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세계를
엿보는 소설 3권

익숙한 경계를 넘어,
더 많은 우리를 바라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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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특별한 단어입니다. ‘너’, ‘나’, ‘그들’이 서로를 구분하는 단어라면, ‘우리’는 말하는 이를 포함해 집단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우리’라는 단어를 붙입니다. 우리 가족, 우리 학교, 우리 동네…… 세상에는 수많은 ‘우리’가 존재합니다. 사회를 이루는 가장 작은 집단이자 애정의 산물, 따뜻한 단어로 읽히는 ‘우리’는 경계를 보여주는 단어기도 합니다.

우리가 만든 경계 안에 들어온 이들은 ‘우리’가 되지만, 경계 밖의 이들은 ‘그들’, 즉 타인이 됩니다. 나와 다른 세계에 속한 이들은 더욱 쉽게 ‘그들’이 됩니다. 나와 관계없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타인. 시선을 전환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들어보면 어떨까요?

새로운 가족 속 경계를 그린 『두고 온 여름』과 가출 청소년을 향한 시선을 그린『경우 없는 세계』, 정상과 비정상의 틀을 이야기하는『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까지. 수많은 경계로 나뉜 타인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소설 3권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가족이 되는가
『두고 온 여름』

이미지 출처: 창비

가족과 나들이나 여행을 가, 함께 사진을 찍은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카메라를 향해 “치-즈!”하며 밝게 웃는 사람들이 있지만, 모든 가족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두고 온 여름』 속 기하의 가족처럼요.

사진관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매 여름마다 기하의 사진을 찍어, 사진관에 걸어두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진관에는 못 보던 사진이 걸립니다. 기하와 같은 옷을 입은 재하와 새어머니가 포함된 새로운 가족사진입니다. 열여덟, 기하는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어머니와 여덟 살 어린 동생이 생깁니다. 기하는 오래전 병사한 친어머니와 새어머니가 몹시 닮았다 생각하면서도, ‘어머니’라 부르지 않습니다. 새어머니는 기하가 “저기요” 해도 가타부타하지 않지만, 기하는 그 모습에 새어머니는 언제든 떠날 사람같다 느낍니다.

새어머니는 기하가 좋아하는 반찬을 꼭 상에 올리고, 새 옷을 사다주는 등 투박한 다정을 베풀고, 재하는 여덟이나 많은 형을 스스럼없이 좋아합니다. 아버지는 재하와 야구 경기를 보러 가고 목욕을 하러 갑니다. 곧잘 뒤섞여 가족이 된 세 사람을 보며 기하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집을 불편해합니다. 거처를 기숙사로 옮기고, 대학에 간 이후로는 집에 발길을 끊어버리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기하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새어머니가 해주었던 반찬을, 기하와 나누어 먹었던 중국 냉면을 떠올립니다.

소설 속에는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배려가 때로는 오해와 침묵이 되어 독자의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두고 온 여름으로 돌아간다면 기하의 가족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책을 덮고 나면 가족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서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어떻게 가족이 되어야 할까요? 『두고 온 여름』은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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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경우’와 거리의 아이들
『경우 없는 세계』

이미지 출처: 창비

학교에 다니지 않고 거리에서 생활하는 아이들. 세상은 그들을 ‘문제아’라고 부릅니다. ‘문제아’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냉정합니다. 술·담배를 일삼고 범죄를 저지르는 골칫덩어리, 비행 청소년, 가출 청소년, 아이 같지 않은 아이들. 그래서 엮이지 말아야 할 존재라 말합니다. 『경우 없는 세계』는 ‘문제아’들의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부유한 집안의 외아들인 인수는 어느 날 기숙학교로 가게 됩니다.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아버지는 늘 인수를 못마땅해하고, 어머니는 이를 방관합니다. 두 사람이 인수를 ‘유배’ 보내던 날, 인수는 그대로 도망쳐 가출청소년이 됩니다. PC방에서 며칠을 보내던 중 또 다른 가출청소년 성연을 만납니다. 인수는 성연을 따라 건물의 화장실에서 잠을 자고, 무료 급식소를 전전하던 중 경우를 만납니다.

똑같이 가출을 했지만 도둑질을 해서 돈을 버는 성연과 달리 경우는 아르바이트를 다닙니다. 낯선 성연과 경우를 자신들이 지내는 폐건물로 데려오고, 번 돈으로 함께 지내는 중학생 아이들에게 신발을 사주기도 합니다. 인수와 성연이 자신의 배낭을 훔쳐 달아난 걸 알면서도 다시 만나자 반갑게 인사합니다. 엄마와 살기 위해 돈을 벌고 있다는 경우는 ‘평범한 청소년’처럼 보입니다.

가정불화, 폭행, 성폭력. 여러 이유로 집을 뛰쳐나온 아이들은 거리에서 다양한 어른을 만납니다. 아르바이트비를 주지 않는 사장, 조건만남을 요구하는 아저씨 등…… 어른들은 아이들을 이용하고,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문제아’들의 세상은 점점 더 나빠집니다. 그 속에서도 바르게, 착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자 했던 경우를 생각합니다. 우리가 몰랐던 수많은 ‘경우’를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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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우리 곁에 있습니다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

이미지 출처: &(앤드)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그러다 간혹,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죠. “내 상사 완전 소시오패스 같아.”라는 말처럼,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 히키코모리, 리플리 증후군 등의 단어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 단어에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담겨있습니다.

6년째 방 안에서만 생활하던 수는 아버지의 죽음 후 처음으로 집을 나오게 됩니다. 음식도 물도 전부 떨어져버렸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남은 현금으로 물을 사려던 수는 충동적으로 도둑질을 하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는 도둑질을 통해 세상이 덜 두렵다는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보통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는 마음을 품은 수는 스파 브랜드에서 도둑질 하던 중, 도난 방지 태그로 인해 절도를 들키게 됩니다. 이로 인해 수는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로 마음 먹고, 변종 해파리의 촉수를 통해 사람을 해파리로 만드는 ‘바다 여행’을 신청합니다. 수의 이야기를 적은 임선우 작가는 ‘병적으로 도망치고 싶어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으로부터 가장 도망치고 싶어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남깁니다.

이처럼『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고, 자기를 지키려 하지만 자기 파괴적인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책은 이해나 공감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들의 ‘사정’을 들려줍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끝난 후 ‘정상’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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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덜 하게 됩니다. 기존의 경험과 기준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편하고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필자 또한 그렇게 끊임없이 ‘우리’와 ‘그들’을 나누어왔습니다.

하지만 가끔 깨닫습니다. 때로는 낯설고 불편하지만, ‘그들’의 삶도 나와 닮은 구석이 있다는 것을요. 시선을 전환해 ‘우리’라는 경계 밖으로 밀려난 타인의 세계를 골몰히 들여다봅니다. 나의 세계를 들여다보듯 오래도록요. 그렇게 타인의 삶을 이해하려는 시선이 늘어난다면, 우리는 더 많은 ‘우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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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영

예술, 사람, 그리고 세상.
좋아하는 것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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