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라데크’는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소설 「가장의 근심」에 등장하는 기이한 존재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예측 불가한 형태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화자인 가장에게 불안과 두려움을 안겨주죠.
출판사 히스테리안은 오드라데크처럼 기존 범주에 포섭되지 않는 것들에 주목합니다. 밀려난 것들이 출몰하며 기존 질서에 균열을 내는 장소를 몸으로 감각하고, 연구를 통해 이야기로 발전시키죠. 가장이 근심하는 것과 달리 포착되지 않는 빈 곳에서 예술과 자유가 생성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오드라데크는 히스테리안의 실천과 무척 닮아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기존 서사에 속하지 않는 고유한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직접 쓰기 위해 창의성을 연마해야 한다고 제안하죠. 예술가에게 직접 그 기술을 배우는 워킹클럽부터 히스테리안의 시작과 앞으로의 10년을 마주한 변화까지, 도래할 독자들을 향한 히스테리안의 지치지 않는 열기를 살펴봅니다.
독자를 밝히는 히스테릭한 실천

히스테리안을 아직 모르실 수도 있는 분들을 위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아 히스테리안은 “이야기를 짓고 엮는 일”을 하는 집단이자 출판사입니다. 핵심 구성원은 저, 병우님, 민주님 이렇게 3명이에요. 저는 문화예술·전시 기획을 총괄하고, 프로그램이나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민주 저는 연구자이자 책임 편집자 역할을 맡고 있어요. 히스테리안은 출판사로서 다른 분들의 연구나 작업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역할, 그리고 우리 내부의 이야기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로 크게 구분됩니다. 외부 작가들과 함께 할 때는 단지 전달에 그치지 않고 기획, 연구와 편집 같은 역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즐거움을 느껴요. 내부 작업은 우리가 몰입하게 되는 중요한 문제들을 찾아, 2-3년 정도 긴 호흡으로 리서치를 하면서 형태를 만들어가죠. 최근에는 리서치 클럽에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그 결과가 전시나 책으로 나올 때도 있지만 처음부터 특정 형태를 정해두지는 않습니다.
병우 저는 연구자이자, 텍스트 큐레이터입니다. 연극의 드라마투르그 역할과 비슷해요.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문제가 생기면 그에 관련된 자료들을 모으고 연구의 토대를 쌓아나갑니다. 민주님은 제가 모은 이야기들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하고요.
처음으로 출간하신 책은 어떤 책인가요?
병우 책을 읽으면 항상 저자의 권위에 주목하게 돼요. 진정한 실천은 나를 쓰는 일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물음에서 <비틀년(撚) 프로젝트>를 펴내게 되었습니다. <환향년>, <십할년> 등 여성 혐오 어휘인 ‘년’자를 비틀고 해체해보자는 슬로건도 있었지만, 사실 독자를 밝히고자 하는 맥락이 숨어 있어요. 저자의 권위에 주눅 들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쓰면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독자요.
정아 <비틀년(撚) 프로젝트>는 2017년도에 발행해서 2021년까지 했던 장기 프로젝트였고, 총 4회 출간했어요. 1호는 <나쁜년>으로 여성을 마구잡이로 혐오하는 현상들을 다뤘어요. 실험적인 시도였기 때문에 무가지로 제작했고, 지금 딱 한 권 남아 있죠.
2호 <미칠년> 때는 보다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정체성이 생겼어요. 민주가 서문에 엘렌 식수에 대해 썼고, ‘여성적 글쓰기’라는 저의 테제를 처음으로 밝힐 수 있었죠. 대문자 언어가 아니라 소문자 언어, 나의 언어이자 묵음으로써 이야기가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힘이 좀 생긴 거에요. 출판 사업자도 그때 내게 된 거고요. 독서 모임으로 시작해서 프로젝트를 함께 했지만 이렇게 오래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출판사의 정체성까지는 아니었던거군요.
정아 처음에는 ‘순수하게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자’는 마음이었죠. 2016년 당시 ‘강남역 살인 사건’이라는 사회적 이슈에서 페미니즘 법령이 협소하게 작동하는 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어요. 가까운 남성 동료들과 대화가 단절되는 현상을 처음 경험하면서 페미니즘 책을 읽을 때와 큰 괴리를 느꼈죠. 당시 병우님이 인문협동조합에서 철학 모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함께 페미니즘 책을 읽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거기서 민주님도 만났고요.
2021년까지는 주로 전시의 형태로 많이 발표했어요.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이야기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전시에 포함되지 못하는 잔여의 이야기가 너무 많아졌어요. 병우님과 민주님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는 형태가 필요해졌고, 출판이라는 작업으로 이어졌죠.
그 모임에서 히스테리안이라는 이름도 정하게 된 건가요?
병우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 <가장 숭고한 히스테리환자>라는 책이 있어요. 슬라보예 지젝이라는 철학자의 박사 논문이에요. 지젝은 헤겔을 가장 히스테릭한 철학자라고 이야기하는데, 모여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독자들, 우리야말로 가장 숭고한 히스테리 환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히스테릭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아 ‘히스테리안’이라는 이름을 붙였죠. 원래 제가 서점을 만든다면 서점 이름을 ‘히스테리 환자’라고 짓고 싶었거든요.
민주 히스테리 환자란 어떤 세계를, 내 몸에 오는 증상들을 섬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에요. 그걸 논리적으로 설명할 사상이 아직 세상에 없을 뿐이죠. 내 방식으로 세상과 접촉할 때 느끼는 이질적인 고통들을 없애거나 모르는 척 하는 게 아니라 글로 쓰고 음악으로 만들고 소통하는 순간, 자신의 이야기가 만들어져요. 우리는 이런 히스테릭한 상태를 더 대두시키려는 움직임을 하고 있는 거죠.

