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보존의 역할을 부여받은
아웃도어 브랜드

자연을 지키거나 파괴하거나
아웃도어 브랜드가 가진 모순적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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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액티비티는 인간과 자연이 가장 가까이 맞닿는 순간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순간을 가능하게 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는 자연을 해치는 행위, 예를 들면 자원 채취와 탄소 배출, 폐기물 증가 등을 수반하며 제품을 생산해 왔습니다. 소비자가 자연을 즐기고 보호하기를 원하는 만큼, 브랜드 역시 자연을 보존하며 동시에 기업으로서의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이중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했던 셈이죠.

소비와 보존. 이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품에 안은 아웃도어 브랜드가 있을까요? 단순한 캠페인이나 마케팅의 일환으로 ‘우리는 자연을 생각합니다’와 같은 메시지만 던지는 기업은 수도 없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의 아이러니 속에서 진동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가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이들의 메시지와 행동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시죠.


인간에게는 최대한의 안전을
자연에는 최소한의 영향을

클라터뮤젠 (Klättermusen)

이미지 출처: Klättermusen

스웨덴의 클라터뮤젠은 ‘최악의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드는 동시에 환경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는 제품 설계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며, 재활용 소재와 지속 가능한 원료만을 사용합니다. 2006년에는 100% 유기농 면 사용으로 전환했고, 2009년에는 전 제품 재생 소재를 활용한 재활용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인간에게는 최대한의 안전을, 자연에는 최소한의 영향을(Maximum safety for you, minimum impact on nature) 주겠다는 브랜드의 신념이 정확하게 녹아져 있죠.

Lopt Jacket, 이미지 출처: Klättermusen

한편, 클라터뮤젠은 독보적인 색감과 디자인, 인체공학적인 제품 설계로 소비 욕구를 촉진하기도 합니다. 친환경적인 소재 위에 불규칙한 선과 패턴, 눈에 띄는 색감을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선택지를 제공하죠. 또한 아웃도어 활동에 필요한 기능과 디테일이 풍부하다는 점도 클라터뮤젠을 빛나게 하는 요소가 됩니다. 시장의 유행을 따르지 않고 환경과 내구성, 기능에 초점을 맞춘 결과, 브랜드 특유의 감성과 아이덴티티가 살아나며, 충성 고객을 확보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셈입니다.


WEBSITE : 클라터뮤젠


플라스틱 0%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아이스브레이커 (Icebreaker)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위한 제품을 구매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 중 하나는 ‘고품질’일 것입니다. 1995년 설립된 뉴질랜드의 ‘아이스브레이커’는 100% 천연 메리노 울을 소재로 사용하며, 더 가볍고 부드러우면서 체온 조절과 습기 관리 기능이 탁월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양의 울음소리에서 착안한 ‘Baacode’를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아이스브레이커는 이를 통해 양털 공급 계약부터 제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모든 과정을 구매자가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건강한 소비를 촉진하고 증명할 수 있는 기발한 방법이죠.

이미지 출처: Sourcing Journal

아이스브레이커는 이에 멈추지 않고 2019년에 대담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바로 2023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률을 0%로 만들겠다는 것인데요. 2023년 말에 발표된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96.14%까지 ‘플라스틱-프리’ 목표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목표한 100%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슬로건처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완전한 0%를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아이스브레이커는 환경을 보존하려는 제 역할을 다해내고 있는 것이죠.

영상 출처: icebreaker

WEBSITE : 아이스브레이커


우리의 터전
지구를 위한 사업을 합니다

파타고니아 (Patagonia)

이미지 출처: patagonia

‘우리 제품을 사지 말라‘고하는 기업이 있다면 구매자는 어떤 마음이 들까요? 2011년, 많은 사람들의 지갑이 열리는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파타고니아는 파격적인 문장을 선보입니다. ‘Don’t buy this Jacket’. 10년이 지나도 튼튼한 제품을 만들지만 그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유발하므로 지구를 위해서라면 구매하지 말라는 파타고니아의 메시지였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친환경 원재료만 사용하겠다는 고집, 모든 제조 공정의 투명한 공개, 올바른 일을 하겠다는 신념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patagonia

그뿐만 아니라 파타고니아는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창립자 이본 쉬나드는 2002년에 ’1% for the Planet‘이라는 이름으로 비영리 기부 단체를 설립한 것인데요. 기업 매출의 1%를 환경 보호 프로젝트에 지원하며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환경 보존의 역할을 다해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만들게 됩니다. 나아가 파타고니아는 2000년대 경제 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는데요. 파타고니아만의 선명한 방향성을 고집하여 ‘지구를 살리는 일’에 구매자를 적극적으로 초청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WEBSITE : 파타고니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며, 소비자들에게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제안하는 브랜드들을 만났습니다.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들에게 책임감 있는 소비와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아웃도어 브랜드가 품어야 할 가치는 단순한 이윤 추구가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브랜드는 제품의 설계와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며, 소비자는 구매라는 행위를 통해 이러한 노력을 지지하고 확산시키는 주체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구매 행위로 이어지고, 구매 행위가 다시 자연을 지키는 순환으로 연결될 때, 소비와 보존의 역할은 비로소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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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

활발히 움직이는 모든 존재와 행위를 열렬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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