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달리며
스스로를 조율하기

속도의
균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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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7월입니다. 상반기의 마지막 장이 넘어가고, 새로 시작되는 하반기를 준비할 때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앞서나간 것 같고, 나만 제자리걸음을 하는 듯하거나 더딘 속도인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사회의 장점이자 단점인 ‘빨리빨리’의 속도감은,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삶의 기본 리듬이 되어버렸죠.

여기서 과연 ‘나만의 속도’는 얼마만큼 되는지, ‘내 속도’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필자는 줄곧 ‘실제로 움직이는’ 걷기와 달리기가 이런 생각에 효과적인 처방을 해줄 것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 시작은 단순합니다. 점심 식사 후 조금 느리게 골목을 돌아보며 산책하는 때도 있고, 주말 아침이나 평일 저녁에 사람들 사이를 달리며 나만의 호흡을 찾아가면서 말이죠. 이때만큼은 오로지 눈앞에 보이는 것들, 몸과 마음이 작용하는 방식에만 집중하기에, 삶의 중심을 다시 잡게 만드는 일종의 리셋 버튼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걷고 달리는 행위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서, 각자의 삶의 속도를 되묻고 그에 따라 중심을 조율해 가는 시간입니다. ‘걷기’와 ‘달리기’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 치우친 속도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을지, 나아가 스스로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걷기
: 느림이 주는 정리의 힘

이미지 출처 : Unsplash

사람은 하루에 약 7,000보를 걷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걸음 수는 점점 적어집니다. 그중 가장 큰 요인으로 기술의 발달이 있습니다. 대중교통이 발달하고 심지어 언제, 어떻게 내 발 앞에 오는지 단숨에 알 수 있죠. 이런 상황에서 걷는 행위의 다른 면모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길을 걷다 나도 모르게 ‘아, 맞다! 이거 잊고 있었는데 생각났네.’와 같은 말을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혹은 걷기만 했는데 엉켜있던 생각의 타래가 갑자기 풀리는 것처럼 느껴졌던 때가 있나요? 필자는 이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무언가를 결정하지 못할 때나 복잡미묘한 감정에 휘말릴 때, 길지 않아도 집 근처나 공원 등에서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정리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뇌과학에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걷기는 뇌의 전두엽 활동을 증가시켜 줍니다. 계획, 판단, 의사결정과 같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되면서 생각과 감정이 차곡차곡 정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전에 겪은 경험과 그에 따른 감정들을 되짚어 보고 의미를 다시 부여하는 과정에 최적의 상태가 되는 것이죠.

심지어 소음이 가득한 도심 안에서도 걷기의 힘은 빛을 발하게 됩니다. 5분, 10분 걷다 보면, 차가 지나가는 소리와 사람들의 대화 소리는 점차 나를 위한 배경음악처럼 느껴집니다. 그 순간, 도시의 소란 안에서도 나만의 고요가 시작됩니다.


달리기
: 속도 안에서 나를 마주하는 시간

이미지 출처 : Unsplash

달리기를 처음 접했을 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방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느낌에 ‘그만둘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아찔하게 더운 여름날에도, 코끝 시린 겨울철에도 달리는 일은 제게 하나의 의식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어떤 부분이 계속 달리고 싶다는 마음을 만들게 된 걸까요?

바로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달리기의 속도, ‘페이스’가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러닝 크루’가 활발히 운영되면서, 특정 목표를 위해 더 도전적인 페이스를 유지하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5:30’, ‘6:00’과 같은 페이스에 맞춰 사람들이 줄지어 달리는 모습은 한강이나 운동장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죠.

하지만 그 페이스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느끼기에 무리하지도 않을 만큼, 느려지지도 않을 만큼 나만의 속도로 달리게 될 때 우리는 조금 더 편안함을 느끼고, 자신을 온전히 마주하게 됩니다. 달리기만 했는데 어쩌면 삶의 큰 비법 하나를 알게 된 것만 같습니다.

달리기는 몸과 마음에 대한 강력한 인식 행위이자 순환 그 자체입니다. 일정한 박자에 맞춰 땅을 디디고,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다 보면 생각은 점차 줄어들고 몸의 감각이 살아납니다. 일종의 ‘동적 명상’이 되는 셈이죠. 곧이어 마음의 안정도 되찾게 됩니다. 몸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다시 몸으로 인식이 순환되는 과정은 달리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선물입니다.

과학적으로도 달리기의 탁월한 효과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달리는 중에는 도파민과 세로토닌,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 등의 분비가 활발해집니다. 이는 집중력 향상, 불안 감소, 기분 개선 등 정서적 안정과도 직결되죠. 어느 정도 달리는 상태를 지속하거나 달리기가 끝난 후 ‘이상하게 개운하다’, ‘생각이 맑아진다’라는 느낌은 그저 기분 탓이 아닌 뇌의 생리적 반응입니다.


걷기와 달리기 사이,
균형의 감각을 회복한다

걷기와 달리기는 서로 다른 속도를 품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걷기는 마음을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고, 달리기는 쌓인 감정들을 개운하게 비워내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죠. ‘느림’과 ‘빠름’ 속에서 각자만의 속도와 방향을 제시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빠르거나 느리냐가 아닙니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자각하는 감각입니다. 이는 삶 속에서 속도의 균형 감각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오늘 2만 보를 걸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1km를 달리는 것이 전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각자의 속도로 삶을 살아가는 중입니다.

우리는 이 조용한 감각을 통해 균형을 되찾고, ‘비교’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내 속도와 리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속도에도 맞출 수 있습니다. 삶의 속도는 하나의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닌, 조율하며 생겨나는 일종의 멜로디인 셈이죠.


걷기와 달리기는 특별한 장비도, 대단한 기술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신발을 신고 밖을 나가는 것만으로도 누구든지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고, 더 쉽게 삶 속에 스며들 수 있습니다.

또, 그래서 누군가는 걷기와 달리기가 별거 아닌 행위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별것 아닌 행동’들이 우리가 잃어버린 균형을 조금씩 되찾아 주기도 합니다. 어느 날에는 길을 걷다가 문득 생각이 정리되면서 고민이 해결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가지고 있던 불안과 걱정을 달리면서 씻겨내기도 하면서요. 이를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걷기와 달리기는 더 이상 단순한 운동이 아닙니다. 내 삶의 속도를 되묻고 중심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연습입니다.

그렇게 한 발씩 내딛는 동안,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던 나만의 속도를 알게 됩니다. 다른 누군가가 정해주는 속도가 아닌, 진정한 나만의 ‘페이스’를요. 그러면 매일 걷거나 뛰지 않아도, 나아가 매일 치열하게 삶을 구조화하거나 헤매지 않아도 괜찮아지게 됩니다. 그 속도와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스스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신의 속도는 어떤가요?

누군가의 속도에 맞추려 애쓰지 말고, 당신만의 리듬을 찾아 차분히 걷거나 당차게 뛰어보세요. 그렇게 수차례 경험을 통해 얻은 나만의 속도를 찾게 된다면, 적당한 균형점을 가진 삶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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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

활발히 움직이는 모든 존재와 행위를 열렬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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