이름이 꽤 직접적으로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요.
정아 이름이 먼저 있고 이야기가 만들어진 게 아니라 우리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히스테리안’이라는 이름이 탄생한 거죠. 요즘에는 그 이름에 대한 책임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그때는 페미니즘이 우리의 직접적인 문제의식이었는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호응해야 하는 부분들이 생기고 있거든요.
민주 저는 ‘히스테리 환자’라는 개념이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삐져나오는 것들, 설명되지 않지만 분명히 실존하는 감각들, 이런 이야기들을 언어나 텍스트 안팎으로 감각하려는 시도가 모두 히스테릭한 것들을 좇는 우리만의 방식이죠.
히스테리 환자란 히스테리안의 정체성이자 방법론이네요.
민주 맞아요. 시작이 페미니즘이었다면 그 다음은 ‘오드라데크’라는 개념으로 이어졌어요. 오드라데크는 쓰레기와 비인간 객체 같은 포착되지 않고 경계 밖에 있는 미지의 것들을 말해요. 2020년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에게 허용된 공공 공간이 얼마나 협소한지, 그로인해 소외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죠.

작년부터는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신의 자리가 현대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한국적인 것을 잘 모르고 어려워하는 시대에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는 미의식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숨은 0 프로젝트>를 리서치 클럽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삶의 기술이 되는 예술,
워킹클럽
최근 활발히 운영중인 워킹클럽은 히스테리안의 방법론을 사람들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 실천을 제안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시민의 창조성을 연마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소개글이 좋아서 실제로 참여도 해 보았고요.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정아 2020년부터 한 문화재단과 함께 ‘예술은 노동인가’라는 의제로 세미나를 진행했어요. 저는 노동의 관점에서 예술이 노동이라는 근거를 갖추려고 시도했죠. 그런데 자꾸 미끄러지는 거예요. 소위 노동이라고 하면 사회에서 인정하는 근로 조건에 부합해야만 하고, 그 외의 것들은 잉여적인 것, 일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작업의 영역으로 남게 되더라고요. 예술가가 자본과 협력 관계이기 때문에 노동의 가치와 다르다는 관점도 있었어요. 자본의 후원을 받거나, 작품을 아트페어에서 파는 것처럼요. 일반적인 근로 수당의 계산에 부합하지 않는 거죠.
노동자가 글을 쓰거나 철학을 사유하는 것이 잉여로만 취급되는 것,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 매여 노동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가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850년대 랑시에르가 이야기한 ‘프롤레탈리아의 밤’과 지금이 다를 바 없는 거에요. 이런 세상에서 자신의 창조성을 기를 수 있는 ‘일(노동)’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다가 역으로 접근하기로 했어요. 예술가는 창조성을 생산하는 중요한 기술을 갖고 행하기 때문에 이미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 좋은 기술은 시민들이 배워야 된다고요.

