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감정을
들여다보는 책 3권

부정적인 감정을 뒤집어,
그 뒷면을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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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미움, 질투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느껴봤을 감정입니다. 긍정적인 감정들에 비해, 이런 감정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때론 자신을 자책하게도 만들기 때문에 꺼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반면, 행복이나 사랑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은 모두가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그러나 사실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꼭 붙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롯이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감정은 없다는 것이죠. 긍정의 시대, 부정적인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책 3권을 소개합니다.


철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부정적인 감정들
『악마와 함께 춤을』

이미지 출처: 흐름출판

『악마와 함께 춤을』은 부정적인 감정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를 철학적으로 설명하는 책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의 필요성에 대해 생존의 측면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 책은 부정적인 감정의 다른 측면을 철학적으로 해석해 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어떻게 하면 그 감정을 인정해가며 살아갈 수 있을지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나쁜 감정을 정원의 지렁이에 비유합니다. 좋은 정원을 가꾸기 위해서, 지렁이는 없애야 할 벌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여기저기 오가며 땅을 비옥하게 만들기에 꼭 필요하다는 것이죠. 나쁜 감정들도 겉으로 보기에는 당장 없애 버려야 삶이 행복해질 것 같지만, 실은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예를 들어, 분노라는 감정은 내 삶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생겨납니다. 누군가 나의 평온한 일상을 방해하거나, 나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을 때 내 삶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분노라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것이죠. 또한, 질투라는 감정은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애정 때문에 시작되고, 다른 사람에게 시기하는 감정을 느낀다면 다른 사람이 가진 그것을 얼마나 가지고 싶어 했는지 열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됩니다.

저자는 마치 트럼프 카드를 뒤집듯, 악마 같아 보이던 부정적인 감정의 뒷면엔 사실 이런 천사 같은 마음이 조금은 섞여 있었다는 것을 다양한 철학자들의 해석을 통해 보여줍니다. 심지어 이런 해석을 기반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현실적인 노하우까지 전하죠. 저자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지로 없애려고도, 극복하려고도,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인정하고 내버려 두면서 함께 잘 살아가자는 메세지를 전합니다. 마치 정원사가 정원 속 지렁이를 그저 지켜보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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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의 씨앗을 찾아 헤매는 에세이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이미지 출처: 한겨레 출판

무언가를 미워하고, 후회하고, 질투했던 날들에서 시작해 이 감정이 어디서부터 뻗어 나왔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책,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입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많아도, 싫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드뭅니다. 대부분 싫어하는 것은 마음속 깊이 감추거나 회피하려고 하죠.

하지만 저자는 그 싫어하는 마음을 피하지 않고 그 앞에 당당히 서서, 마치 눈싸움이라도 하듯 빤히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마음들을 결국 발견해 냅니다. 사실은 누군가가 너무 좋아서 미워진다거나, 무언가를 너무 잘 해내고 싶어서 슬퍼진 경험, 욕망하는 것 앞에서 찌질해지는 마음 등의 이야기를 건네며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내 긍정의 마음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건넵니다.

가끔 부정적인 감정이 불쑥 올라오면, 이렇게 나쁜 마음을 가진 나를 자책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무언가를 미워하다 결국 그 끝에선 나까지 미워하게 될 때, 저자의 이야기를 원동력 삼아 나를 자세히 탐구해 볼 용기를 주는 책입니다. 미움의 씨앗이 된 감정을 찾기 위해 파고 들어가 보면 그 씨앗은 오히려 드러난 것과는 정반대의 마음인 경우가 많습니다. 무의식중에 내가 그토록 소중하게 여겼던 씨앗을 찾아 가만히 품는 일은 또 다른 시작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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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정의하는 법
『마음 사전』

이미지 출처: 마음산책

앞서 부정적인 마음이 나에게 필요한 이유, 부정적인 마음을 탐구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마음 사전』은 감정을 정의하는 법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질투와 시기, 공허함과 허전함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마음 사전』은 김소연 시인이 살아가며 느낀 감정들에 자신만의 정의를 붙인 책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알기 힘들고 두루뭉술한 사람의 마음에 명쾌한 정의를 붙여두니, 읽는 내내 왠지 개운한 기분이 듭니다.

『마음 사전』에서는 행복, 기쁨, 감격과 같은 긍정적인 마음 그리고 공포, 죄책감, 분노, 권태와 같은 부정적인 마음을 모두 다루고 있는데요. 긍정적인 마음은 대체로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는 반면, 부정적인 마음은 마치 패스츄리처럼 부서지고 찢어지며 다양한 결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더 주목할 만합니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를 때, 마음 사전을 뒤져가며 지금 느끼는 감정과 가장 유사한 단어를 찾아보세요. 거꾸로 감정들의 단어를 살펴보며 나만의 정의를 내려봐도 좋겠습니다. 그렇게 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에 이름표를 붙여 차곡차곡 정리해 둔다면, 그렇게 모인 서랍이 언젠가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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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평온한 상태를 만드는 것에 평온하지 않을 정도로 집착하곤 합니다. 무조건 마음속에 걱정과 불안이 한 조각도 없어야 내가 행복할 것이라는 가정에서 나오는 행동들이죠. 그러나 햇빛 쨍쨍한 날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비 오는 날도 뒤따라 오듯, 부정적인 감정들이 생겨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임을 항상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나 자신조차 모르고 있던 나의 마음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감정들은 꽤나 유용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붙여진 나쁜 평판을 떨쳐내고 유심히 본다면, 이 지렁이들과 공존하며 풍성한 정원을 가꿀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될거예요. 정원의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 우리 마음의 정원도 환하게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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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다혜

서점에서 일하는 여름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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