에 헤어지고 누구를 만나기보다 스스로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1년 반 정도 ‘연애 시장’에서 발 뺐죠. 이제 누군가를 만나봐야겠다 생각할 즈음 학교 동생으로부터 대뜸 연락이 왔어요. 같이 국제 학생회를 하는 오빠인데 만나보라고, 그냥 제가 떠올랐다고요. 이 소개팅을 시작으로 하나씩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소개팅에 나갔어요. 소개팅 시작 전에 사전 정보도 거의 나누지 않았죠. 몸과 마음 모두 여유가 없던 시기라.

상대의 첫 인상은 어땠어요?

훈훈하게 생겨서 마음에 들었어요. 대화도 티키타카가 잘 되었어요. 신기한 건 긴장이 안 되고 편안했어요. 마음에 안 들어서 편안한 게 아니라 케미가 잘 맞아서. 이때 ‘얘랑 잘 될 것 같다’ 고 느꼈어요. 상대도 저를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고요.

소개팅은 ‘삼프터’라고 하잖아요. 모린도 세 번째에 사귀기로 한 건가요?

고백을 받은 시기는 그 정도이지만 두 번째 만남 때 사귈 것 같다고 직감했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소극적인 사람에게 안 끌려요. 약간 박력있고 자신의 의사가 확실한 사람을 좋아해요. 첫 만남 때 대화가 잘 되었지만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어서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데이트 때 의외의 모습을 봤어요. 보통 데이트 전 날 뭘 할지 정하잖아요. 근데 아무 말도 없는거예요. 저도 말 안 했고요. 만났을 때 그쪽에서 “이제 뭘 할까요?” 라고 물어보면 이제 이 만남은 끝이다, 라고 속으로 생각할 뿐이었죠. 준비성 없고 저한테 끌려 다니는 느낌이 싫어서. 그런데 만나서 “제가 좋아하는 걸 하시죠! 저희 드라이브 해요!” 라고 하는거예요. 그래서 인천공항 갔다가 노을 보러 을왕리 가고… 그때 이 사람에 대한 편견이 깨졌어요. 배려하면서 동시에 리드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애인은 자기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대요. 타이밍도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일하는 게 버거운 상태여서 휴식같은 휴식이 너무 고팠거든요.

그렇다면 지금 연인도 평소에 모린이 좋아하던 스타일을 보여줘서 사랑이 시작된 건가요?

아니요. 이전에 좋아했던 스타일과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예요. 오히려 새로워서 사랑이 시작된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야망 있는 타입을 좋아해요. 그 사람들은 자기 일이 첫 번째고 그 다음이 저였죠. 그런데 저는 그걸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의 커리어를 동경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멋있다’는 것에서 그쳐야 하는데, 애인들만큼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깎아내렸어요. 그 사람을 좋아했다기보다 그 사람이 가진 것을 좋아했던거죠. 이 감정이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연애 공백기를 가진 거예요. 제 결핍은 제가 채우고 싶어서.

현 연인은 야망이 큰 타입은 아니지만 자신의 사람들에게 다정한 사람이예요. 허세 없고, 꾸준하고. 어릴 때부터 운동을 했고, 지금은 복싱을 해요. 그런데 몸을 키우려고 하지 않아요. 운동 수행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헬스를 보조 운동으로 하고, 복싱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어서 해요. 안에서부터 잘 채워진 사람이라고 느껴요. 그래서 전 이 사람이 제 공백기의 답인 것 같아요.

상대방만의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꼽는다면?

저를 스스로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줘요. 저를 항상 자랑스러워하거든요. 그 마음이 제 자신을 멋진 사람으로 느끼게 해요. 더 멋지게 보여지려고 노력하고 싶기도 해요.


호기심에서 시작한
6년의 연애

데이팅앱의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국내 데이팅 앱 시장은 2028년까지 489억원으로 성장하고 사용자는 580만명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데이팅앱의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국내 데이팅 앱 시장은 2028년까지 489억원으로 성장하고 사용자는 580만명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 이미지 출처: Unsplash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직을 준비하며 잠시 쉬고 있는 ‘샐몬’입니다. 구 연인을 어플로 만났고, 6년 정도 사귀었어요.

어떤 계기로 데이팅 어플을 사용하게 되셨나요?

