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라 별일 아닌데도 마음이 툭 떨어지는 순간이 많아졌다. 바쁘게 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순간, 누군가 다정하게 “너만 그런 게 아니야”라고 말해준다면 조금은 안심이 될 것 같다.
브랜드도 그렇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어떤 브랜드는 옷의 촉감으로 위로를 건네고, 어떤 브랜드는 공간을 통해 마음의 안식을 제공한다. 이들이 제품을 넘어 감정을 디자인하는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결국 전하는 메시지는 같다. “나도 너의 기분을 알아.”
포근한 위로가 필요한 날
– Entire Studios

어떤 날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폭신한 이불 속에 파묻히고 싶다. 뉴질랜드 출신 디자이너 세 명이 만든 브랜드 ‘엔타이어 스튜디오(Entire Studios)’는 그런 감정을 잘 안다.
이들은 단순한 패딩이 아니라 ‘입을 수 있는 안식처’를 만든다.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풍성한 충전재가 특징인 이들의 패딩은 마치 커다란 쿠션처럼 몸을 감싸준다. 매트한 텍스처와 부드러운 원단 덕분에 입는 순간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느낌. 단순히 보온성을 넘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패션을 추구하는 브랜드다.
이들의 디자인은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손이 가는 미니멀한 컬러 팔레트, 과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 있는 실루엣. 어떤 룩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동시에 ‘나를 보호해 주는’ 느낌을 주는 옷. 요즘처럼 유독 추운 날 엔타이어 스튜디오의 패딩을 입으면 마음까지 한결 가벼워질지도 모른다.
도시 속 조용한 안식처
– The Quiet Space

사람이 많아 북적이는 카페에 앉아있는데도 왠지 외로울 때가 있다. 쉼이 필요한 순간에도 어딘가로 쫓기는 기분이 들 때. ‘더 콰이어트 스페이스(The Quiet Space)’는 그런 순간을 위한 브랜드다.
런던을 기반으로 한 이 브랜드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소음 속의 고요’를 디자인한다. 도심 속에서도 조용히 머물 수 있는 카페, 명상과 독서를 위한 라운지, 그리고 자연을 닮은 가구와 인테리어. 이곳에서는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잠시 멈춰 설 수 있다.
‘공간도 감정을 가진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이들은 조명과 가구 배치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디자인한다. 낮에는 부드러운 자연광이 스며들고 저녁에는 따뜻한 무드 조명이 공간을 채운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더 콰이어트 스페이스’에서 조용한 위로를 만나볼 수 있다.
촉감으로 전하는 공감
– Pangaia

우리는 옷을 ‘입는 것’뿐만 아니라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옷의 감촉이 주는 안정감, 피부에 닿는 순간의 부드러움. ‘판가이아(Pangaia)’는 바로 이 촉감을 통해 공감을 전하는 브랜드다.
판가이아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지향하는 브랜드로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착용자에게 ‘포근한 감각’을 선물하는 데 집중한다. 이들은 해조류 섬유, 재활용 캐시미어, 식물성 염색 등을 사용해 부드러운 감촉의 제품을 만든다. 덕분에 판가이아의 스웨트셔츠를 입으면 마치 따뜻한 담요에 감싸인 듯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단순히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를 넘어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커뮤니티처럼 움직인다. 기후 변화와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사람들에게 ‘옷을 통해 환경을 지키는 경험’을 선사한다.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옷 한 벌이 우리의 감각뿐만 아니라 지구의 감정까지 위로할 수 있다는 것.
소리로 전하는 공감
– Endel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리로는 느낄 수 있다. 피곤할 때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 몸이 편안해지고, 불안할 때 부드러운 백색 소음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엔델(Endel)’은 바로 이 감각을 과학적으로 풀어낸 브랜드다.
엔델은 AI 기반의 사운드 웰니스 브랜드로 사람의 기분, 시간대, 날씨 등을 분석해 맞춤형 음악을 생성해 준다. 예를 들어 아침에는 집중력을 높이는 소리를 밤에는 깊은 숙면을 돕는 사운드를 자동으로 만들어준다.
이 브랜드의 핵심은 ‘공감하는 기술’이다. 단순히 배경음악을 트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감정을 읽고 그에 맞는 위로를 제공하는 것. 바쁜 하루 속에서 집중이 안 될 때, 또는 아무런 생각 없이 편안한 밤을 보내고 싶을 때. 엔델의 소리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포옹을 건넨다.
과거의 브랜드는 기능을 팔았다. 좋은 품질, 합리적인 가격, 효율적인 디자인. 하지만 지금의 브랜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단순히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통해 감정을 공유하고, 위로받기를 원한다.
엔타이어 스튜디오의 패딩을 입으면 포근한 보호막에 감싸인 듯한 기분이 들고, 더 콰이어트 스페이스의 공간에서는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쉴 수 있다. 판가이아의 옷은 몸과 환경 모두를 보듬고, 엔델의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로를 건넨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감정을 디자인하고 공감하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브랜드를 오래 기억한다. ‘이 브랜드는 내 기분을 알아’, ‘여기 가면 위로받을 수 있어’라는 감정적 연결이 생긴 브랜드는 시간이 지나도 손이 간다. 공감은 브랜드를 특별하게 만들고 단순한 소비를 ‘경험’으로 변화시킨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브랜드를 접하지만 그중에서 진짜 우리 마음을 읽고 다가와 주는 브랜드는 몇 개나 될까?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도 결국 우리 곁에 남는 브랜드는 공감하는 브랜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