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차를 마신 날을 기억하시나요? 바쁜 일상에서 커피는 자주 마시지만 정작 차를 음미할 시간은 좀처럼 내지 못합니다. 사실 차라는 존재는 커피에 비해 낯설기만 합니다. 어떤 차를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찻집은 또 어떤 곳인지 선뜻 다가가기 어렵죠.
하지만 차 한 잔은 커피와 또 다른 위안을 건넵니다. 커피가 하루를 깨우고 다시 달리게 하는 연료라면, 차는 속도를 늦추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물게 하는 쉼표 같은 존재입니다. 천천히 우러나는 시간을 기다리고,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향을 음미하는 그 과정 자체가 마음을 진정시킵니다.
이번에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을 넘어 공간 자체가 주는 감각까지 특별한 서울에서 찾아낸 찻집 3곳을 소개합니다. 도예 작품을 감상하며 차를 마시는 곳, 절제된 미학 속에서 블렌딩티의 깊이를 경험하는 곳, 한국적 미감이 담긴 가구 사이에서 차를 음미하는 곳. 이 세 곳이라면 차가 낯선 분들도 자연스럽게 그 매력에 빠져들 수 있을 겁니다.
연희동 탄정
도예 작품과 함께 차를 마시는 곳

이 곳의 이름에는 ‘숯 우물이 있는 자리’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손님에게 차를 내기 전 숯우물에 정성스레 물을 끓이듯 방문하는 손님에게 정성을 다해 차를 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매장 한편에 전시된 여러 다기와 기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엔 흡사 작은 도예 전시장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토치로 유리를 녹여 만드는 램프 워킹(Lampworking) 기법의 이규비 작가 작품, 은은한 푸른빛이 매력적인 박소희 작가의 다기까지. 이곳의 특별한 점은 이 작품들이 단순히 감상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주문한 차가 이 기물에 담겨 나오기도 해서 작품을 눈으로 보는 즐거움과 직접 손으로 만져보며 차를 마시는 경험을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말차로 선보이는 ‘말차한상’을 비롯해 다양한 차를 즐길 수 있는데, 정성스럽게 우려낸 차를 아름다운 그릇에 담아 마시는 경험은 차 한 잔을 마시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게 합니다.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가길 8-8 지층
아사시
절제된 미학을 경험하는 블렌딩티하우스

을지로3가, 복잡한 미로 같은 건물 내부를 통과해 4층으로 올라가면 아사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정갈한 원목 테이블과 바 하나가 덩그러니 놓인 공간은 여백 그 자체입니다. 로고에서 볼 수 있는 아홉 개의 사각형처럼 각이 살아있는 인테리어와 절제된 조형미가 고요하고 절제된 온기를 만들어냅니다.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마음이 차분해지며 차에 집중하게 됩니다.
아사시는 ‘블렌딩티하우스’를 표방합니다. ‘허브, 꽃, 과일에서 영감을 받은 깊이 있는 연구. 아름다움의 본질과 함께하는 상상력의 감수성’이라는 소개처럼, 오미자와 대추 같은 익숙한 재료부터 카카오 껍질, 장미까지 다양한 재료를 블렌딩한 차를 만날 수 있습니다. 차는 사발과 같은 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시중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독특한 조합의 맛이 인상적입니다.
낮에는 블렌딩티와 밀크티를, 저녁 6시부터는 티 베이스의 칵테일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정돈된 공간에서 조용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찻집입니다
주소 : 서울 중구 을지로 130-1 4층 401호
무미다점 바이 이스턴에디션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한국적인 공간

앞선 두 찻집과 달리 이곳은 디자인 가구 브랜드 이스턴에디션의 쇼룸 3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무미다점에 들어가기 위해 쇼룸 1층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동양적 분위기의 공간은, 한국 본연의 미학과 전통 공예로부터 영감을 찾는다는 브랜드의 철학을 눈으로 확인하게 합니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다는 설명이 추상적으로 느껴졌다면 이곳에서는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 보여줍니다.
3층 무미다점은 쇼룸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오래된 돌 오브제와 목재 가구로 어우러진 공간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이곳의 잭살차는 다른 곳과 달리 돌배와 생강을 함께 블렌딩하여 제공합니다. 옛날 감기약이 없던 시절 민간요법으로 달여 먹던 방법에서 착안했다고 하는데, 달달한 돌배의 첫맛과 뒤이어 느껴지는 생강의 알싸함이 매력적입니다.
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양태오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전용 집기에 얹어져 나오는 누룽지 앙버터도 함께 맛보시길 권합니다. 한국적인 재료와 현대적인 감각이 만난 이 조합은 무미다점이 추구하는 방향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주소 : 서울 강남구 언주로133길 17 3층 (예약 후 방문 가능 – 인스타그램 참고)
오늘 소개한 세 곳은 단순히 차를 파는 곳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주는 감각과 경험을 함께 제공하는 곳입니다. 도예 작품을 감상하거나 절제된 미학 속에서, 혹은 한국적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차를 마시는 경험. 그 속에서 당신만의 고요한 시간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