심심해서 시작했어요. 지금은 없어진 어플인데, 목소리로 하는 어플이었습니다. 채팅을 손으로 치는 걸 귀찮아해서 신기함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했죠. 상대 성별도 여자, 남자 둘 다 설정해서 서로 고민 이야기하고 들어주고 했어요. 심지어 프로필에서 오직 상대의 성별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진짜 랜덤 채팅이었습니다.

구 애인과 첫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말이 잘 통하는 남자 사람. “군대 갔다 왔어?”라고 물어봤는데 “갔다왔지. 왜?” 라고 했던 게 첫 메시지였습니다. 당시 사귀고 있던 애인이 집착이 심해서 헤어질까 고민하던 때였거든요. 남사친이 하나도 없어서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말이 잘 통했습니다. 야한 얘기도 안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가 그쪽에서 먼저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고 연락하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하더라고요. 카톡으로 넘어가서 대화를 더 했죠.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화가 너무 재밌어서 호감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사진을 봤는데 음… 그런데 이미 말이 잘 통한다는 이유만으로 호감이 생겨서 얼굴이나 한 번 보기로 약속했어요.

그러다 하루는 너무 심심한거예요. 그래서 지금 오라고 억지 부렸어요. 만날 날짜와 계획을 다 짜 둔 상태였는데도 그냥 그 날 만나고 싶었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밤 11시에 초밥을 사들고 제 쪽으로 왔죠.

실제로 만났을 때 상대방의 어떤 점이 가장 인상 깊었나요?

생각보다 날씬했어요. 사실 구 애인이 만나기 전에 밑밥을 엄청 깔았어요. 덩치가 큰 스타일이었는데 너무 커서 놀랄 거라고 해서 기대를 안 했죠. 그리고 전화로는 약간 쩔쩔 맸어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니까 박력 있었어요. 갑자기 첫 만남에 손을 잡고 걸었어요. 생각보다 똑부러지게 말도 잘 하고. 알고보니 만날 날을 정하고 10키로를 감량하고 만나는 상황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했더라고요. 구 애인은 제가 너무 예뻐서 잘 해보고 싶었대요.

그 날이 관계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을까요?

음… 그런걸까요? 그 날을 시작으로 저한테 엄청 잘해줬어요. 당시 저는 학생, 상대는 회사원이었는데 출근하는 직장인이 새벽까지 이야기하다 집에 택시 타고 가고. 그걸 거의 매일 했어요. 덥다고 하면 선풍기 사다 주고. 그것도 바짝 몇 달 한 게 아니라 꾸준하게. 너무 받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 쪽에서 “쥬씨 정도는 너가 살 수 있지 않니?” 라고 장난 칠 정도였어요 하하.

흔히 어플은 가벼운 하룻밤을 원하는 사람만 있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저는 이 연애로 인해 어플에 대한 편견이 깨졌습니다. 어플로 만났기 때문에 이 관계가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6년이나 연애했죠. 어떤 모임 자리에서 친구를 소개받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어차피 서로 알아가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니까. 조건 따지고 만날 거면 어플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만남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도 지금 사회의 특권이라면 특권이겠죠.

그 사람이 샐몬에게 특별했던 이유는?

그만한 초반 임팩트를 가진 사람은 다시 찾기 힘들 것 같아요. 누구나 처음엔 잘해주지만 그 사람만큼 잘 해준 사람은 없어요. 제가 징징거리거나 무리한 요구를 해도 진짜 그걸 들어줬어요.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충분히 들게 해줬죠. 만약 상대방이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무리한 부탁을 해보세요. 선을 그으면 그 사람은 당신과 다른 마음을 갖고 있는지도 몰라요.


사랑만큼 특별하고 설레는 경험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작을 다른 일보다 곱절은 어렵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 인터뷰를 살펴보면 시작은 의외로 평범합니다. 마음이 끌리면 먼저 다가가고, 좋아하는 만큼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하는 것.

그러나 그 결과는 평범하지 않습니다. 평범한 시작이 또 다른 인생을 살게 해주는 것, 이 지점이 사랑이 로맨틱해지는 이유겠죠. 다들 겁내지말고 사랑하세요. 조금의 용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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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

해상도 높게 사랑하고자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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