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동물을
다룬 책 3권

언제나 있지만
보이지 않는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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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자리를 밀어내고 개발한 도시에서 살아가다 보면, 이 지구에 인간이라는 종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에 익숙해져 야생의 동물이 도시에 나타날 때면 극도로 긴장하거나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도 지구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동물일 뿐이며, 인간 외 다양한 종과 화합을 이루며 살아야만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죠. 낯설다는 이유로, 잘 모른다는 이유로 가까이하지 못했던 우리 주변의 동물들에 대해 다룬 책을 소개합니다. “알면 사랑한다”는 말처럼, 책을 통해 동물들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화합의 시작점이 되어 줄 지 모릅니다.


도시인이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들
『도시의 동물들』 

이미지 출처: 사계절 출판사

『도시의 동물들』은 사육곰 산업을 끝내기 위해 사육곰을 구조하고 돌보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이자 수의사인 최태규 작가가 쓴 책입니다. 도시의 동물들이라는 제목처럼, 먼 자연에서 볼 수 있는 희귀한 야생 동물이 아닌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가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고양이, 강아지, 비둘기, 쥐와 같은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도시의 현대인들이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은 인간에게 행복을 주고 사랑받는 ‘귀여운 존재’ 혹은 동물로 살던 삶은 제거된 채 먹는 용도의 ‘고기’로의 존재, 이렇게 두 가지 관점으로 극단적인 양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기르던 동물을 잡아먹던 시절보다 동물과의 거리는 오히려 더 멀어진” 시대라고 말하죠.
이 책에서는 도시인이 인간 중심적인 관점으로 동물을 바라보는 모순적인 지점을 드러내며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질문들을 던집니다. 길고양이를 보호소에 보내는 게 동물 복지의 관점에서 볼 때 고양이에게 정말 좋은 일일까? 60년대만 해도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행사에서 단체로 날려보내기도 하던 비둘기를 왜 지금은 미워할까? 해충이 아닌 러브버그에 대한 혐오 민원 방지를 위해, 다른 생태계도 함께 망가뜨리는 살충제를 뿌리는 지자체의 방역 작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와 같은 질문들을 통해 인간의 관점이 아닌 동물의 관점에서 지금껏 행해지던 행동들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평소 동물에 관심이 없어서, 지식이 부족해서, 귀엽지 않은 동물은 싫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도시의 동물들에 대해 읽다 보면, 인간의 세상 위에 한 겹씩 겹쳐 있었던 동물의 세상을 이제서야 새삼스레 마주하는 느낌이 듭니다. 투명하고 조용해서 잘 인지하지 못했던 동물의 세상으로의 첫걸음이 되어주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도시에서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화합하며 지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게 될 거예요.


『도시의 동물들』구매 페이지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존재
『지렁이의 불행한 삶에 대한 짧은 연구』  

이미지 출처: 단추

지렁이는 작고, 흙 속에 숨어있고, 귀엽지 않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지렁이는 진흙과 돌과 나뭇잎을 먹고 소화해 자신 몸의 2배에 이르는 분변토를 만들어 냄으로써 우리 흙에, 그리고 그 흙에서 자라는 생명들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렁이가 땅속에서 만들어내는 몇 미터 길이의 길은 식물의 뿌리가 숨 쉴 수 있게 도와주고, 흙을 한 번씩 새롭게 뒤엎는 기회가 되기도 하죠. 우리는 모두 땅과 흙에 기대어 살고, 그 땅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지렁이가 큰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결국 지렁이에 기대어 살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디에나 있는, 우리의 지구와 땅에 꼭 필요한,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지렁이. 종종 징그러운 존재로 여겨지거나 애벌레로 혼돈되기도 하는데요. 그렇기에 어떤 이야기에서도 주인공이 된 적이 없었던 지렁이를 사랑스럽게 쓰고 그린 ‘가상의 지렁이 연구 논문’『지렁이의 불행한 삶에 대한 짧은 연구』을 읽으면 지렁이에 대한 관점이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저자 노에미 볼라는 무민의 세계를 만들어낸 토베 얀손의『여름의 책』속 ‘조각난 지렁이에 대한 논문’ 이야기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라고 말했습니다. 책의 초반 부에는 지렁이의 먹이, 구분법, 땅굴 파는 특성 등 지렁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면모를 귀여운 그림과 함께 담아내고, 후반부에는 토베 얀손의 이야기처럼 반 토막이 나면서 둘로 나뉜 지렁이가 어떻게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단 한 번도 서사가 부여되지 않았던 지렁이를 주인공의 자리에 위치시킴으로써, 지렁이를 해치고 피할 대상이 아닌 고마워할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책이에요. 읽고 나면 비 오는 날 흙 속에 물이 차서 숨쉬기 위해 땅 위로 올라온 지렁이를 보며, 흙 속으로 무사히 잘 돌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실 거예요.

