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는 기업의 비전을
어떻게 지속시키는가

기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나르는 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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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회사원이라면, 지금 일하는 오피스는 어떤 모습인가요? 낮은 천장과 빽빽이 들어선 데스크가 마음을 답답하게 만드는 공간인가요? 쾌적하고 만족스러운 공간인가요? 어쩌면 카페처럼 감성적인 디자인의 공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의 모습이 다양화되듯이 오피스의 모습도 다양해집니다.

오피스의 모습이 다양해진 것은 그에 대한 기본 전제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WFA(Work from anywhere)라는 슬로건과 함께 일하는 공간의 스펙트럼은 훨씬 더 확장되었습니다. 집과 공유오피스, 스타벅스 같은 제3의 공간마저도 업무 공간으로서 오피스의 자리를 위협합니다. 기업의 오피스는 단순히 일할 수 있는 데스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직원들에게 선택받을 만큼 더 매력적인 공간이 되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한편, 기업의 오피스가 다른 업무 공간과 차별화된 점은 바로 기업의 비전을 실어 나르는 충실한 메신저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오피스는 기업 외부에 비전을 선언하는 상징적인 역할과 내부 직원에게 비전과 문화를 내재화하며 결속시키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그러려면 기업마다 가진 개성이 공간에도 충분히 드러나야 하는데요. 여기 회색빛의 칙칙하고 단조로운 오피스 대신 기업의 문화, 구성원, 비전을 고민하며 설계된 다채로운 공간이 있습니다. 각각 기업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담아내면서 말이죠. 표준화된 오피스 공간을 벗어나서 기업만의 개성을 표출하는 오피스 사례를 소개합니다.


1. 과거 :
로마의 헤리티지를 담은
펜디 오피스

펜디 팔라초 델라 치빌타 이탈리아나

펜디 오피스
이미지 출처: 펜디Fendi
펜디 오피스
이미지 출처: 펜디Fendi
펜디 오피스
이미지 출처: 펜디Fendi
펜디 오피스
이미지 출처: 펜디Fendi
펜디 오피스
이미지 출처: 펜디Fendi
펜디 오피스
이미지 출처: 펜디Fendi

전 세계의 펜디 쇼룸에 가면 아치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는 건물 사진을 만나게 됩니다. 쇼룸마다 아치 모티프의 조형 요소도 빼놓지 않고 발견할 수 있죠. 펜디의 브랜드 정신에 기반이 되는 이 건물은 로마에 위치한 펜디 사옥 ‘팔라초 델라 치빌타 이탈리아나 Palazzo della Civiltà Italiana’입니다. 54개의 아치가 정사각 파사드에 반복되는 대리석 외장의 우아한 건축물은 국제 EXPO를 위해 1935년에 처음 설계되었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건설이 중단된 건물을 다시 복원해 2015년부터 펜디의 사옥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대 로마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지어진 기념비적인 건물을 사옥으로 삼은 것은 당연히 펜디의 비전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장소의 상징성을 통해 펜디가 처음 시작된 로마의 지역성을 아이덴티티로 삼으며, 이탈리아의 예술성을 브랜드와 연결짓는 전략이기도 한데요. 동시에 버려진 건축물의 재건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려는 시도도 엿보입니다. 고전적인 대리석 조각상이 자리 잡은 1층은 외부인에게도 상시 개방해 펜디의 예술적인 실험을 보여주는 전시를 진행합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건축물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는 펜디의 신사옥 프로젝트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일맥상통합니다. 축적된 과거와 이를 재해석하는 현대성 사이의 충돌과 긴장이 장인정신과 실험정신을 추구하는 럭셔리 브랜드, 펜디의 지향점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2. 현재 :
비즈니스의 정체성을 시각화한
에어비앤비 오피스

에어비앤비 999 Brannan

에어비앤비 오피스
이미지 출처: WRNS Studio
에어비앤비 오피스
이미지 출처: WRNS Studio
에어비앤비 오피스
이미지 출처: WRNS Studio

