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에게 해외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음식, 건축, 공원 등 국내와는 또 다른 그 나라만의 문화는 해외로 떠나기에 충분한 이유를 마련해주곤 합니다. 그렇다면, 예술은 어떨까요?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외국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은 해외여행의 또 하나의 즐거운 묘미 중 하나죠. 하늘길이 열리며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 요즘, 국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오직 한 명의 예술가를 위해 태어난 미술관 5곳을 소개합니다.
반 고흐 미술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은 그의 생애를 기념해 건립된 곳으로, 빈센트 반 고흐의 모국인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 위치해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과 함께 네덜란드의 3대 미술관으로 이름을 올린 곳 중 하나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 미술관은 그만의 세계를 무척 섬세하게 다룹니다. 대표적인 유화 200여 점과 소묘 작품 500여 점과 더불어 그와 교류하며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작가들의 작품도 수집해 전시하고 있죠. 그뿐만 아니라 빈센트의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일생 동안 아낌없는 지원과 지지를 보냈던 동생 테오 반 고흐와 주고받은 700통 이상의 편지를 소장하고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자신의 조카에게 준 첫 선물이자 그의 37년 인생 마지막 봄에 그린 마지막 꽃그림인 “꽃 피는 아몬드 나무”도 만날 수 있는데요. 그의 이름을 딴 테오의 자녀 아기 빈센트는 훗날 미술관을 세워 삼촌의 모든 유작들과 함께 기증했습니다. 삼촌 빈센트에게서 받은 이름과 선물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미술관을 만든 셈이죠.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 벨기에 브뤼셀
중절모를 쓴 남자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작품 “겨울비”. 이 작품의 주인공인 르네 마그리트는 벨기에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영화 <매트릭스>가 영감을 받았던 작품이라고 전해지며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화가인데요. 마그리트가 태어나고 수학한 동네 브뤼셀에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위치해 있으며, 작품 200여 점과 더불어 그의 생애가 담긴 편지, 사진과 영상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예술의 개념을 바꾼 예술가로 평가받는 마그리트는 익숙한 사물을 낯선 맥락 속에 배치해 기존 예술의 상식을 깬 ‘데페이즈망(depaysement)’ 기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동시대 다른 초현실주의자들이 추상에 가까운 작품을 제작했던 것과 달리 그는 사과, 돌, 새, 파이프와 같은 친숙한 대상을 이용해 신비하고도 낯선 세계를 조망했죠. 모순된 요소를 동일한 화폭에 담아내거나,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오브제를 전혀 엉뚱한 환경에 위치시킨 그의 작품은 언제나 신선한 충격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화가라는 이름 대신 생각하는 사람으로 불리기 원했던 마그리트. 그의 일생이 담긴 공간에서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는 그만의 시각을 찬찬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피카소 미술관, 프랑스 파리
프랑스 마레 지구에 위치한 피카소 미술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유일하게 그의 작품을 시대 별로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1895년부터 1973년에 이르기까지 피카소의 방대한 양의 작품들이 모여 있는데요. “아비뇽의 처녀들”과 같은 유명한 작품부터 폴 세잔, 오귀스트 르누아르, 앙리 마티스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 150여 점, 그리고 피카소 개인이 소장하던 2만 1천여 점의 그림 또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피카소 미술관의 역사를 한 번 알아볼까요? 이곳의 역사는 그가 사망한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피카소의 사망 후 그의 작품을 상속받은 상속인에게는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가 부과되었는데요. 이 시기 프랑스에선 예술품으로 상속세를 대신할 수 있는 법인 물납제가 있어, 유족들은 프랑스 정부에 고인의 작품을 상속세 대신 기증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1975년, 프랑스 파리는 개인 소유의 저택이었던 호텔 살레를 피카소 국립 박물관으로 인가하게 됩니다. 이후 피카소의 작품과 전시장에 맞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복원 공모전을 개최하는데요. 당선인 홀랑 시무네의 기획 하에 리모델링을 거쳐 1985년, 피카소 미술관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죠.
달리 극장 미술관, 스페인 피게레스
달리 극장 미술관은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태어나고 생을 마감한 도시 피게레스에 자리한 미술관입니다. 초현실주의의 거장답게 달걀 모양의 낯선 오브제가 세워진 붉은빛의 독특한 외관이 인상적인데요. 유화, 스케치, 설치미술에 이르는 600여 점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만의 개성 있는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 공간은 이전에 피게레스 시립 극장으로 사용되던 곳이었습니다. 극장의 재건을 맡았던 당시 피게레스의 시장은 달리에게 전용 전시관을 마련해줄 테니 작품을 기증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그는 큰 고민 없이 본인 작품 전체를 기증하겠다고 답했는데요. 미술관 재건에 진심이었던 달리는 현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전시실 구성과 설치 등 모든 과정에 관여하고, 추후 이곳에 거처하며 점점 미술관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전해집니다.
피게레스에서 나고 자란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초현실주의 작가들과 교류하고 미국에 건너가 개인 전시회를 여는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닌 뒤 말년에 다시 고향 피게레스로 돌아왔죠. 하나 놀라운 사실은, 달리 극장 미술관의 지하실에 그의 무덤이 안치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그의 삶 전부가 담긴 이곳에서 달리만의 자유롭고도 독특한 분위기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로댕 미술관, 프랑스 파리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로댕 미술관은 현대 조각 미술의 시조인 오귀스트 로댕의 거의 모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그의 아뜰리에이자 말년에 거처로 사용됐던 곳이기도 합니다. 봄이 되면 꽃으로 아름답게 물드는 정원과 더불어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곳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첫 장면에 등장하기도 했죠.
현재 사용되고 있는 미술관 건물은 18세기에 건립된 저택으로 로댕이 말년에 해당 건물을 매입해 살다가 국가에 자신의 작품과 함께 기증한 곳입니다. 그의 작품 외에도 그가 사용하던 가구, 수집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소장품과 로댕의 연인이었던 카미유 끌로델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데요.
로댕 하면 가장 떠오르는 “생각하는 사람” 동상은 미술관의 정원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발자크 동상”, “칼레의 시민”과 더불어 로댕이 무려 20여 년간 천착한 필생의 역작인 ”지옥의 문”도 만날 수 있는데요.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관람하는 것도 좋지만, 조용한 정원을 거닐며 살아 숨 쉬는 것만 같은 조각들이 건네는 말들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닌, 단 한 명의 예술가를 위해 설립된 미술관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그의 생애와 철학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접근합니다. 공간이 안내하는 대로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영혼에 더 가깝게 다가가는 것만 같은 기분을 선물받을 수 있죠. 아름다운 작품들을 유기적인 흐름으로 경험하며, 완연한 그의 세계를 만끽해보시길 바랍니다.