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국내 학교 건축 3선

학생중심의 새롭고
즐거운 창발적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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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세요. 아마 대부분 비슷한 모습이 연상될 것입니다. 4층 내외의 낮고 세장한 평면의 벽돌 건물과 이와 마주하는 운동장, 그 사이에는 구령대와 스탠드가 있는 구성이 우리나라 학교의 전형적인 형태이기 때문이지요. 천편일률적인 구성으로 인해 우리는 어쩌면 이러한 학교의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많은 건축가에 의해 일반적인 학교의 형태는 비판받아 왔습니다. 학생 중심의 공간이 아닌 관리와 효율의 기준에 의한 구성이며, 이는 마치 군부대, 혹은 교도소와 흡사하다는 이유를 들기도 하지요.

그러나 최근 교육정책의 변화에 따라 학교 공간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정부 주도하에 혁신학교, 그린스마트미래학교 등 다양한 정책으로 학교공간의 변화를 꾀하고 있지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존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탈피한 새롭게 변화하는 공간을 품은 국내의 학교 건축을 소개합니다.


동화고 삼각학교

건물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삼각학교는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건물입니다. 남양주 동화고등학교에 지어진 이 건물의 정식 명칭은 송학관이지만 독특한 디자인으로 삼각학교로 알려졌지요. 네임리스 건축에서 설계를 맡았으며 2015년에 증축되어 무려 10년이 된 건물입니다. 삼각학교는 3학년 학생들의 교실과 교무실, 상담실 등이 있는 건물입니다. 무엇보다 건물 내부에 하늘을 향해 열린 중정을 두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지요. 중정 역시 삼각형의 평면으로 계획되어 더욱 특별한 공간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일부 창호, 기둥에서 발견되는 삼각형의 기하학적 디자인은 해당 건물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듯하지요.

이미지 출처 : 네임리스 건축

삼각형의 세 면은 주변의 운동장, 뒷산, 기존건물에 해당하는 세 가지의 맥락을 하나의 건물에 반영하는 형태로 작동합니다. 즉, 주변 환경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입면을 구성한 셈이지요. 다양한 성격이 담겨있는 외부와 달리 내부의 중정에서는 통합된 공간을 통해 각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합니다. 중정을 통해 형성된 회랑과 같은 복도는 순환동선의 체계를 가지고 시각적인 교류를 가능하게 합니다. 이는 단순한 이동 목적의 동선이 아닌 다양한 이벤트를 일으키는 공간이 되기도 하지요.

이미지 출처 : 네임리스 건축

쓰임에 있어서는 환기나 채광이 다소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효율과 기능에 충실한 기존의 일반적인 학교와 비교하면 당연한 평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새로운 공간을 통한 긍정적인 효과가 사소한 불편함을 상쇄시킬 수 있기도 하지요. 새로운 학교의 공간으로 제안된 삼각학교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기억을 심어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학교 건축의 변화를 알렸던 초기의 사례이기에 더욱 큰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이미지 출처 : 네임리스 건축

신길중학교

대규모 고층아파트 단지의 사이에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의 신길중학교는 외관상 학교라고 보기에 어려운 형태의 디자인입니다. 여러 채로 나누어진 박공지붕과 듬성듬성 계획된 옥상정원은 도심 속 타운하우스와 같은 공동주택을 연상시킵니다. 고층, 고밀의 주변 환경과 대조적으로 낮은 ‘집’의 형태의 신길중학교는 마을을 다채롭게 만들며 학생과 주민에게 친근한 동네의 풍경을 제공하지요. 기존의 기계적으로 찍어낸 듯한 획일적인 학교건축에서 벗어난 신길중학교는 2021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을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 진효숙

설계를 맡은 이집건축사사무소에 의한 작품설명을 요약하면, 프로젝트의 의도는 다양성과 개방성이라는 키워드를 향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개의 집이 모인듯한 건물 전체의 형태에서 느껴지는 다양성, 지붕 형태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다양한 내부의 공간감, 다양한 외부공간 등이 담겨있기 때문이지요. 또한, 교실과 연계된 마당 형식의 외부공간을 통하여 개방적인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은 이러한 개방된 공간에서 서로 소통하며, 교실 밖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되었지요.

이미지 출처 : 진효숙

또한, 낮은 높이로 열린 담장은 지역과의 소통을 촉발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안전과 관리상의 이유로 담장으로 둘러싸인 폐쇄적인 학교에서 탈피하여 개방감 있는 캠퍼스를 지향한 것이지요. 관리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외부공간은 곧 사각지대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신길중학교는 넓은 창과 폴딩도어 등을 적극 활용하여 사각지대의 발생을 차단하여 안전하면서 열린 구성을 가능케 하였지요. 이렇듯 신길중학교는 사립학교가 아닌 공립학교임에도 혁신적인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진효숙

서울 서진학교

2021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대상을 받은 서진학교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이며 강서구에 위치합니다. 코어건축사사무소에서 디자인한 서진학교는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보다 나은 학습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지요. 특수학교의 특성상 초·중·고의 학생들이 모두 모여 생활하는 것이 특징이며, 일반 학생들과는 다른 교육과정을 진행하기에 이에 적합한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코어건축사사무소

학교는 큰 중정을 형성하는 ‘ㅁ’자 배치를 취합니다. 그리고 중정에는 북카페가 계획되어 중정의 활용도를 높여 학생들의 외부활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지요. 해당 북카페와 중정은 교사, 학부모 등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학교의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책을 읽고, 간단한 식사를 즐기기도 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지요. 중정을 둘러싸는 순환형 복도는 일반 학교의 약 2배 넓이의 널찍한 폭과, 수직적으로는 2개 층이 오픈된 공간도 함께 계획되었습니다. 이러한 복도는 학생들의 안전한 활동을 가능하게 하며, 학년별로 교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이지요. 또한, 중정에서 연결되는 외부 텃밭은 공동체 교육의 장의 역할을 합니다. 발달장애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고민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모습의 학교를 탄생시킨 셈이지요.

이미지 출처 : 코어건축사사무소

서진학교의 설립은 6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수많은 절차와 난관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설립 반대가 있었고, 해당 부지에 한방병원을 건립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일종의 님비현상에 의한 이러한 갈등은 정치적인 문제로도 번지며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2021)는 특수학교와 장애학생에 대한 우리의 부족한 인식을 여실히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고된 과정을 이겨내어 탄생한 서진학교의 의미는 더욱 크다고 보입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12년간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육받고 성장합니다. 그리고 그 학교는 모두 공장에서 찍어낸 듯이 획일화되어 비슷한 형태를 가졌지요. 이 때문에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공간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교육청 주관하에 관리와 효율 중심으로 학교를 바라본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의 학교도 이러한 방향으로 점차 변화하는 움직임이 확인되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하버트 스펜서는 “학교의 가장 큰 목적은 지식이 아니라 행동하는 힘을 가르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공간이 아닌 학생들의 삶과 행동의 성장을 돕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우리나라에도 꾸준하게 진행될 학교 건축과 관련된 사업에서 학생들을 위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창발적 공간이 가득한 학교가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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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

글을 짓고, 집도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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