겉에서 본 건물은 평범하지만, 그 내부는 범상치 않습니다. 에어비앤비의 사옥은 다채로운 여행지의 모티프로 가득 차 있습니다. ‘회의실을 모두 에어비앤비의 숙소로 채워라’는 미션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공간마다 교토, 부에노스 아이레스, 암스테르담 등 여러 도시의 로컬 분위기를 드러내기 위해 디테일한 소품까지 가져왔습니다. 가운데가 뻥 뚫린 아트리움 구조에 구성원 간의 연결성을 극대화한 오픈 플랜이 에어비앤비 오피스의 가장 큰 특징인데요. 독립된 업무 공간 대신에 다채로운 공용 공간을 두었습니다. 이는 ‘Belong Anywhere’라는 슬로건으로 대표되는 에어비앤비의 ‘환대’ 정신을 잘 보여주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에어비앤비는 오피스의 역할을 새롭게 해석합니다.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스크 중심의 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 의미를 생성하는 공동의 공간에 가치를 두죠. 극대화된 공용 공간의 면적, 공간 자체의 다양성, 어디서나 서로 볼 수 있는 개방성이 에어비앤비의 일하는 문화를 잘 보여줍니다.

에어비앤비가 제공하고자 하는 고객 경험은 오피스 경험에도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숙소를 통해 고객에게 ‘어디에서나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하듯이, 내부 직원들에게는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는 오피스 경험을 제공합니다. 색다른 여행과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의 특성, ‘환대’, ‘유대’와 같은 핵심적인 기업정신을 반영하는 에어비앤비의 오피스에서 기업의 현재성을, 공간을 통해 드러내는 방식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3. 미래 :
기술의 테스트베드가 된
네이버 오피스

네이버 1784

네이버 오피스
이미지 출처: 아키모스피어
네이버 오피스
이미지 출처: 아키모스피어
네이버 오피스
이미지 출처: 아키모스피어

오피스라는 물리적인 공간에 기업이 그리는 미래 비전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요? 그 실험의 극한까지 가본 오피스가 있습니다. ‘그린팩토리’로 불리던 네이버의 옛 사옥 바로 옆에 콘크리트와 메탈 소재가 만드는 미래지향적인 그레이 컬러의 새로운 사옥이 들어섰습니다. ‘네이버 1784’입니다. 사옥이 위치한 주소지(178-4번지)와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해에서 착안해 지은 이름인데요. 네이밍에서 오피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네이버 1784의 핵심은 기술과의 ‘연결성’입니다. 로봇과 인간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검색엔진에서 확장된 다양한 기술 계열사가 서로 끊김 없이 연결되도록 돕는 공간입니다. 예를 들어 로봇이 다니는 공간과 인간이 다니는 공간이 매끄럽게 연결되게 하기 위해 기둥은 거의 없고, 바닥은 플랫합니다. 로봇의 수직이동을 용이하게 하는 엘리베이터(로보포트)를 만들기도 했죠. 로봇 배달이나 얼굴인식 등 확장하는 기술 사업이 오피스 곳곳에 적용되게끔 함으로써 네이버 산하의 다양한 계열사가 자연스레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 오피스는 거대한 실험 공간으로서 기능합니다. 기술과 서비스를 실험하는 가장 첫 번째 공간이 오피스가 되는 셈입니다. 기업이 당면한 문제의식과 도전과제에서 출발해 오피스가 이를 해결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테스트베드가 미완의 과정을 뜻한다는 점에서 오피스 벽체의 조립과 해체가 자유롭게 만들어둔 의도 역시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기술을 혁신하며 크고 작은 단위의 실험을 거듭한다는 네이버의 미래 비전을 1784는 가장 효과적이고,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공간을 대하는 기업의 태도는 각각의 비즈니스를 대하는 태도와도 닮아 있습니다. 공간은 단순히 외적인 특성에 머무르지 않고, 그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좌우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피스는 일하는 사람과 문화와 깊이 연결되어 있고, 기업의 비전을 보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도 하죠. 오피스는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을 선언하고, 지속하고, 발전시킵니다. 다시 여러분의 오피스는 어떤 모습인가요? 어떤 비전과 계획이 숨어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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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유정

경계 없는 탐구를 지향하며
사이드 프로젝트와 새로운 시작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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