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노래하는
대만 밴드 KST

덧없는 삶, 변화하는 삶의 본질을
말하는 밴드의 음악
Edited by

공감이란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마치 나의 경험인 듯 깊이 느끼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흔히 공감을 누군가의 말과 글을 듣고 읽으며 형성된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때때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 순간에도 강렬한 감동과 위로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필자는 공연장에서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낯선 언어로 불려지는 노래 속에서,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깊은 공감과 용기를 느꼈습니다. 특히, 가까운 중화권 밴드의 음악이 놀라웠습니다.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다른 정서를 가진 이들의 음악이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감정을 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만 밴드 KST는 살아가는 기쁨과 슬픔, 삶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노래하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변화하는 삶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감정을 이야기하는 밴드 KST. 그들의 음악을 함께 만나봅니다.


삶에서 변하지 않은 유일한 것은 변화

밴드 KST, 이미지 출처: KFK2020

지난해 부산국제록페스티벌과 단독 공연으로 한국을 찾으며 주목받았던 대만 밴드가 있습니다. 바로 삶의 본질을 노래하는 밴드 KST입니다. KST의 중국어명은 康士坦的變化球(강사탄적변화구)로 영문으로는 Constant & Change로 해석됩니다. 독특한 이 밴드명은 잘 알려진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인생의 유일한 상수는 변화’라는 말에서 탄생했습니다. 밴드는 모든 것이 변하는 삶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하나는 변화라는 철학적 메시지에 주목했습니다.

KST, 美好的事可不可以發生在我身上(Lucky As You) 뮤직비디오, 동영상 출처: KST 공식 유튜브

밴드를 대표하는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KST는 삶의 철학을 음악에 담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느끼는 삶의 덧없음, 변화라는 본질적인 특성을 이야기합니다. 대표곡 ‘美好的事可不可以發生在我身上(Lucky As You)’에서 밴드는 불확실하기만 한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뇌합니다. 누군가에겐 있는 듯한 확실한 삶이 보이지 않고, 오직 전진만 가능하며 후퇴는 불가능한 삶. 들어 올릴 수도 내려놓을 수도 없는 삶임에도 우리는 계속해야 함을 노래합니다.


고통에서 탄생한 음악

밴드 KST, 이미지 출처: 부산국제록페스티벌

KST가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 공연장 관객은 단 두 명이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음악에 매달리는 길에서, 기타리스트 ARNY가 불안과 고통으로 힘들었던 시절 만든 음악은 중요한 전환점을 만듭니다. 2집 앨범 ‘Change’를 통해 골든 사운드 어워드 등 주요 시상식에 이름을 올리고, 대만과 중국 투어를 시작하며 유명 밴드로 성장하게 됩니다.

“모두가 음악을 따라 불렀다는 사실은 그것이 내 상상을 초월하는 무언가로 성장했다는 것을 천천히 깨닫게 했습니다. 그것은 더 이상 우리 마음속의 공명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목소리로 직접 표현하는 무언가였습니다. 그것은 나의 고통을 치료하는 약이 되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때에 만든 음악이 많은 관객의 입으로 불리는 모습을 보며 전한 말은 서로 다른 무수한 벽을 넘어 하나가 되는 밴드와 관객의 모습을 상상하게 합니다. 함께 노래 부르며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치유하며 하나가 되는 음악의 힘이었습니다.


언어를 뛰어넘어 전하는 음악

KST, 我的未來還是夢(A Never-ending Dream) 뮤직비디오, 동영상 출처: KST 공식 유튜브

KST의 무대를 보았을 때 이러한 밴드의 역사와 이야기를 그대로 이해할 순 없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농도 짙은 고민과 좌절이 느껴졌습니다. 음악의 구성과 노래하는 방식에서 듣는 이에게 다양한 감정이 전달됩니다. KST의 음악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서서히 고조되고, 가만한 읊조림에서 시작해 세상을 향해 소리치듯 내지르는 보컬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음악의 기승전결 속에서 음악을 만든 이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흔히 밴드하면 한 명의 프런트맨이 보컬을 담당하며 곡을 이끌곤 합니다. 하지만 KST는 밴드의 구성원 전원이 노래를 부르고 포효하며 곡을 함께 만들어 갑니다. 이러한 모습은 언어를 뛰어넘어 강렬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악기 연주 위주로 구성된 음악에서 시작한 밴드는 모든 사람의 목소리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 곡마다 리드 싱어를 바꾸면서 소리치고 매달리며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합니다.

KST, 眠月線(TRACK TO SLEEPING MOON) 뮤직비디오, 동영상 출처: KST 공식 유튜브

KST의 음악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또 다른 힘은 시각적인 효과입니다. KST는 밴드의 본질인 연주와 노래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삶의 고통과 치유를 더 풍부하게 표현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하고 공연단과 함께 무대를 준비합니다. XR 기법으로 공연에 입체감을 불어 넣는 게 대표적입니다. 전문적인 기술 제작팀과 함께 멀티버스를 활용해 몰입형 영상을 만들고, 뮤직비디오 또한 XR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며 광대한 우주를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합니다.


INSTAGRAM : @kst_officials


록 페스티벌에서 KST의 무대를 보았을 때,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에 이끌리듯 나도 모르게 무대 앞으로 향하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처음 듣는 음악, 이해할 수 없는 언어였지만 무수한 고난 앞에도 다시 일어나고야 말겠다는 다짐과 용기가 느껴졌습니다. 그곳에서 함께 손을 흔들고 소리치던 많은 관객들도 같은 마음임을 알 수 있었죠. 익숙지 않은 의상과 언어, 문화가 느껴졌지만 삶에 대해 고민하고 더 나은 날을 바라는 마음만은 그 모든 차이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조금은 낯설지만, 그래서 더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KST의 음악을 직접 만나보길 바랍니다.


Picture of 이수현

이수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음.
삶을 깨트리는 예술을 사랑합니다.

에디터의 아티클 더 보기


문화예술 전문 플랫폼과 협업하고 싶다면

지금 ANTIEGG 제휴소개서를 확인해 보세요!

– 위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로 ANTIEGG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 위 콘텐츠의 사전 동의 없는 2차 가공 및 영리적인 이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