현대인의 결핍을 포착해 그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자본의 논리로 접근하신 거군요.
정아 철저하게 비자본을 자본 속에 숨겨야겠다고 생각했죠. ‘일과 노동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자’라는 의미로 “워킹클럽”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일을 잘하기 위해서 영어를 배우는 것처럼, 예술가들에게서 코딩도 배우고, 음악 만드는 것도 배우고, 철학하는 사유도 배우고, 책 읽는 것도 배우자고 한 거죠.
비용 책정도 고민이 많았어요. 단순히 독서 모임에 참가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게 아니라 진짜 기술을 배우는 데 정당한 비용을 내야한다고 생각했죠. 연사에게 사례비도 드릴 수 있어야 하고요.
자본 속으로 침투해서 오드라데크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민주 자본에 반대해서 자본이 하는 걸 전혀 안 하는 식의 실천 전략은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예술가들이 하고 있는 것은 자본의 논리를 흉내내되 조금 비틀어서 그 틈으로 다른 가치들을 끼워 넣는 것이라 생각해서 그 방식을 가져왔죠.
워킹클럽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까요?
정아 연사를 섭외할 때 장르적으로 구분 짓지 않으려고 해요. 글쓰기 수업이라고 해서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미술 작가니까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지금 가지고 있는 고유한 고민들을 나누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아니 에르노를 번역한 신유진 작가는 아니 에르노, 마르그리트 뒤라스, 프랑수아즈 사강,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문학을 통해 ‘사랑은 어떻게 쓸 수 있는가’를 이야기했어요.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을 창작의 동력으로 삼기도 하고, 네 명의 여성 작가들 역시 자기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이거든요.
이처럼 진지한 고민을 하는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해요. 그 고민들이 자기 자신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요.

앞으로 예정된 연사를 소개해주신다면요.
정아 전에 진행했던 장혜령 작가의 강연을 <몸은 어떻게 쓰기로 이행하는가>라는 주제의 워크숍 형태로 발전시켰어요. 장혜령 작가의 방법론인 글과 몸을 오가며 쓰는 ‘문-체 번역’을 실제로 몸을 쓸 수 있는 공간에서 직접 수행하면서 배울 수 있죠.
그리고 병우님의 독서 방법론을 통해 인문서를 읽는 <어떻게 읽을 것인가> 시리즈에 이어서, 민주님이 진행하는 <철학적 사유 체계는 어떻게 만드는가>의 참가 신청을 받고 있어요. 민주님은 한 사람이 고유하게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포착하는 재능을 갖고 있어요. 강연을 듣는 사람도 배우지만, 강연을 하는 사람도 함께 배우는 상호 배움의 형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민주 저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게 연구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 전반을 함께 하면서 철학의 체계적 사유를 연습하는 시간이 될거예요. 실천과 저항에 관련된 철학 텍스트를 함께 읽고, 기초적인 연구 계획서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형태가 논문에 국한될 이유는 없어요. 문학의 형식이 될 수도 있고 패션이 될 수도 있죠. 이런 게 히스테리안만의 방식이라 생각해요. 그 가능성들을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히스테리안의 10주년
– 아직 도래하지 않은 독자를 위한 책

최근에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정아 히스테리안을 운영한지 곧 10년이 되어가요. 개편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단체가 지속할 수 있는 내부적인 힘을 기르기 위한 시스템과 사람들이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정체성이 필요했죠. 브랜드 컨설턴트에게 조언을 구하고, 디자이너를 섭외해 홈페이지부터 개선했어요. 올해 국제도서전에서 그 정체성을 처음으로 선보였고요.
고대의 비석 같은 바위 이미지가 인상 깊었어요.
정아 친구가 터키에 있는 셀수스 도서관엘 가서 “여기 너무 아무것도 없어”라며 오래된 비석 사진 한 장을 보내왔어요. 제가 봤을 때 그 사진 안에는 이미 모든 게 있었어요. 바람에 풍화된 흔적이 남은 바위들과 희미한 글자들이 있었죠. 10년 뒤뿐만 아니라 백년 뒤, 천년 뒤에도 남을 영원한 것들이 떠올랐어요. 그 이미지가 계속 마음에 남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저희는 추상적인 것을 다루는 일을 하잖아요. 이야기란 텍스트로 기록되지 않으면 구전으로 떠돌기 마련인데, 그런 일일수록 더 물질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추상적인 이야기가 휘발하지 않고 보존되는 책이라는 물성을 가져와 출판사가 된 것도 같은 이유였죠. 셀수스 도서관에 실제로 어떤 책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비석이 남아 ‘여기에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는 것처럼요.