이미지 출처: 단추

『지렁이의 불행한 삶에 대한 짧은 연구』구매 페이지


인지하는 순간부터 새의 세상이 보인다
『탐조 일기』  

이미지 출처: 카멜북스

탐조 취미는 어딘지 고리타분한 취미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었습니다. 탐조와 관련된 책들은 전문적인 지식들을 다루는 어렵고 딱딱한 책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요즘은 탐조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더 다양해지는 것 같습니다. SNS를 통해 탐조 모임을 모집하는 경우도 늘어났고요. 자신의 탐조를 기록하는 유튜브 채널, 탐조 꿀팁을 공유하는 SNS 채널도 많이 늘어나 탐조인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폭이 더 넓어지고 있어요. 더불어 탐조를 다룬 가볍고 재밌는 책들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탐조 일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탐조에 대한 만화를 연재하던 삽사롱 작가가 쓴 책입니다.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 직박구리에게 도움을 주었던 경험을 통해 탐조라는 취미에 빠지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초보 탐조인들을 위한 탐조 준비물, 탐조할 때의 옷차림 꿀팁, 탐조 스폿 추천 등의 유용한 팁을 유머러스한 톤으로 전해 탐조 취미에 입문하려는 분들께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에요. 탐조 취미에 대한 내용을 넘어서 까치와 까마귀는 지능이 높아 장난을 치기도 한다는 사실 등 재밌는 새에 대한 정보부터 도시 속 새의 유리창 충돌 문제와 같이 우리 주변 새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다양한 내용을 만화의 형식으로 담아냅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을 느끼기 위해 멀리 떨어진 숲이나 바다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탐조라는 취미를 접해보면 멀리 가지 않아도 아파트 단지, 동네 공원과 같이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서도 새를 통해 자연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돌아보면 새는 우리 주변에 항상 있었습니다. 관심을 갖고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아 보이지 않았을 뿐이죠. 인간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자연인 새. 그러나 늘 멀리 떨어져 있기에 자세히 보기 어려웠던 새와 쌍안경을 통해 눈 마주치는 경험을 한 번 하신다면, 분명 새와 사랑에 빠지게 되실 거예요. 새에서 시작된 사랑은 자연 전체를 바라보게 하는 시작점이 되어줄 겁니다.

이미지 출처: 카멜북스

『탐조 일기』구매 페이지


어떤 대상을 향한 무관심, 오해, 혐오는 그 대상을 모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알면 사랑한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님의 유명한 말이죠. 무언가를 알아가려는 노력이 쌓일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요. 알아야만 비로소 보이고, 들리고, 사랑하게 되는 세계가 있습니다.


지렁이가 땅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말똥가리가 어떤 울음소리를 내는지, 러브버그가 왜 많이 생겨나게 되었는지 알게 된다면 징그럽게 느껴졌던 모습도, 시끄럽게 들렸던 울음소리도 이해가 됩니다. 인간만이 이 지구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도시화된 세상 속에서, 동물들과 화합을 이뤄내는 첫 걸음은 우리 주변에 이미 존재하는 동물에 대해 알고, 발견하고,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일 거예요. 1년 중 가장 걷기 좋은 초여름, 많이 걷고 숨쉬며 자연을 누리는 계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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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다혜

서점에서 일하는 여름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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