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EGG – 프리랜서 에디터 공동체

에세이

최선의 회복을 꿈꾸는 이들에게

지그시 바라보는 마음

안녕하세요. 에세이로는 처음 인사드리는 ANTIEGG 열매입니다.

춥다고 옷을 껴입던 순간들이 기억도 잘 나지 않을 만큼 따뜻해진 요즘입니다. 푸릇한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봄이구나, 하며 마음이 산뜻해지다가도, 세상은 분명 봄인데 나는 여전히 겨울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몸이 움츠러들기도 해요.

푸릇한 이파리들이 나라는 가지에서 전부 다 떨어져 버린 것 같을 때가 있죠. 아무런 생기도 남지 않은 것 같을 때. 그럴 때면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부러워지곤 합니다. 그들은 애쓰지 않아도 자연히 회복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으니까요.

회복하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그러니까 마이너스에서 고작 제로가 되는 데에도 애를 써야 한다는, 게다가 가끔은 이러한 노력과 애씀이 전혀 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해 제로조차 되지 못하는 때도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영원히 이 마이너스의 세계에 갇혀 있게 되는 건 아닐까. 영영 제 몫을 해내지 못하는 사람으로 남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런 걱정들이 시작되면 어느새 회복해야 한다는 초심을 잃고, ‘어떻게 하면 더 못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마치 그런 궁리를 하듯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더욱 빠르게 나아가게 되죠.

그럴 때 우리는 종종 우리의 최선을 탓하게 됩니다. 더 노력했어야지, 더 애썼어야지. 고작 그 정도로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남들을 봐. 저렇게 제로 이상의 것들이 되어가는 사람들을 봐. 너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 너는 부족했어. 너는 모자랐고 멍청했어.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정말로 최선을 다하지 않았나요? 자신의 최선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는, 그러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서 지쳐 가는 여러분들에게 이런 제안을 드려보고 싶어요. 그동안 바라보지 않던 것들을 오래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떠실지요.

너무나도 당연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마치 없는 것처럼 우리 삶에 조용히 존재하던 것들 말이에요. 없어도 될 것 같은 것들. 우리에게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할 것 같은 일들. 이를테면 매일 습관처럼 신게 되었던 운동화. 지나가는 자동차를 멍하니 바라보는 일. 자주 다니는 길목에 있는 낡은 상가. 외출 후 집에 돌아와 발목을 조여왔던 양말을 벗는 일. 방에 들여놓은 책상.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일. 햇빛. 양치. 신호등 불빛. 가방. 식사. 달빛. 베개. 그런 것들이요.

그런 기본적이고도 기초적인 것들이 사실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연료인 것 같다고 종종 생각해요.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잘하고 싶어서 몸을 굴리고 마음을 굴리다 보면 반드시 이파리가 다 떨어지는 계절이 오잖아요. 시리고 캄캄한 계절이. 영영 봄으로 넘어갈 것 같지 않은 겨울이. 그럴 때 부족한 것이 ‘최선’이 아니라 ‘시선’은 아닐지, 조심스레 질문해 보고 싶어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지그시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겨울을 통과해 있을 거예요. 우리의 계절이 어느덧 봄을 지나 여름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처럼요. 우리는 실컷 겨울잠을 자고 일어난 동물들처럼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조금은 굼뜨지만 더욱 튼튼해진 몸으로 어슬렁거릴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때가 되면 사실 마이너스의 세계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하나의 겨울을 떠나보내면 한참 뒤에 또 다른 겨울이 다가오겠죠. 하지만 괜찮아요. 한 번 지나와 봤으니까 또다시 지나갈 수 있을 거예요. 보통의 것들과 함께라면.

‘우리가 질문을 제기해야 할 것은, 벽돌, 콘크리트, 유리, 우리의 테이블 매너, 우리의 식기, 우리의 도구, 우리의 하루 일과, 우리의 리듬이다. 영원히 우리를 놀라게 하지 않을 것 같은 것에 질문해 보자. 물론 우리는 살고 있고, 숨 쉬고 있다. 우리는 걷고,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고,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잠을 잔다. 하지만 어떻게? 어디서? 언제? 무엇 때문에?’ ─조르주 페렉, 「무엇에 다가갈 것인가?」, 『보통 이하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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