10년 이라는 기간 동안 히스테리안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동기가 무엇인가요? 혹은 나 자신을 추동하는 것이 있다면요.
민주 정아님의 작은 고민이 어떤 결실을 만들고 연결되는 것,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게 가장 큰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정아님이 세계를 흠뻑 느끼는 데에서 많은 게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기차를 타고 부여에 다녀오면서 창 밖으로 보이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다가 아이디어가 발전하기도 하고, 사회 현상을 관찰하면서 내면에서 만든 질문이 계속 남아서 하나의 속성이 되기도 하죠. 그저 분노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내면의 본능적인 욕망도 중요한 동력이지만, 더 특유한 건 현재에서 이 세계를 경험하는 것을 진지하게 존중한다는 느낌인 것 같아요.
병우 도서관의 사서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어요. 실제로 도서관을 잘 가지는 않아서 일종의 환상에 가깝지만요. 보르헤스 책에 나오는 사서들에게는 자기 서가의 책을 시키고 있는 파수꾼 같은 느낌이 있어요. 숙명을 부여받은 것처럼요. 모든 책을 읽고 진리를 꿰뚫어보는 전설 속의 사서도 등장해요. 다른 사서들은 그 진리가 담긴 책을 찾으려고 싸우거나 죽기도 하죠. 책 읽는 사람의 이미지 중 좀 더 비장미가 있는 모습으로 비슷한 동료들을 만나고 싶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읽은 것들을 사람들에게 제안할 수 있는 채널이 최초로 생겼다는 의미도 있어요. 오랜 시간 혼자 공부하다보니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가 커졌어요. 실제로 외부에 제 이야기를 하면서 태도나 성격도 달라졌죠. 예전에는 조금 날카롭고 공격적일 때도 있었거든요.

사서라는 정체성이 책 뿐만 아니라 히스테리안에서 주목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지키고 읽게 하는 역할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정아 사람들이 지닌 자기만의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끄집어내고 싶은 욕망이 커요. 좋은 이야기를 잘 건져 올려서 읽힐 수 있도록 좋은 책을 많이 만들고 싶죠. 저희 이야기를 쓰기 보다는요.
민주 정아님의 목표는 10년 뒤에 읽힐 책을 만드는 거에요. 10년 뒤에도 유효하게 건져 올릴 수 있는 이야기들. 저희가 만드는 책들을 한 전시의 도록이나 어떤 한 장면 장르, 주제나 동네를 넘어서는 인간의 삶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하려 하는 거죠.
삶에 대한 이야기가 왜 10년 뒤에도 읽힐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정아 살아온 모든 것이 가지고 있는 보편성이라는 게 있잖아요. 죽고 사는 것 같이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들을 찾고 싶어요.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을 당장 판단하는 것을 보류하고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왜 이런 마음을 갖고 느끼는지, 그 근원을 찾다보면 더 큰 맥락을 발견하게 돼요. 민주님, 병우님과 함께 그것들을 천천히 펼쳐보려고 하죠.
민주 시대를 대표하는 부분이라기 보다는 한 개인에게는 확실히 유효한 히스테릭한 것들이 모여 연결되었을 때 드러나는 동시대의 모습을 그리고 싶어요. 그랬을 때 단순한 단발성의 관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0년 뒤, 그 이후로도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개별적으로 떨어져 있는 부분들 같아도요.

히스테리안의 앞으로의 방향성과 목표가 무엇인가요.
정아 자기 이야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안전망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또 팔 수도 있는 플랫폼이자, 좋은 인재들을 발굴하고 정당한 대가를 보상할 수 있는 출판사면 좋겠습니다.
민주 예술가들이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작품이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고, 정당한 가치로 교환되는 것. 그 선순환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전시를 할 때는 계속해서 외부 기금을 통해서 작업을 해 왔었는데, 계속 워킹클럽에 연사들을 모셔오고, 이야기들을 연결하기 위해서 기금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내부적인 구조를 만들려고 해요. 이번에 새로 출시하는 멤버십 “히스터스”를 통해서 이 구조를 시도해보는 것이고요.
병우 프로젝트나 연구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좋은 책들이 많아요. 우리의 발판이 되었지만 프로젝트에서는 노출되지 않는 책들도 있죠. 그런 자료들이 지닌 맥락과 히스토리를 담아 아카이빙하고, 다른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양질의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소개하고 싶어요. 지방에서 계속 낮아지고 있는 정보 접근성 문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도서관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말로 사서가 되는 거죠.
INSTAGRRAM : @hysterian.public
히스테리안은 도래할 독자들을 만나기 위한 사업설명회를 개최합니다. 워킹클럽, 리서치클럽, 도서관과 원고함 등, 포착되지 않는 경계 너머에서 생성되고 있는 감각들을 집요하게 탐구해온 기록들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서죠.
예술의 실천이란 어쩌면 기존의 질서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불안하고 두려웠던 시간들, 감춰 두었던 나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는 작은 행위로부터 시작하는 것 아닐까요. 기존의 구조에 침투하고 다양한 층위를 실험하며 히스테리안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예술의 자리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