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와 영화
물고 물린 생태계

‘10분 요약’, ‘결말 포함’
이래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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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극장의 유일한 광원인 스크린에 시선을 맡긴 채 두 시간을 꼼짝없이 보내던 영화 관람은 그야말로 전통적인 관람 형태가 되어가는 듯하다. 불과 서너 해 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과연 ‘영화’로 규정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로 갑론을박이 뜨거웠던 칸 영화제의 풍경이 이제 먼 과거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팬데믹으로 하루아침에 영화 산업의 명운이 경각에 달하게 되면서, 방구석 영화관의 등장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대안적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서머리 산업과 영튜버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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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람하는 OTT 콘텐츠의 인기와 더불어 부상한 것은 영화 유튜버의 존재다. 더욱이 한류 콘텐츠가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요즘, 봐야 할 콘텐츠는 하루가 다르게 쌓여 가는데 그 속도를 따라잡기엔 벅차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화장실에서조차 새로고침 된 화면을 읽기에 바쁜 타임푸어들에게 영화 유튜버가 짧게 편집해 내놓은 영상은 시류를 놓치지 않기 위한, 그야말로 효율적인 문화생활의 한 형태가 되어 버렸다. 요약형 콘텐츠를 유통하는 서머리(summary)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공중파 방송 등 주요 언론들이 서머리 스타트업과 단독 계약을 체결하는 추세도 지속돼 왔다.

지난 2018년 세계일보에서 인크루트의 직장인 2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본문 내용이 많을 경우 원문보다 요약형 정보가 더 낫다’는 항목에서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85.4%에 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드라마나 영화 등의 영상은 필요한 부분만 넘겨서 보는 편이다’고 답변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요약형 정보를 더 선호하는 이유를 묻자 ‘핵심만 알면 된다고 생각해서(28.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27.8%)’,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22.4%)’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유추해볼 수 있는 사실은 꽤 많은 이들에게 영화 관람과 독서 행위가 문화예술의 향유라기보다 점차 단순 정보 읽기의 영역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영화는 단지 일련의 스토리로 요약 가능한 정보에 다름 아닌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주말 동안 서너 편의 영화 요약 영상을 본 뒤 마치 서너 편의 영화를 관람한 것과 대등한 수준의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사실상 이 경우에는 영화를 ‘보았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영화의 ‘스토리를 파악했다’는 표현이 그나마 정확할 것이다. 고도로 설계된 120분의 영화가 단 10분짜리 영상으로 압축된 경제적인 콘텐츠로 재생산되면서 시간을 절약한 타임푸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나, 결정적으로 이 영상들은 저작권의 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리 없다.


저작권법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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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저작권위원회는 유튜브의 영화 재편집 영상이 원칙적으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편집된 영상이 정당한 인용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데, 여기에서 ‘인용’이란 어떤 주장의 근거나 비판 또는 참고자료 등으로 삼고자 다른 사람의 저작물 일부를 가져오는 것을 일컫는다. 1)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의 목적으로 2) 정당한 범위 내에서 3)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는 선에서는 영화를 인용할 수 있다고 ‘저작재산권의 제한’ 제28조에서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정당한 인용이 되기 위해서는 비영리적이고 생산적인 목적을 띠어 마땅하지만, 대개의 영화 유튜버는 재편집한 영상을 통해 별도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영리적 목적으로 게재된 영상일 경우, 1) 이용의 목적 및 성격 2)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3)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4)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판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제35조의5).

요컨대 비영리 연구 목적의 2차 저작물의 경우에는 ‘공정이용’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및 내용의 분량과 중요도가 클수록 ‘불공정이용’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유튜브에 게시되는 이른바 ‘패스트 영화(fast movie)’는 광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영리적 목적이 분명하고, 주요 내용과 장면이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부종적 관계로 판단하기 어렵다. 영화 소재의 유튜브 영상 게재가 적법하려면 적어도 첫째로 ‘영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하거나, 둘째로 ‘비평 등의 2차적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에 국한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패스트 영화는 ‘10분 요약’이나 ‘결말 포함’의 키워드를 내걸고 영화 전체를 요약해 보여줌으로써 굳이 본편을 볼 필요가 없게 만들어 적법한 인용으로 볼 수 없다. 가장 악의적인 경우는 (영화의 내용과 동떨어진)성적 함의를 예상케하는 특정 장면을 캡쳐해 썸네일에 걸어 두고, 소비자를 성적 콘텐츠로 유인하는 경우다. 실제로 영화 관련 서적을 내고 외부 강연을 다닐 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유명 유튜버마저도 이러한 자극적인 썸네일과 제목으로 소비자를 유인한다. 오히려 그들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채널의 영향력을 거머쥐었고, 그에 따라 전문가에 준하는 타이틀을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고 물린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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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는 콘텐츠 해외유통 촉진기구(CODA)가 “패스트 영화로 인한 영화사의 피해 규모가 한 해 1조원에 달한다”고 밝히면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실제로 요약 영상을 배포한 유튜버 3명에게 징역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있었고, 법정에서는 “(패스트 영화 산업이)영화의 수익구조를 파괴하고 있음에 따라 강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패스트 영화는 수백만 조회수를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실제 관람객의 수는 감소하면서 이에 정당한 책임을 묻고자 한 사례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저작권자의 경고 수준을 넘어선 처벌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아이러니하게도 유튜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영화 업계가 이들을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 삼은 지는 사실상 꽤 오래되었다. 저작권자는 초기 유튜브 영화 채널의 등장에 골머리를 앓았지만, 이젠 아예 그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영상의 소스를 제공하며 금액을 지불하기까지 한다. 물론 수십 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일부 유명 유튜버에 국한된 이야기이지만, ‘홍보 효과’라는 보이지 않는 영향력에 기댈 수밖에 없게 돼 버린 구조는 저작권의 문제를 매우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 안타깝게도 작금의 영화와 유튜브의 생태계는 그렇게 저작권 문제로부터의 암묵적인 자유를 누리며 유지되고 있다. 유튜버는 직업뿐 아니라 하나의 권력을 쟁취했고, 영화사는 그들과 결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과연 패스트 영화가 실제로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엄밀하고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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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는 영화사의 한 가운데서, 우리는 영화를 어떻게 관람하고 소비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영화는 산업이다”라는 앙드레 말로의 경구는 앞으로도 유효하며, 이는 유튜브와 영화의 물고 물린 관계를 작심하고 비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스트 영화가 결국 영화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영화가 단지 스토리를 운반하는 예술이 아닌 까닭이다. 스토리텔링은 영화가 가진 수만 가지 속성 중의 단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스토리는 결코 영화 전체를 규정할 수 없고, 때로는 스토리가 대단히 중요치 않은 영화들도 셀 수 없이 많이 발견된다. 하지만 패스트 영화는 영화를 단지 스토리텔링의 임무만을 완수하고 사라지는 예술, ‘개연성’ 따위와 같은 허무한 잣대 하나로 판별 가능한 예술로 격하시킨다. 더 이상 120분 러닝타임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관객도 늘어간다. 영화는 정보가 되었고 진지한 비평의 수요는 저물고 있다. 누구나 발언권을 가진 비평적 주체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영화를 향한 애정을 발판 삼아 무럭무럭 자라난 그들의 힘에는 어떠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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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 저작권문화 제325호, 유튜브에 15분짜리 영화 요약파일에 대한 저작권 문제, 2021
  • WEBIN, 일본 법원에서 영화 “10분 요약” 유튜브 영상이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