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공장을 개조한
문화예술공간 세 곳

부수고 없애는 대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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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이 전개됨에 따라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고 있던 각종 산업시설과 공장들은 필요 없는 쓰레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건물을 깨부수기보다, 공간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고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해 다시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으로 재생된 공간들이 있는데요. 런던의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모던은 버려져 있던 화력 발전소를 개조한 것이고,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는 오랜 시간 방치돼있던 고가철도의 철거를 원치 않았던 시민들에 의해 공원으로 재탄생 됐습니다. 우리의 먹고사는 것을 책임져준 산업의 잔존 위에 다시 세워져 아름답고 예술적인 삶을 추구할 것을 권하는 국내의 문화예술공간을 소개합니다.


미술관이 된 담배공장,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외관 모습
본래 국내 최대 규모의 담배공장이었다.
이미지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본래 100억 개비가 넘는 담배를 생산하던 국내 최대 규모의 담배공장이었습니다. 2004년에 가동이 중단될 때까지 청주시민의 일터로써 또 지역경제를 지탱해온 곳인 만큼 더 많은 시민이 이 공간을 누리는 방안으로써 미술관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는데요. 이 미술관이 더욱 특별한 것은 출입 제한 구역이었던 미술관의 수장고, 즉 소장한 작품을 보관하는 창고를 관람객에게 개방한다는 점입니다. 수장고에는 이중섭, 김환기 등 한국의 중요 회화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비디오아트의 세계적인 거장 백남준의 “데카르트”도 볼 수 있습니다. 우뚝 솟은 큰 굴뚝과 옥상의 파란색 물탱크는 연초제조창이었던 이곳의 정체성을 외형적으로 지켜주면서도, 미술관 내부공간으로 들어서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펼쳐지는데요. 시민들의 생업의 터전에 세워진 이곳은 생계 없이는 여가도 존재할 수 없음을 절묘하게 드러냅니다.

주소: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
영업 시간: 매일 10시~18시 (월요일 휴무)


WEBSITE : 국립현대미술관

INSTAGRAM : @mmcafoundation


진짜 인더스트리얼,
인천 CoSMo40

선크림의 원료를 생산하던 국내 최대 규모의 화학공장이었던 인천 CoSMo40의 내부모습
이미지 출처: 월간 스페이스

선크림의 원료를 생산하던 국내 최대 규모의 화학공장단지가 환경오염 문제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수십 개의 공장이 철거되었고 40번째로 철거를 기다리던 건물은 주거지역과 가깝다는 이유로 가장 마지막에 철거되기로 결정됩니다. 그러나 이 건물은 커피 브랜드 빈브라더스 브랜드 디렉터 성훈식씨에 의해 “시간이 배인 자체로 무심하게 아름다운 폐허미가 가득하다”라며 새롭게 발견되었고, 철거가 아닌 리노베이션 되는데요. 바로 인천 서구 가좌동의 복합문화시설 CoSMO40입니다. 카페, 기획 전시, 지역주민 밀착 프로그램 이렇게 세 가지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다양한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대표적인 소셜믹스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음악공연과 미술 워크숍, 요가 클래스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해 오랫동안 이 지역을 터전으로 삼아온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생 건축의 본질을 환기합니다. 공장의 철골 구조와 내,외장재를 그대로 노출시킴으로써 건물 자체가 주는 박력감은 방문하는 이들을 압도합니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 말고 진정한 인더스트리얼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을 꼭 방문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주소: 인천시 서구 장고개로231번길 9
영업 시간: 매일 10시~20시


WEBSITE : CoSMo40

INSTAGRAM : @cosmo.40


와이어공장에서 문화공장으로,
부산 F1963

거대한 와이어로프를 만드는 공장이었던 F1963의 외관 모습
이미지 출처: F1963 홈페이지

F는 Factory의 앞 글자를, 1963은 거대한 와이어로프를 만드는 공장이 설립된 1963년을 의미하는 F1963은 부산에서 사랑받는 힙플레이스이자 가장 예술적인 공간입니다. 2016년 부산비엔날레를 계기로 설비 컨베이어벨트가 있던 공간은 공연장으로, 크레인이 매달려 있던 자리는 도서관으로, 공장에서 사용되던 철판은 방문객을 위한 벤치와 표지판으로 다시 태어났죠. 또한 곳곳의 작품과 건물들에 와이어가 쓰인 것을 통해 이곳이 원래 와이어공장이었다는 사실을 이따금 떠오르게 해줍니다. 넓은 부지의 특성을 살려 카페, 갤러리, 공연장, 도서관, 맥주 양조장, 그리고 식물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을 창출했는데요. 정원 공간이나 카페, 서점이 함께 자리하고 있어 온종일 다채롭게 시간을 보내기에 완벽한 곳입니다.

주소: 부산시 수영구 구락로123번길 20 F1963
영업 시간: 매일 9시~21시


WEBSITE : F1963

INSTAGRAM : @f1963_official


완전히 새로운 건 부담스럽고, 낡기만 했다면 불편했을 것들을 조금씩 바꾸고 재정비함으로써 우리 삶에 재생시킨 것은 다름 아닌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고 싶은 욕구,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본능이 아닐까요? 낡은 건물에 숨을 불어넣듯 우리 일상에도 숨을 불어넣어 주는 문화예술공간에 방문해 생업(生業, Work)을 떠나 생(生, Life)에 집중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